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이 히트를 치며 2030 세대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나도 90년대생이라 90년대생을 분석해놓은 글을 보며 어느 정도 공감하기도 했다. 요즘 나를 비롯한 90년 대생들의 가장 관심 있는 단어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과 "경제적 자유(FIRE, Financial Independece Retire Early)"이다. 한창 일을 하고 커리어를 쌓아나가야 할 2030 세대에서 커리어적으로 성공하겠다는 사람은 잘 보지 못했다. 한 회사의 임원이 되겠다고 하면 바보 취급받기도 한다. 많은 2030 세대에게 직장은 그냥 월급 받는 수단일 뿐이고 일찍 퇴근해서 내 삶을 즐기고 재테크를 통해 빨리 은퇴하는 것이 목표이다. 통계적으로도 보면 2030 직장인의 40% 이상이 직급이나 승진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출처: 파이낸셜 뉴스, https://www.fnnews.com/news/201910301040227787)
2030 세대가 워라벨이나 재테크를 통한 경제적 자유를 쫓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이나 직업이 주는 만족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업은 소득창출과 소속감, 그리고 자아실현의 수단이다. 그러나 내 월급보다 빠르게 오르는 집값을 보고, IMF 당시 부모님 세대의 대량 실직 사태 등을 지켜보며 한 회사에 충성하는 것은 바보 같은 것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렸다. 더 이상 직업이 주는 소득창출과 소속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지금의 직업이나 회사가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느냐이다. 사람은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한다. 일을 하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며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때 사람은 희열을 느낀다.
2030 세대는 부모 세대와 달리 '자아'의식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현재 50대 이상의 세대는 형제/남매가 보통은 3명~7명 정도였다. '나' 보다는 '가족'이 더 중요했고 가족이라는 조직 안에서 내 역할을 찾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먹고살기도 힘드니 내 자아실현보다는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러나 2030 세대는 형제/남매가 보통 1~2명이거나 외동인 경우도 많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서포트를 받고 대부분이 좋은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즉, 내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온 세대이다. 그러니 자아의식이 상대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아의식이 강한 2030 세대들이 직장에 오면 '현타'가 온다. 전통적인 한국기업 문화에서 직장인은 보통 하나의 '부속품'이다. 지금은 많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보통의 한국기업에서는 비합리적인 문화, 관행이 남아있는 곳들이 있고 수직적인 문화로 인해 본인의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나'가 중요한 2030 세대들에게 '나'가 무시되는 환경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이러한 생각이 든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뭐였지?', '난 어떤 삶을 살고 싶지?'. 그러나 문제는 '내'가 중요한 2030 세대들이 '내가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 어릴 적부터 목표는 그저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업이나 직장을 갖는 것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또한, 집값은 치솟는데 월급은 오를 기미도 안 보인다. 그러니 굳이 회사에서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승진하는 것보다 빨리 집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한다던지 재테크로 성공해서 빨리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많은 2030 세대들이 공무원, 공기업 혹은 외국계 회사를 더 선호한다.(물론 공무원, 공기업, 외국계라고 다 좋은 문화를 가진 것도 아니고 이러한 기업에 가더라도 본인의 적성이 맞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워라벨과 경제적 자유를 쫓는 2030 세대가 돼버린 이유는 사회/경제적인 구조상의 문제가 크다고 본다. 그러나 개인이 당장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2030 세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는 인생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낼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이 너무나 싫거나 힘들더라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목표가 없다면 계속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워라벨이라는 단어도 물리적인 시간으로 워크와 라이프를 나누는 단어가 아니다. 내가 정말 즐거운 일이라면 8시간이든 12시간이든 즐거울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정말 하기 싫은 일이라면 단 3시간도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꾸준히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삶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 등 계속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 고민해서 안 나온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꼭 직업적으로 만족하지 않더라도 워라벨을 통해 취미생활이나 다른 부분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것이다. 하지만 2030 세대가 계속 일을 해야 한다면 아마 최소 10년 이상은 일을 해야 할 텐데 좀 더 나에게 잘 맞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모든 게 완벽한 직장이나 직업은 없겠지만 이왕이면 내가 보람을 느끼고 내가 성장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 '정신적인 워라벨'을 만족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훨씬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