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아이-
그 누구도 친구는 이렇게 사귀는 거라고 말해주지 않아서,
나는 그저 내가 가진 모든 걸 마구 퍼부어주던 아이였다.
친구에게 뭔가를 주어야만 관계가 지속될 거라 생각했던 거였다.
줄 게 없어지면, 나는 괜스레 미안해졌고, 어떻게든 무언가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게 습관이 되어, 내가 뭔가를 주지 않으면 친구는
삐지거나 서운해하며 나를 더 자책하게 만들곤 했다.
그 누구에게도 이 문제를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어린 마음에, 이런 얘길 부모님께 하면 혼날까 봐 두렵기도 했었고,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이 강해서였다.
그래서, 더 잘하려고 애쓰며 살았다.
하지만, 내가 잘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상황은 더 악화되었고 나는 곪을 대로 곪아버렸다.
아무리 주어도, 친구는 내게 진심이지 않았다.
그저, 내가 원하는 건 다 주는 애로 낙인찍혀버린 것뿐.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져버리고야 말았다.
친구가 원하면 다 주는 아이로 낙인찍혔던 나는, 더 이상 줄 게 없어지자 마음이 불안해졌다.
돈은 없고, 해선 안 될 행동을 저질러버리고야 만 것이다.
친구는 나를 자꾸 문방구로 유인했고,
돈이 없는 나는 솔직하게 "돈이 없어."라고 말했지만, 친구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웃었던 건지, 비꼬았던 건지 당당하게 나에게 악마의 유혹처럼 속삭인 그 친구.
"돈이 없으면, 그냥 몰래 훔치면 되지. 나 이거 갖고 싶어." 하고
유유히 문방구 밖으로 나가버린 그 친구.
순진했던 건지, 멍청했던 건지. 결국, 나는 친구가 갖고 싶어 하던 물건을 몰래 훔쳤고-
유유히 문방구를 나서, 그 친구에게 훔친 물건을 건네주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결국 긴 꼬리는 잡히고야 말았다.
엄마에게 연락이 갔고, 엄마는 노발대발하며 화를 내셨다. 그날, 난 정말 먼지 나게 맞았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면 좋았겠지만, 안 좋은 일은 연달아 일어난다 하지 않는가?
그 친구의 엄마가,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다.
엄마들끼리 마주쳤고, 그간 그 친구에게 준 물건들이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그 친구도 엉엉 울면서 엄마를 따라 집으로 갔고,
나도 그 물건들을 엄마 앞에서 펼쳐진 채, 엉엉 목놓아 울기만 했다.
그런 내가 한심했는지, 엄마는 깊은 한숨을 내뱉고는,
"너에게 바라기만 하는 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니야.
널 그냥 이용하는 거지. 그런 친구 있느니만 못하니, 놀지 마."
그럼, 어떤 게 진짜 친구인 거지? 그럼, 난 누구랑 놀지? 친구는 어떻게 사귀는 거지?
온갖 질문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지만, 엄마도 나에게 확실하게 얘기해주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은, 하하 호호 웃으며 잘만 어울리는 것 같은데,
나만 혼자 덩그러니 다른 세상에 놓여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학교에 갔을 땐 이미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내 얘기를 한 모양이었다.
모든 친구들이 나를 혐오한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도 섞지 않으려 했고 나와 가까이하지 않으려 했다.
주동자는 당연, 그 친구였으리라. 나는, 친구 없이 외톨이로 지내게 되었다.
하교시간에도 나 혼자, 터덜터덜 운동장을 가로질러 집에 가면,
친구들이 뒤에서 수군거리며 내 욕을 했고,
심지어 가만히 걸어가는 나를 뒤에서 밀어 넘어뜨리곤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어댔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지?'
원망만 가득했던 어린 마음이었지만, 나를 괴롭히던 그 아이들에게 당당하지 못했던 나였다.
깡다구도 없었을뿐더러, 무리를 짓고 다니는 아이들에게 위축이 되었다.
그냥, 내 잘못이 아니라고! 다 저 애가 시킨 거다. 당차게 얘기할 걸, 두고두고 후회했다.
누구 한 명이라도, 그때의 나에게 친구는
그저 일상을 얘기하며 공감하고 함께 재미있는 걸 공유하면서
추억을 쌓아가는 게 친구라고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나의 유년시절은 행복했을까? 조금은 달랐을까?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갈증은 나를 더욱 어둡고 결핍이 많은 아이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