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 2025 카합 10142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결정
8개월여간의 법적 공방 끝에, 지난해 12월 법원이 결정을 내렸다.
퇴사한 직원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한다고.
그 직원은 법원의 영업금지 가처분 결정에 따라 매장 문을 닫았다.
그 직원은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별것도 아닌 노하우잖아.”
일월카츠의 창업자 오세영 셰프는 열일곱 살부터 요리를 시작했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음식 장사를 했다.
그래서 가족은 말했다. "너는 먹물로 살아라."
그는 결국 같은 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가 꿈꾼 건 달랐다.
고생만 하고 돈도 못 버는 식당 말고, 손님에게 행복한 경험을 주는 식당.
양식, 일식, 한식, 제면, 요리주점.
닥치는 대로 일했다.
마지막으로 일하던 업장이 코로나로 문을 닫았을 때, 그는 결심했다.
'이제 내 매장을 내자.'
아이템은 애정템 — 돈카츠.
요리부터 기획, 홍보까지. 직접 설계한 매장이 일월카츠였다.
1년 만에 대박집이 됐다.
그 성공을 빼앗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일월카츠에서 일했던 000은
2024년 10월부터 약 3개월간 일월카츠에서 홀서빙과 주방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퇴사 후 꼭 한 달 만인 2025년 3월,
'O카츠'라는 일본식 돈카츠 전문점을 열었다.
그의 매장은 조리법부터 메뉴판, 접객방식,
심지어 테이블 위에 올려둔 메밀차까지
일월카츠와 완전히 동일했다.
오세영 대표는 가급적 법적 분쟁을 피하고 싶었다.
여러 차례 연락했다. 사과해 달라고, 그만해 달라고.
돌아온 답은 "법적으로 문제없다"였다.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었다.
법원은 조리기술과 메뉴 구성, 종합적 영업 방식 일체를 영업비밀로 인정하면서
금지명령 위반 시 하루 150만 원을 채권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첫째, 조리기술.
워머와 탐침온도계를 이용한 특정 온도·익힘 조절 방식. 손님이 주방을 들여다봐도 구체적인 온도와 시간은 알 수 없다. 역설계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둘째, 기름 레시피.
식용유에 라드유를 섞고, 팔각·정향·월계수를 더한 조리용 기름. 일반적이지 않은 조합이고, 비율은 내부에서만 알 수 있다. 채무자는 "라드유 100%를 직접 추출해 썼다"라고 했지만, 법원은 믿지 않았다. 직접 추출하면 양이 적고 상온에서 굳어 실제 영업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셋째, 메뉴 구성 자체.
어떤 메뉴를 몇 가지 만들고, 얼마에 팔지 결정하는 일. 시장분석, 원가 계산, 수많은 시행착오. 그 결과물도 보호받는다.
글로벌 기업 간 기술침해 사건에 비하면 돈카츠 레시피는 소박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소송을 수행하며 들여다보니,
법원이 인정한 영업비밀은
오세영 셰프가 열일곱 살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쌓아 올린 피, 땀, 눈물의 결정체였다.
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인정한 것은 레시피가 아니라
오세영 셰프가
수없이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고, 포기하지 않은 시간의 총합이다.
글로벌 대기업의 영업비밀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이웃이 피, 땀, 눈물로 쌓아 올린 결과물을
우리가 먼저 존중해야 한다.
내 이웃이 잘 되어야, 우리가 산다.
다행히, 법원도 골목전쟁에 숨어있는 피, 땀, 눈물을
세밀하고, 현명하게 판단해 주었다.
일월카츠와 함께 한 8개월이,
결코 헛되지 않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