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조(1/3)

병원을 찾다

by 장발그놈

차 키를 두고 나왔다.

다시 올라가야 한다.

며칠 전엔 안경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나지 않아 집 안을 몇 바퀴나 돌았다.


공과금은 어제까지였는데, 깜빡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건망증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깜빡할 수 있는 일들이니까.

바쁘니까, 피곤하니까, 신경 쓸 일이 많으니까.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건망증은 반복되었고, 반복된 실수는 조금씩 더 커졌다.

견적서에 다른 회사명을 적었고, 매입 단가를 견적서에 그대로 적어 넣었고,

말을 하다가 문득, 내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잊어버렸다.


머릿속이 하얗게 지워지는 기분. 그제야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문제를 인정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탓했다.

"왜 이러지? 정신 좀 차려."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이지?"


나는 노력했다.

더 집중하고, 더 꼼꼼하게 확인하고, 더 긴장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는 멈추지 않았다.

자책이 쌓이고, 불안이 커지고,

결국에는 글씨조차 읽히지 않았다.


눈앞에 단어들이 있지만, 의미가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눈앞에서 활자가 녹아내리는 것처럼.


그때서야 알게되었다.

"이건 나 혼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구나."


너무 늦게 인정했다.

늦었지만, 그래도 가야 했다.

도움을 청하는 것이 수치스럽게 느껴졌지만, 이대로 버티는 것이 더 큰 패배라는 걸 알았다.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살아야 했다.


나는 나 혼자가 아니다.

내 실수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고,

내가 무너지는 순간, 나를 지탱하던 사람들도 함께 흔들릴 테니까.

그렇게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는 마침내 병원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