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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Jul 21. 2021

[On y Go] 한노아 사진전

a.k.a 딸배 사진전


포스터











보도자료







작가노트 및 보도자료 / 사진 위주 류가헌 갤러리 제공






작가, 한노아,नूह


작가 셀피 / 사진=한노아 제공


한노아와의 인연은 내가 군대에서 막 전역하고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2014년 초가을 무렵, 유라시아를 횡단하기에 앞서 본인에게 노하우를 물으러 찾아왔던 일을 계기로 지금껏 연락하고 지낸 얼마 안 된 소중한 동생이다. 이 친구는 사진작가로 본인의 여행을 필름 카메라로 담아왔으며 이후 상업 사진과 예술 사진을 함께 병행하며 각각의 두 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이다.



2~3달 전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한노아가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를 선언하고 먹고 사니즘에 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그에게 배달을 제안했고 그는 그렇게 쿠팡이츠와 배민 커넥트를 그의 베스파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 무렵 한노아는 자연스럽게 그의 배달 이야기를 필름 카메라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번 사진전은 단순 배달 노동자의 '먹고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매트릭스 같은 사이버 세상(AI 자동 배차 시스템)에서 살아가는 본인과 그리고 실재적 공간인 서울을 배달 노동자의 눈으로 바라본 이야기다.



홈페이지: https://www.noahan6x7.com/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noahan6x7/




배달의 민족, 倍達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배달은 어원으로 볼 때 '배달=박달=밝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밝은 사람들, 즉 한인을 의미하며, 우리 한민족을 의미한다. 목숨 걸고 음식 배달을 빨리해서 우리 민족을 배달의 민족이라 고 부르게 된 것은 아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거대 AI 시스템의 도입으로 배달의 풍경은 크게 바뀌었다.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모든 차량들이 일시정지할 때 라이더들은 오토바이 거치대 위에 올려진 배달 앱을 보느라 고개들을 푹 숙이고 있다. 하지만 1분 1초 빠르게 배정된 음식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목숨 걸고 달리는 모습은 바뀌지 않는다.



행위의 껍데기는 바뀌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딸배,वितरण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우는 딸배 (본인, 장준영) / 사진=한노아 제공


배달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용어로 배달을 거꾸로 바꾼 달배를 좀 더 입에 달라붙는 된소리화하여 '딸배'라는 말을 쓴다.


도로 위에 있다 보면 왜 그들을 딸배로 표현하는지 금방 알게 된다. 신호위반은 기본, 역주행, 중앙선 침범, 횡단보도 및 인도 이용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이 많다. 더불어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앳된 얼굴을 한 젊은 친구가 긴팔 이레즈미에 슬리퍼를 신고, 담배를 꼬나물고, 헬멧도 안 쓴 채 달리는 모습 등은 참 가관이다. 그러한 인식들로 인해서인지 배달 노동자들을 딸배로 비하하는 용어가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하지만 성급한 일반화는 금물.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안 그러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들은 자신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간다. 남들 밥 먹는 시간 때 사소한 행복을 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



태도, 요가 योग


사진=한노아 제공


요가라는 말은 원래 행위 혹은 행동을 뜻하는 말로, 지금 현재 사진을 찍으며 글을 쓰는 나의 행위도 요가라 할 수 있다. 매트를 깔고 몸을 찢는 행위만이 요가라는 뜻이 아니다. 고대 베다의 문헌에 요가에 관한 정리가 있다.


요기(요가 수행자)들은 인간은 어떻게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인간은 어떻게 죽음을 초월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두가지에 대한 답으로 아시나(체위)를 통하여 육체적인 아픔을 통제하였고, 프라나야마(호흡)을 통하여 감정적인 고통을 통제하고, 명상을 통하여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진정한 이해를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자신의 몸을 초월하여 영원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베다-


배달을 나선 나는 최대한 깔끔하고 정갈한 복장을 하고 도로위에 선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 "나 원래 배달하는 사람 아니에요"를 피력하는 것이 아닌, 매장에 음식을 픽업하러 갈때 혹은 손님에게 받은 음식을 전달하러 갈때 그들에게 주는 인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존엄은 스스로 지키며, 상대방에게 불쾌함을 안 주기 위한 태도로 깔끔하게 일을 한다.


비록 그들이 나를 무시할 지라도, 최대한 웃으면서 그리고 공손히 인사를 건낸다.


