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행복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는 현관 앞,
후끈한 여름 공기가 아직 목덜미에 들러붙어 있을 때,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연다.
열리는 문 사이로 새어 나오는 에어컨의 냉기에 드디어 집에 왔음을 먼저 느낀다.
땀에 젖은 상의 사이로 스며드는 그 차가운 기운이,
오늘 하루 일과의 끝을 알린다.
신발도 벗기 전에 "아빠!"를 외치며 달려드는 아이들.
작고 차가운 손이 내 허리를 감싸온다.
에어컨 바람에 식은 손인데도, 그 손길이 참 따뜻하다.
시원한 집 안 공기 속에서 아이의 뺨이 내 땀 묻은 상의에 살며시 닿는다.
순간, 내 열기와 아이의 차가움이 만나
오늘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린다.
"울 아들~ 오늘 잘 지냈어? 울 딸~ 오늘 뭐했어?"
아이들의 말이 쏟아진다.
학교에서 친구랑 다퉜다는 얘기,
숙제를 잘했다고 선생님께 칭찬받았다는 자랑.
저녁메뉴는 김치찜이니까 빨리 씻고 나와서 같이 밥먹자는 재촉.
에어컨 바람 사이로 아이들의 체온을 느낀다.
끈적한 몸이지만, 아이들의 온기가 참 고맙다.
시원한 거실을 지나 요즘 한창 공부에 열중 중인 아내가 있는 방으로 향한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인터넷 강의 소리와 아내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동시에 반겨준다.
강의 화면 속 또렷한 목소리와 자신감 넘치는 남자의 얼굴이 보여 괜히 질투가 인다.
"여보야, 나왔어~"
화면을 응시한 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들려오는 말.
"응, 수고 많았어. 오늘 많이 더웠지?"
땀은 식었지만, 질투는 아직 식지 않았다.
이 차가운 공간에서 따뜻한 웃음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장난기가 발동한다.
다가가 두 손으로 짝의 뺨을 감싸고 화면에서 억지로 시선을 떼게 만든다.
"무슨 강의길래 이렇게 집중하고 있어?"
짝은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아유, 또 왜 이래~ 땀 냄새 나, 어여 씻고 와."
짜증 섞인 듯한 말투지만, 입가에 살짝 걸린 미소는 놓치지 않는다.
이게 행복이지. 아내를 꼬옥 안는다.
장난스레 1초, 2초... 포옹을 이어간다.
3초를 넘기면 "아 덥다고!" 소리와 함께 짜증이 튀어나올 걸 알기에,
정확히 2초 반에 손을 푼다.
그리고 곧장 화장실로 향한다.
찬물로 샤워기를 돌리는 순간,
얼굴을 때리는 물줄기 사이로
오늘의 피로가 하나둘씩 흘러내린다.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크크크, 이게 행복이고 사랑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