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성장(Growth)의 의미
노동의 가치가 전례 없이 떨어지고 있는 시대이다. 직장인으로서 성과를 내고 승진, 이직을 통해 몸값을 올리려고 발버둥 치지만 집값, 비트코인, 주식과 같은 자산이 훨씬 더 빠르게 오른다. 열심히 나를 갈아 넣어 일을 해도 돌아오는 건 망가진 몸과 정신이며 언젠간 회사로부터 버려지는 건 아닐까 두렵다. 드라마 <서울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보며 '혹시 저기 나오는 김 부장이 나의 미래는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드라마를 보고 나면 찝찝한 마음이 몰려온다. 성장하라는 조언을 받으면 혹시 나를 착취하기 위한 가스라이팅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직장인으로서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가? 내 노동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성장하고 시간과 정신을 쏟아부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성장이란 그럼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직장인으로서 성장의 본질은 '다양한 경험, 학습, 올바른 태도에서 비롯한 문제 해결력의 향상'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본다. 직장인으로서 뿐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도 성장이란 삶에서 여러 상황에 맞닥뜨리고 이를 해결해 나가며 삶의 지혜를 갖추는 과정이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며 그로부터 새로운 문제를 맞이한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직장에서는 새로운 성과 목표, 신규 서비스 개발이라는 회사의 미션, 골치아픈 인간관계일 수도 있고 가정에선 아이에 관한 문제, 부모님에 관한 문제일 수도 있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내 인생의 철학이자 목표 중 하나이다. 남들보다 인생을 길게 살진 않았고 인생에 큰 굴곡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인생을 살며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금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뭘까?', '어떻게 하면 다시는 이런 어려움을 안 겪을 수 있을까?', '나의 자녀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떻게 하면 잘 해결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떠한 고난이나 어려움이 와도 이를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철학과 목표 하에 나는 직장인으로서도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직장인으로서 성장하면 무엇이 좋아지나? 우리는 왜 직장인으로서 성장을 추구해야 할까?
먼저 성장하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과 기회가 많아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 중 하나는 '자유'이다. 자유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상태이다. 직장인으로서 자유를 가지긴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성장하여 권한과 자격을 갖추게 되면 직장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최근에 내가 이를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AI 혹은 데이터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당장 AI나 데이터와 관련은 없지만 맡은 업무를 나름 성실하게 수행하여 나쁘지 않은 사내 평판을 만들었고 관련 대학원으로 진학하여 AI와 데이터에 관한 지식과 스킬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이후 회사에 AI 혹은 데이터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로 가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바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긴 기다림 끝에 최근 운이 좋게도 관련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다.
성장하면 삶이 더 만족스러워진다. 많은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비슷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비슷한 문제를 가진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성장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어려운 문제나 업무를 피하지 않고 해결하다 보면 그 과정 속에서 스트레스도 받지만 나름의 성취감도 느낀다. 성취감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건전한 도파민이다. 직장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게임을 하는 것처럼 맡은 업무나 문제를 해결하고 경험과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며 나를 레벨 업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직장에서 성장하며 얻은 지혜나 경험들을 살려 나중에 내 사업이나 부업, 이직할 때 활용할 수도 있고 내 삶의 다른 방면에 적용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직장인으로서 성장은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유익하다. 꼭 커리어에서의 성장이 금전적인 보상으로 반드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재테크나 투자 공부에 시간을 쓰는 것이 금전적으론 이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삶에 있어 자산의 증식도 중요하지만 나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가정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길다.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24년 OECD 기준 약 1,865시간이며 법정근로시간 기준 연간 총 근로시간은 약 2,508시간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인생에 정답은 없기에 모두에게 적용되진 않겠지만 난 직장인으로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직장에서 매일 조금씩 레벨 업하며 유익한 도파민을 얻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직장인으로서 성장은 단순히 일의 능력이나 스킬의 성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제해결을 위해 좋은 대인관계를 구축하고 협력하는 방법, 리스크를 방지하는 방법,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등 소프트 스킬을 올리는 것도 직장인으로서 성장시킬 수 요소들이며 이러한 능력들은 직장 밖에서도 정말 유익한 스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