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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한별 Jun 21. 2020

인생의 막다른 길목에서

인생의 막다른 길목에 서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나 자신에 답답하다면 그동안 외면해왔던 나와 대면하고 나를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 부모와의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단한 큰 사건이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느끼는 분위기가 성인이 된 지금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의 모습이 지금의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제대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것은 과거의 모습을 되돌아보기 위해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원망해서는 안된다. 단지 그때의 나 자신을 제대로 대면하고 스스로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현재의 삶을 자유롭게 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 


 종종 심리 상담을 받고 온 사람들이 “상담을 할수록 나를 불쌍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나는 불쌍하게 살지 않았어. 우리 부모님은 너무 잘해주셨어.”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이것은 과거를 돌아보는 것에 대해 자칫 오해를 한 결과일 수 있다. 우리가 과거를 이해하고 돌아보는 이유는 나를 불쌍히 여기거나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이해함으로써 그것이 앞으로의 내 삶에 허락 없이 함부로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유 모를 가슴 시림과 불안함에 시달렸다. 특히 밤이 되면 더욱 그랬다. 괜찮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가슴이 시리고 불안해져 서둘러 집에 들어가 안정을 찾으려고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외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갑자기 불현 듯 찾아오는 시림과 불안이 싫어서. 하지만 그 이유를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분명히 친구들과 신나게 잘 놀고 있는데 갑자기 시리고 불안해지니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도 이유를 모르니 그저 답답하게 세월만 보낼 뿐이었다. 


 그러다 심리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내 마음속 다양한 문제를 직면하며 이유모를 가슴시림과 불안에 대해 유추할 수 있게 됐다. 아마도 어린 시절 집안 사정으로 부모님에게만 돌봄을 오롯이 받지 못하고 가족들이나 주위 어른들께 자주 맡겨진 경험이 내면의 불안으로 쌓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지금에 와서 떠올려 보면 당시에 부모님이 아닌 어른들에게 맡겨졌을 때 항상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하고 시렸다. 하지만 어렸기에 그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표현하기 힘들었고, 당시의 나는(어쩌면 지금까지도) 쉽게 내 감정이나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드러내지 못했다. 그것이 쌓여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만약 그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렸거나 인생의 막다른 길에 서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동안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내 인생을 가로막아온 올가미를 벗어버릴 기회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만나서 용서하고, 이해하고, 덜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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