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온 한국 요리사
오늘 아침 문득 반찬을 만들면서 드는 생각은,
나는 반찬을 한 번도 겹치게 만드는 법이 없기 때문에 얼마나 무궁무진한 음식이 나올지 나 조차 기대가 되기 때문에 하나씩 글로 풀면 재밌을 것 같아
이렇게 끄적인다.
올해로 15년차 요리를 쭉 이어온 나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 있다. 한국에서의 요리사 생활을 뒤로하고 조금 특별하고 색다른 경험을 하기 위해 파리로 워킹홀리데이를 왔다. 파리 미슐랭 레스토랑 취업을 위해 열심히 구인 중이기도 하다.
자취를 오래 했다보니 나는 어딜 가든 주방에 관심이 많다. 그렇다보니 주방 곳곳을 나만의 공간으로 꾸며놓는데 일가견이 있거나, 하나 하나 식재료들로 차곡 차곡 쌓여가는 냉장고 안을 들여다 보는 것을 좋아한다. 파슬리, 바질, 간장, 파프리카 파우더, 생강가루, 마살라 등등 우리에게 친숙한 재료나 특별한 재료를 수집하는 것도 좋아한다.
음식이야기는 다른 이야기 보다 쉽게 써진다. 요즘 불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요리 관련 단어가 쉽게 이해되고 그걸 좋아하는 걸 봐선 확실히 자신이 뭘 할때 더 집중하는지를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음식이야기를 많이 써보려고 한다.
글은 생각만 하기보다 끄적거려 보는 게 훨씬 좋다. 그리고 나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할일을 미룬 채 지금 내가 앉아 있는 공간 역시 0.01평 되는 의자에 쪼그려 앉아 휴대폰을 두드리며 글을 쓰고있다.
다시 한 번 본론으로 돌아가서 요리를 할 때면 온신경이 요리 만드는 데에 집중된다. 참 희한하다. 오래 요리를 했는데도 좋아하는 걸 보면 말이다. 내가 프랑스에서 만드는 음식은 전부 한식이 베이스이다. 대신 향이나 풍미는 서양 음식이나 동양 향신료를 가미했다. 한마디로 퓨전이다. 갈비찜이지만 른당 형식으로 바꿔 만든다거나
닭곰탕이지만 어니언 수프의 향과 풍미를 살려 닭곰탕을 만든다거나, 가지 무침의 반찬을 만들지만 간장과 버터를 섞어 쓴다던지.
처음에는 이런 반찬을 만들기가 힘들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만들면 힘들다는 생각보다 맛있게 나눠 먹고 싶은 생각이든다.
이쯤 되어서 느끼는 게 우리 어머니는 머리가 여러개인 것 같다. 하나도 겹쳐서 먹었던 반찬이 없기 때문이가. 심지어 일을 하면서도 밥을 만들 때는 불평한 번 하지 않으셨다. “아들이 돈까스 좋아하니까 했지”, “맛있게 먹으니까 내가 다 배부르네” 등등 항상 요리를 할 때 마음가짐이 상대방을 위함. 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나도 반찬을 만들면서, 밥을, 끼니를 준비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내가 맛있게 음식을 만들고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가 첫번째 내가 요리를 하는 이유인 거 같다. 그 때 나는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오늘은 뭘 먹지? 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에 초점을 두며, 그 과정 자체를 즐겨보자! 아마 밥을 만들고 싶을 것이다.
p.s 기회가 된다면 파리에 있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반찬 쿠킹클래스도 열것이다. 최대한 현지 재료를 가지고 한국맛을 내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그 것 자체로가 한국의 식문화니까, ”있는 걸로 하면 되지“ 이게 바로 한국 문화다.
우리의 식문화자체를 프랑스어로 잘 설명하는 게 워홀을 하는 가장 큰 이유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