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변호사를 그만두고 "뭘 하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무렵, 우연히 제주에서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이재웅"을 만나게 되었다. 허름한 술집에 앉아 "혁신가를 키우지 못하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 쌓여있던 체증이 뚫리는 것 같았고, 그날의 대화 이후 투자자와 창업가의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우연히 만났다
고 했지만, 사실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며 법과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면서 "상법"을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경영에 대한 관심에서였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로펌에서 일하면서도 "작지만 강한 혁신 기업"을 돕는 일에 집중했다. 그런 관심은 변호사라는 본업 외에도
창업가를 인터뷰하고 글 쓰는 일
로 이어졌다. "이재웅" 이라는 벤처기업가는 작은 사무실에 앉아 글을 쓰며 '언젠가는 만나게 될 사람' 목록에 올라있었다. 사업에 대한 관심이 어설픈 시도였지만 '법률사무소 겸 북카페' 창업으로 이어졌던 경험을 갖고 있었기에, 이재웅의 투자 제안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콜을 외칠 수 있었던 것이다.
우연한 만남으로 창업가로의 인생이 시작된 것 같아 보이지만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나는 "이재웅의 투자 제안" 이라는 우연을 기회로 만들기 위한 의도적 수련 과정을 거쳤던 것이다.
미국 상담학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커리어상담의 대가, 존 크럼볼츠 J. D, Krumboltz 박사는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 theory)’이라는 이론을 발표했다. 개인의 커리어는 완벽하게 계획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우연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는데, 사람에 따라 우연을 기회로 활용하는 능력에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 '계획된 우연' 이론의 핵심이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우연을 개인의 노력으로 기회를 만들면 성공적인 커리어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과정에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계획된 우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연을 기회로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존 크롬볼츠 교수는 1) 호기심 2) 인내심 3) 유연성 4) 낙관성 5) 위험 감수의 태도가 우연을 기회로 만든다고 강조한다.
5가지의 요소는 읽고, 쓰고, 외워서 얻는 지식과 스킬이 아니라 삶을 관통하는 태도다. 당장의 스킬 이나 지식은 입사의 관문을 통과시켜 주는 역할을 하지만, 채용 여부, 커리어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는 결국 "태도의 힘"이다. 5개의 요소가 갖고 있는 특징을 상술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호기심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도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를 호기심을 갖고 찾지 않는다면 어떤 기회도 얻을 수 없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야하는 일"을 하면서도 20%의 에너지를 남겨 "내 일"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2) 인내심
뭔가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이내 그만둬 버린다면 어떤 교훈과 배움도 얻을 수 없다.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3년 동안은 해봐야지"라고 기한을 정해서 시도해 보고, 실패했다면 "나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를 얻어야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3) 유연성 4) 낙관성
갑작스러운 지인의 부고를 접하게 되었다. 아직 40대에 불과하니 모두가 망연자실할 뿐이다.
우리는 한 치 앞도 모른 채 나아갈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저 오늘 하루 무사하면 "감사할 뿐"이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유연성과 낙관성은 불확실과 불안을 긍정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한다.
5) 위험감수
15년 모바일 생태계가 생겨나기 시작할 무렵, 내 주변에는 직장을 박차고 나와 IT스타트업을 창업한 이들이 가득했다. 그들이 손에 쥘 수 있는 월급이란 소박한 금액에 불과했다. 10 중 8이 망하는 현실에 뛰어드는 위험감수한 이들 중 일부는 잭팟의 결과를 얻었다.
모두가 창업이라는 큰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1)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면서
2) 이거 필요할 것 같은데? 싶은 걸 찾게 되면 휴식 시간의 일부를 투자해 인내심을 갖고 시도해 보고
3) "아니다" 싶으면 손절하고 다시 시도하고
4) 실패의 결과에 낙담하기보다는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배웠다는데 스스로를 위로하며
5) 남들이 안 하는 시도를 하는 위험을 감수한다면
커리어의 성장곡선과 소득곡선을 2배속 이상으로 키워갈 수 있다.
지난 목요일 진행했던 공개 수업을 위해 만들었던 오픈 카톡방을
소통의 통로로 유지하기로 한 것도
누군가에게는 공개 강의로 만난 인연이 커리어 하이의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https://open.kakao.com/o/gkYYtuqg
15년 전 이재웅이라는 투자자가 내게 건넨 손을 덥석 잡아 오늘의 내가 될 수 있었듯
내가 건넨 손을 잡아 훨훨 날아오르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서로를 환대하는 마음이 모이면 좋겠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_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