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제목을 "글쓰기에 관하여"라고 쓸까 하다가 제목이 너무 거창하면 용두사미로 끝나버릴 것 같아서 세 글자로 줄였습니다. 글쓰기, 브런치에 관심을 두는 분들은 모두들 글쓰기를 향한 열망을 가슴속에 깊이 품고 계실 거라고 믿습니다.
취미생활 중 하나로 글을 쓴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어디에다가 글을 쓰냐고 묻는 경우가 제일 많았습니다. "어디에"라는 질문은 두 가지 경우로 나뉘곤 했습니다.
우선 블로그 같은 걸 쓰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글쓰기 관련 유사 플랫폼 중 하나로 블로그가 첫 번째 온라인 공간이었습니다. 저에겐 블로그라는 매체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는데요.
그 이유는 블로그는 그 속성상 관리의 주체가 각 개인이라는 장점이자 단점이 공존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유사 플랫폼일 뿐 실제 글쓰기에 푹 빠진 사람들이 모인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산재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브런치는 실제로 작가를 양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물론 브런치 설립의 첫 번째 목적이 작가 양성은 아닐지 몰라도 우후죽순의 블로그에 비한다면 방향성은 뚜렷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구나 글을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삼고자 열망하는 사람들을 모으겠다고 하니 우리들로서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러한 공간을 마련해 주신 브런치 팀 여러분께 감사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그리고 "어디에"라는 질문에는 아주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요소가 숨어 있었습니다. 글을 쓸 때 실제 펜을 들고 쓰느냐 아니면 다른 매체를 이용하는지를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글을 쓸 때 제목을 어떻게 정하고 글감이 떠오를 때마다 쓰는지, 그리고 어떤 걸 이용하는지에 관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마다 떠오르는 핵심 단어들을 제목으로 변환해 핸드폰에 있는 메모장을 이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저의 대답을 듣던 사람의 얼굴에 살짝 그림자가 졌습니다.
그 의미인즉슨 글을 쓴다고 말하는 사람이 이용하는 것이 고작 누구나 매일 사용하는 핸드폰에 불과했던 것이냐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더 글쓰기에 적합한 도구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예부터 선비들이 글을 쓰기 위해 벼루에 먹을 갈기를 정성을 들여 몇 시간에 걸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마음을 고르고 준비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때 당시에 가진 최적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볼 때 그보다 더 적합한 글쓰기 전 의식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 뒤로 몇 백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21세기에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벼루와 먹이 필요 없어졌습니다. 심지어 20세기 문구류의 혁명이었던 볼펜조차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주머니 속에 있던 검은 창, 핸드폰을 꺼내기만 하면 됩니다. 용량도 시간에도 제한이 없습니다.
이 얼마나 편리한 세상입니까? 그리고 이런 현상은 매우 보편적인 편입니다.
왕좌의 게임 작가는 자신만의 아주 독특한 글쓰기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는 MS DOS 운영체제의 PC에서 오프라인 상태인 작문전용의 PC에 글을 썼습니다.
MS DOS 운영체제라면 MS OFFICE도 꽤 오래전에 나온 구식 프로그램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 장비가 가장 편안했습니다.
편하지 않다면 장기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현대인들이 보기에 그는 원시인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구시대의 유산으로도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이끌어 낼 정도로 훌륭한 작품을 썼습니다. 글쓰기에 있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장비를 사용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콘텐츠와 의미를 담고 있냐에 달려 있던 것입니다.
그리고 곁가지로 저의 경우를 말씀드린다면 저는 핸드폰으로 단지 두 손가락만으로 글을 쓰곤 합니다. 물론 장문의 글을 쓰고자 할 땐 블루투스 키보드까지 동원하지만 기본적인 장비는 여러분이 바라보고 계신 바로 이 검은 유리창을 달고 있는 녀석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제 사유를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더구나 언제 어디서든 꺼내서 생각을 담아낼 수 있다는 독보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장비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작가가 얼마나 옳고 선량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그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할 때 선택하는 형식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그 형식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결정할 것입니다. 이런 관계를 잘 파악하고 있는 작가라면 아마도 제 얘기에 공감하실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