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연구개발 목표는 측정 가능해야 한다

성과지표가 과제의 성공을 증명한다

by 우주문과

목표를 처음 계획할 때

제안서를 쓰다 보면 '연구개발 목표'를 작성하는 항목이 나온다.

처음에는 이걸 거창하게 쓰면 되는 줄 알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개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목표는 거창함이 아니라 측정 가능성이 핵심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목표와 성과지표는 다르다

연구개발 목표와 성과지표를 혼동하기 쉽다.

처음에는 나도 이 둘을 구분하지 못했다.

'목표를 쓰면 성과지표도 자동으로 나오는 거 아닌가?'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보는 건 이 둘의 연결고리다.

연구개발 목표는 이 과제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사용 발사체 핵심 기술 개발"을 제안한다고 하자.

성과지표는 그 목표를 달성했는지 측정하는 기준이다.

"발사체 재사용 횟수 10회 이상 달성"

목표는 방향이고, 성과지표는 도착 지점이다.

목표만 있고 성과지표가 없으면, '어디까지 가야 성공인지' 알 수 없다.


정량적 목표와 정성적 목표

성과지표는 크게 정량적 목표와 정성적 목표로 나뉜다.

정량적 목표는 숫자로 측정 가능한 목표다.

성능, 횟수, 시간, 비용처럼 명확하게 수치화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발사체 재사용 횟수 10회 이상"

"엔진 점화 시험 50회 이상"

"재사용 후 성능 저하율 5% 이내"

"제조 비용 기존 대비 30% 절감"

정량적 목표의 장점은 명확하다는 거다.

10회를 달성했으면 성공, 8회면 미달성.

애매할 여지가 없다.

정성적 목표는 숫자로 직접 측정하기 어려운 목표다.

하지만 정성적 목표도 가능한 한 정량화해야 한다.

"논문 게재" → "SCI 논문 3편 게재"

"특허 출원" → "국내 특허 2건 출원"

"인력 양성" → "석사급 연구인력 2명 양성"

"기술 이전" → "기술 이전 계약 1건 이상 체결"

숫자를 붙이면 정성적 목표도 측정 가능해진다.

처음에는 "우수한 성능 달성" 같은 표현을 썼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이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수하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입니까?


RFP에 목표가 제시되는 경우

공고문(RFP)을 보면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목표가 이미 제시된 경우다.

"발사체 재사용 횟수 8회 이상 달성"

"엔진 연소 시험 30회 이상 수행"

이렇게 RFP에 목표가 명시되어 있으면, 이걸 기준으로 제안서를 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RFP에 제시된 최소 목표를 그대로 쓰지 말고, 1.2~1.5배 수준으로 제안하는 게 유리하다.

RFP에 "재사용 8회"라고 나와 있으면, 우리는 "재사용 10~12회"로 제안하는 거다.

왜냐하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심사 단계에서 경쟁력이 생긴다.

다른 기업이 8회로 제안하면, 우리가 10회로 제안하면 기술 수준이 더 높아 보인다.

둘째, 사업화를 생각하면 더 높은 목표가 필요하다.

과제에서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추가 개발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과제에서 8회만 달성하면, 상용화할 때 다시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과제에서 10회를 달성하면, 상용화 과정이 훨씬 수월하다.

기술을 좀 더 고도화하거나 추가 개발을 해야 하는 경우를 미리 대비하는 거다.

그래서 가능하면 RFP 목표의 1.2~1.5배를 제안한다.

물론 무리한 목표는 안 된다.

우리가 실제로 달성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현가능한 수준에서 높게 잡는 거다.


우리가 목표를 제안하는 경우

다른 경우는 RFP에 목표가 없어서 우리가 직접 제안하는 경우다.

"재사용 발사체 핵심 기술 개발"

이렇게만 나와 있고, 구체적인 재사용 횟수는 제시되지 않은 거다.

이럴 때는 우리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냥 임의로 정하는 게 아니라, 현재 국내외 기술 수준을 분석해서 설정한다.

먼저 국내외 기술 수준을 조사한다.

"SpaceX Falcon 9: 재사용 15회 이상"

"Blue Origin New Shepard: 재사용 10회 이상"

"국내 기술 수준: 재사용 기술 개발 초기 단계"

이렇게 벤치마크를 한다.

그다음 우리가 개발하려는 기술의 목표 수준을 설정한다.

해외 선도 기업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 최초 또는 국내 최고 수준을 목표로 잡는다.

"국내 최초 재사용 발사체 기술 확보, 재사용 횟수 5회 이상"

이렇게 설정하면, 국내 기술 수준 대비 도전적이면서도 달성 가능한 목표가 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1.2~1.5배를 고려한다.

국내 기술 수준이 재사용 3회 정도라고 판단되면, 우리 목표는 5~7회로 잡는 거다.

기술 개발 목표도 충족하고, 향후 사업화까지 고려한 수준이다.


성과지표는 SMART 원칙을 따른다

성과지표를 설정할 때는 SMART 원칙을 따른다.

Specific (구체적): 무엇을 달성할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Measurable (측정 가능): 숫자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Achievable (달성 가능):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해야 한다.

Relevant (관련성): 과제 목표와 연결되어야 한다.

