3화. 당신이 왜 더 빠지는 거야
언뜻 얘기했었던 것 같다. 그녀가 단식을 시작하고 나서 그녀의 남편도 1일 1식을 하고 있다고. 남편이 점심을 굶고 아이와 저녁을 차려먹기 시작한 지 2일째. 쌩으로 굶고 있는 그녀도 2킬로가 채 안 빠졌는데 그녀의 남편은 하루에 1킬로가 넘게 빠지는 기염을 토하며 그녀를 앞질러가고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남편의 배가 훅 들어갔다. 아니, 그녀의 배가 등가죽에 들러붙은 건 당연하지만, 왜 하루 한 끼씩 꼬박꼬박 먹고 있는 신랑이 더 빠지고 있는지. 그녀의 눈이 질투로 화르르 타오르며 본인도 모르게 그 이유를 분석하고 있었다. 뭐라도 찾아내지 않으면 억울할 것만 같았다.
그녀가 찾아낸 이유 세 가지:
1. 남편은 1일 1식과 함께 ‘당분 줄이기’를 함께했다. 아바라(아이스 바닐라 라테)가 피시방 단골메뉴였던 그가 탄산수 아니면 블랙커피를 먹기 시작했다. 최근 건강검진 후 콜레스테롤과 당화혈색소등이 좀 높게 나온 게 신경 쓰였는지 설탕 및 액상과당등을 1일 1식과 함께 일절 끊었던 것. 그리고 그녀가 있었으면 자연스럽게 먹을 과일후식등도 그가 알아서 챙겼을 리 없으니, 자연스럽게 당분섭취가 없어진 것.
2. 공복 운동. 그도 오전과 점심시간에 허기가 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가 허기를 잊기 위해 시작한 건 헬스장 가기. 헬스장 가서 한참 운동을 하고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놓으면 허기가 좀 사라진다고 했다. 그러고 집에 오면 기운이 없어 늘어져있던 그녀가 그를 데리고 가벼운 산책이라도 하자며 또 데리고 걸었으니. 운동량이 상당했던 것. 오늘도 남편은 만 사천보를 걸었다며 자랑을 했다.
3. 단백질 위주의 적당량의 저녁식사. 고기 없이 못 사는 남편과 아들은 그녀가 저녁식사에서 빠져 밖을 산책하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비교적 하기 쉬운 삼겹살이나 목살, 소고기 등 굽기만 해도 좋은 고기들로 저녁을 먹었는데 남편은 고기 먹을 땐 밥을 잘 섞어먹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탄수화물위주보다 단백질 위주로 섭취를 하게 되었던 것.
남편과 비교해 그녀는 자신이 속도가 안나는 것 같았다. 들어가는 게 없으니 나오는 게 없는 것도 정상이라 생각했지만, 마그밀을 먹는 이유가 몸속 수분과 함께 노폐물과 숙변을 쭉 내보내고 디톡스를 하기 위함인데 몸의 수분만 쭉쭉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물론 물 배를 채워 그마저도 꾸준히 보충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틀째가 되니 왜 이렇게 기운이 없고 약간 열도 아는 것 같은 게 신경도 예민해지는지. 왠지 그래서 더 모든 게 맘이 안 드는 것만 같았다. 신기하게도 폭식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진 않았지만. 조금씩 불만이 쌓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때 징징대며 S와 이런저런 얘길 하며 원인분석을 하던 차에, S가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듯 재차 확인을 했다.
“언니, 물 2리터랑 마그밀 몸무게 앞자리만큼 먹은 거 진짜 맞아? 근데도 안 나온다고?? “
“나 진짜 먹으란 대로 먹었지~ 물은 2리터도 넘게 먹은 거 같은데?!”
“이상한데.. 소식이 안 올 수가 없는데. 근데 언니 한 번에 물을 2리터 이상 먹었다고? 엄청난데? 그거 1리터만 마셔도 그다음 들이키기 부담스러운데…“
“뭐?! 잠깐만.. 그걸 하루동안 나눠서 먹는 게 아니라 한 번에 물을 2리터랑 마그밀을 그렇게 먹으라고?!”
“아 뭐래~ 내가 한 번에 먹으랬잖아~ 단식 시작한 첫날 자기 전에 한 번에!”
“…. 난 하루에 나눠서 먹었는데?! ㅠㅠ 약국에서 한 번에 마그밀 두 알만 먹으랬엉…(점점 작아지는 목소리)”
“어휴.. 그건 일반적인 상황이고, 언니는 한 번에 장청소하듯이 일시적으로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잖아!”
그랬다. 그녀에게 원인이 있긴 했다. 이미 단식 48시간이 되어가는 시점에 그걸 깨닫다니. 오전에 먹었던 마그밀도 있고 해서 그날 저녁 그녀는 굳은 결심과 함께 마그밀 네 알을 추가로 먹고 물 2리터를 마시기 시작했다. 1리터까진 그래도 어찌어찌 마셨는데 1.5리터쯤 마시자 정말 식도까지 물이 찰랑거리는 것 같았다. 거기서 더 먹으면 그대로 물을 토해버릴 것만 같아서 그녀는 잠시 땡땡해진 위장이 조금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다시 0.5 리터를 들이켜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사실 마그밀이 문제가 아니고 물이 폭포수처럼 대장을 쓸고 내려가야 하는 게 아닐까?
그녀의 위장과 대장이 꾸룩꾸룩꾸루룩 거리며 물을 열심히 내려보내고 있었다. 아니, 이런 상태로 잠을 잘 수 있다고?! 이 상태로 누웠다간 누워서 물 분수토를 할 것 같아 그녀는 잠시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벌써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는데 왠지 그 아픔이 그리 싫지 않았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매주 월요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