결국 요가는 이론이 아닌 실제적 삶의 길이라는 것을, 배달을 통해 배워나간다.



도로 위의 카스트, जाति


사진=한노아 제공


도로 위를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 비유한다면 브라만은 고급 세단 및 고가의 유명 외제 차량들, 크샤트리아는 보다 대중적인 외제차 및 국내에서 생산되는 고가의 차량들, 바이샤는 국내 중형 및 준중형 차량들, 수드라는 영업용 차량들 및 소형 자동차, 마지막으로 4개의 계급에도 해당 안 되는 불가촉천민 달라트는 도로 위의 배달노동자가 타고 다니는 이륜차가 아닐지.



달라트들은 도로 위에서 눈치를 본다. 차량과 차량 사이 혹은 좁은 인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그러다 종종 운이 나쁘면 버스 혹은 대형 트럭 뒤에 있게 되는데 한 여름에는 매연 기관에서 나오는 열기 때문에 죽기 일보 직전이다.


그리고 사고에 아주 취약하다. 예전에 어떤 파이터가 한 말이 유행한 것처럼 '스치면 죽음'이다.



이륜차를 타는 모든 사람들은 길 위에서 겸손해야 한다. 이륜차를 타기 전 나의 과거가 작가이든, 사업자이든 하등 중요하지 않다. 달리지 않으면 넘어지고, 넘어지기 않기 위해서는 달려야만 하는 0과1의 이진법의 운명을 스스로 짊어졌기 때문이다.



다르마, धर्मः



사진=한노아 제공


다르마라는 말이 있다. 힌두교 3대 경전인 베다, 우파니샤드, 바가바드기타의 주요 덕목 중 하나인 다르마는 우리말로 표현하면 의무, 규범, 법이라는 뜻이 적용된다. 인도 국기의 상징인 수레바퀴는 전륜성왕이라고 불리는 아소카 대왕의 전차 바퀴에서 유래되는데, 다르마의 가치가 상징화된 문양이다.


배달인들의 다르마는 고객들의 소중한 음식을 빠르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적 규범이다. 배달에 대한 사회 규범적 인식이 부정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달 행위를 함으로써 '먹고 사니즘'을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식당과 고객 사이의 니즈를 연결시켜주는 중개인들이다.



서울, सोल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서울이라는 공간은 하루 벌어먹고사는 이들에겐 무참한 실패의 공간이다. 1인 가구로서 살아가는 나에게는 서울에서 가족이라는 정서적 공간을 꿈꾸지만, 그 작은 소망마저도 이제는 큰 소망이 아닐까 한다. 인류애가 사라진 공간으로 가고, 결국은 골목 끝으로 간다.


80년대 말, 꿈과 희망의 90년대로 진입하는 그 시기, 가수 윤수일 씨의 아파트의 가사에서는 서울이라는 공간은 회색빛으로 묘사되지만 그래도 그곳에는 '나'가 전화하면 상대방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언제나 반갑게 맞이하여준다. 하지만 밀레니엄이 20년이 지난 지금은 그 작은 아파트조차 꿈꾸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서울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서울'로 불리지만, 그 느낌은 회색빛을 넘어 사람의 냄새마저 사라지고 꽤나 편리한 시스템이 점칠 된 이상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결국 서울이라는 공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여러 차원이 각 시대의 가치를 공유하는 존재의 공간으로 발 돋움 하는 계기가 아닐까 한다.



에필로그,उपसंहार


한노아의 사진과 더불어 이 블로그에 덧붙여 쓴 나의 글은 배달 노동자의 먹고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그들을 깎아내리거나 혹은 우리 (한노아 & 나)가 이 일을 했기에 소위 딸배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작가의 시각에서 본 공간, 사람 그리고 시대를 말하는 것이고 그곳에서 어설프게 휴머니즘 따위를 찾는 것도 아니다.


'라면을 끓이며'라는 수필을 쓴 김훈 작가가 말했듯, 먹고사는 것의 비루함은 어느 직업이든 다 있다. 도로 위의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배달노동자의 삶과 그들이 누비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사진이라는 예술작품으로 개개인이 바라보고 느낀 점은 다 다를 것이다. 한 번쯤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반추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천을 한다.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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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사진=한노아 제공







일시 및 장소


일시: 2021년 7월 27일- 2021년 8월 6일

장소: 사진 위주 류가헌 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6




ps: 거대 인터페이스 3부작으로 다음에는 '틴더'에 관한 사진과 글을 기획할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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