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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의 가치

AI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갖추어야 할 가장 큰 스킬 ‘평판(신뢰)’

by 자유민

요즘 동서고금이나 어떤 사회 시스템이나 개인으로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가치는 바로 ‘신뢰’ 혹은 ‘평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대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과 그의 오랜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찰리 멍거는 늘 ‘평판’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엄청난 돈을 번 그는 돈을 잃을 순 있어도 평판은 잃을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통상적인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지만 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역시 그의 자서전인 <거래의 기술>에서 그가 쌓은 신용 덕택에 은행에서 자본 조달을 할 때나 사업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신뢰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신뢰가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켜내고 쌓아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신뢰를 지키고 쌓아나가는 것은 불편하고, 힘들고, 당장 눈앞의 이익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신뢰와 평판을 쌓는 것이 나에게 유리한 것인지 안다면 그 힘든 과정을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신뢰(=평판, 신용)의 이익에 대해 논하기 전에 도대체 ‘신뢰’란 무엇인가? 신뢰라는 것은 다양한 곳에서 적용되는데 금융에서는 ‘신용도’, 직장에서는 ‘평판’, 사람 간의 관계에서는 ‘믿을 수 있는 사람’ 등의 용어로 표현된다. 표현하는 용어는 다르지만 이 용어들의 공통점은 결국 그 사람의 오랜 이력을 통해 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는 도구이면서 공동의 이익을 함께 추구할 수 있다는 ‘보증 수표’라는 것이다.


먼저 신뢰를 쌓으면 비용과 시간이 절감된다. 금융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대출을 받을 때 신용도가 높을수록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조달할 수 있는 자본의 단위가 커진다. 신용도는 여러 요소로 결정되는데 이 사람이 꾸준히 연체 없이 돈을 갚았는지가 신용도 평가에 중요한 요소이다. 즉, 일관성 있게 은행을 배신하지 않고 꾸준히 원리금을 약속한 날짜에 상환할수록 믿을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업의 측면에 있어서도 대금 상환에 문제가 없을 것이고 대금도 빨리 지급해 주는 거래처라면 어느 정도 가격 할인을 해줄 수도 있다. 무역에서도 ‘신용장’이라는 거래방식이 있다. 수입상이 대금 지불을 하지 못할 때를 대비하여 은행이 보증을 서는 것이다. 수입상과 처음 거래하여 믿을 수 없거나 대금 상환에 리스크가 있을 때 수출상이 주로 요구하는데 이는 무역에서 더 많은 비용과 절차를 필요로 한다. 만약 오랜 기간 문제없이 거래한 업체라면 단순송금 방식으로 더 저렴한 비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직장인으로서 신뢰 혹은 평판에 따라 업무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 절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업무에 있어서 신뢰, 평판이 부족하면 불필요한 절차가 추가된다. 만약 협력하는 파트너가 평소 말을 자주 바꾸거나 흔히 ‘뒤통수’ 친다는 평판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메일이나 메신저 등으로 근거를 남겨가며 일을 한다. 물론 평소 신뢰가 있는 사람과 일을 할 때도 기본적으로 모든 업무는 근거를 남기고 절차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구두로 처리가능한 업무도 신뢰가 부족한 사람과 일할 땐 반드시 메일이 나 협조 전 요청과 같은 수단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또한 똑같은 일이라도 상대방을 신뢰하기 어렵다면 몇 번이고 숙고하고 조사하고 검토하는 프로세스가 추가되어 똑같은 일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요하게 된다.


신뢰가 없다면 생존 자체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우리 인간은 협력하는 존재이다. 아무리 천재라도 무언가를 달성하고자 할 때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드물 것이다. 나도 사실 혼자 무언가를 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느끼게 된다. 이를 가장 크게 느끼게 된 것이 대학원 때였다. 사실 나는 혼자 분석하고 생각하는 것이 좋아 수학, 통계, 데이터 분석 등을 공부하는 ‘Business Analytics’ 석사 과정에 지원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 과정을 밟으며 협력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 하면 ‘1’을 할 수 있을 것을 능력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니 ‘5’라는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걸 보았다. 그제야 왜 많은 기업들이 채용 시 ‘커뮤니케이션’, ‘협력’이라는 모호하다고 생각했던 소프트 스킬을 강조하는지 알게 되었다. 개인 프리랜서가 아닌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업무를 누군가와 협력하며 만들어 가게 된다. 따라서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나와 협력하는데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게 되고 이는 곧 나의 가치를 감소케 한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앞서 보았듯이 신뢰는 그 사람의 '행동 이력'을 통해 결정된다. 그 사람과 함께하면 최소 나에게 해가 되진 않는다는 것,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나에게도 이익이 발생한다는 인식이 될 때 신뢰가 형성된다. 신뢰는 일종의 ‘리스크 판단기’이다. 리스크가 낮을수록 나와 함께하는 비용이 절감되고 내가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된다. AI시대에도 인간은 협력할 것이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가족 간에도, 직장에서도 이 사회에서도 내가 잘 살아내고 생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 혹은 '평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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