Time-bound (기한): 언제까지 달성할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 원칙을 몰라서 성과지표를 대충 썼다.

"성능 향상" (측정 불가능)

"세계 최고 수준 달성" (달성 가능성 불명확)

하지만 SMART 원칙에 맞춰 다시 쓰면 이렇게 된다.

"발사체 재사용 횟수 10회 이상 달성 (3차년도 말까지)"

이렇게 쓰면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고, 시한도 명확하다.


성과지표는 과업과 연결되어야 한다

성과지표를 설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과업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업에서 하지도 않는 일을 성과지표로 쓰면 안 된다.

성과지표: "발사체 재사용 횟수 15회"

하지만 과업 계획에는 재사용 시험을 10회만 계획되어 있었다.

심사위원이 바로 질문했다.

"성과지표에는 15회인데, 과업 계획에는 10회 시험만 나와 있네요. 어떻게 15회를 달성하나요?"

광범위한 제안서를 작성하고 수정하다 보면 생길 수 있다.

성과지표는 과업 계획을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

과업에서 재사용 시험을 10회 한다면, 성과지표도 "재사용 횟수 10회 이상"이어야 한다.

과업과 성과지표가 일치해야 논리가 성립한다.


최종 목표와 단계별 목표를 나눈다

다년도 과제의 경우, 최종 목표와 단계별 목표를 나눠서 설정한다.

최종 목표는 과제 종료 시점에 달성할 목표다.

"3차년도 말까지 발사체 재사용 횟수 10회 이상 달성"

단계별 목표는 연차별로 달성할 목표다.

"1차년도: 재사용 핵심 부품 개발, 재사용 횟수 3회 달성"

"2차년도: 시스템 통합 및 검증, 재사용 횟수 7회 달성"

"3차년도: 최종 실증, 재사용 횟수 10회 이상 달성"

단계별 목표가 있으면, 매년 진도 점검이 가능하다.

1차년도 종료 시점에 "3회 달성했는가?"를 확인하는 거다.

최종 목표만 있고 단계별 목표가 없으면, 중간 점검이 불가능하다.


성과지표는 검증 방법과 함께 제시한다

성과지표를 설정했으면, 검증 방법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발사체 재사용 횟수 10회 이상"이라는 지표를 썼다면, 이걸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도 써야 한다.

정량적 목표의 경우, 객관적인 검증이 필수다.

가장 신뢰받는 방법은 공인시험기관(KOLAS)을 통한 검증이다.

KOLAS는 국가표준기본법에 따라 시험기관의 능력을 평가하고 인정하는 한국인정기구다.

시험 절차가 이미 표준화되어 있는 경우, KOLAS 공인시험기관에서 해당 시험 절차를 적용해 평가한다.

"KS M 3015 규격에 따른 인장시험, KOLAS 공인시험기관 시험성적서 발급"

"항공우주 부품 피로시험, KOLAS 인정 시험절차 적용"

시험 절차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새로운 기술의 경우, KOLAS 공인시험기관의 3자 입회를 통해 진행한다.

"KOLAS 공인시험기관 3자 입회 하 재사용 시험 수행 및 데이터 기록"

"공인시험기관 입회 하 성능 측정, 시험 보고서 작성"

3자 입회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시험하되, 공인시험기관의 전문가가 현장에서 입회해 시험 과정과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표준 시험 절차가 없어도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검증 방법이 명확하지 않으면, 심사위원이 의심한다.

"이걸 어떻게 측정할 건가요?"

"측정 데이터를 믿을 수 있나요?"

KOLAS 공인시험기관을 통한 검증 방법을 제시하면, 성과지표의 신뢰성이 확보된다.

필요에 따라서는 해외시험기관을 통해 시험평가를 진행할 수도 있다.


목표는 과제의 약속이다

연구개발 목표와 성과지표는 단순한 문장이 아니다.

정부와 맺는 약속이다.

"우리는 이 과제를 통해 이것을 달성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측정해서 증명하겠습니다"

과제가 종료되면, 최종보고서에서 성과지표 달성 여부를 보고해야 한다.

달성하지 못하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성과지표는 신중하게 설정해야 한다.

너무 낮게 잡으면 심사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너무 높게 잡으면 나중에 달성하지 못한다.

과업 계획을 보고, 우리가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

그리고 가능하면 최소 목표보다 1.2~1.5배 높게 잡아서, 기술 경쟁력도 확보하고 사업화 가능성도 높이는 것.

그게 성과지표 설정의 핵심이다.


목표가 명확해야 과제가 성공한다

연구개발 목표와 성과지표가 명확하면, 과제 수행 방향도 명확해진다.

"우리는 지금 재사용 10회를 향해 가고 있다"

"1차년도에 3회를 달성해야 한다"

이렇게 목표가 분명하면, 연구원들도 집중할 수 있다.

반대로 목표가 애매하면, 과제 수행 방향도 흔들린다.

'우수한 성능'이 뭔지 모르니까, 어디까지 해야 할지 모른다.

사업관리자에게 연구개발 목표 설정은 단순한 문서 작업이 아니다.

과제의 성공 기준을 정하고, 그것을 측정 가능한 숫자로 만들고, 국내외 기술 수준을 분석해서 경쟁력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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