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가 맵다.

너 나 건들지마.

by Bob chef
숨막히는 서비스 정리 오와열

가드망저에 들어서고 나는 로렌조라는 사수를 만나게 되었다. 이 친구는 이탈리아에서 왔고, 이 직장 전에 프랑스 리옹의 3스타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또 나보다 무려 10살이 어리지만 실력만큼은 정말 뛰어났다.


특히 작업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한 속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미장 플라스에서 나보다 많은 가짓수의 일을 맡고 있었지만

나보다 빨리 끝냈었다. 하지만 나는 정말 이 친구가 싫었다. 왜냐면 나한테만 뭐를 자꾸 시키기 때문이다. 내가 언어를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1층에서 작업을 하다가 지하를 내려가기만 하면 뭐를 가져다 달라고 이야기 하고, 전부 나를 시켰다.

나는 이게 맞는 상황인지 정말 헷갈렸다. 다른 친구들의 포지션에 있어서는 그렇게 시키는 동료가 한명도 없었기 때문인데..


냉장고 정리, 숨막히는 서비스 냉장고, 마감후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는 랩질

이게 무슨 말인지 쉽게 설명을 하자면 내가 예를 들어 비트 라비올리를 만들고 있으면 로렌조는 닭을 손질하고 있다. 그러면 나한테 이렇게 말한다. "밥! 밑에 내려가서 냄비랑 우유 감자를 가져올 수 있어?" 이렇게 시킨다. 심지어 프랑스에서 꼭 필수로 해야하는 sil vous plat - 영어의 please 와 같은 뜻의 문장도 없이 말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나도 내 사수니까 이 친구가 말하는 것은 들어줘야지" 근데 이게 하루가 지날 수록 시간이 지날 수록 엄청 많아지고, 그 친구는 설렁설렁 있고 내가 심지어 엄청 바쁠때도 그 친구가 나한테 뭐를 자꾸 시키는 것이었다. 나는 진짜 속으로 울분을 다졌다. "너 한 번만 더 나한테 그렇게 이야기 해봐.."

오일 추출, 서비스 오일, 하트 오일

가드망저라는 포지션은 말 그대로 음식을 지키는 자를 뜻한다고 한다. 프랑스 음식, 그러니까 현대 프랑스 레스토랑에 있어서 문지기 같은 역할을 가지고 있는 정말 아주 중요한 포지션인데 우리 레스토랑에서는 찬 음식의 모든 부분을 가드망저가 관리했다. 나는 그 중에서도 허브 오일, 시폰 소스, 허브를 관리 했었다. 레스토랑 특성상 관리하는 오일의 가짓수가 정말 많다. 그리고 오일을 만드는 온도도 다르고, 보관방법도 다르고, 만드는 방법도 다 달랐다. 또한 버터나, 빵 같은 것도 다 관리를 했었고, 버터도 녹여서 모양을 잡고 뿐만아니라 생선과 닭도 손질했다. 한국에서도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처음 하는 친구들이 맨 먼저 하는 포지션이 가드망저라고 한다. 그만큼 요리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어야 하고, 많은 걸 요구한다.

안경쓴 친구가 로렌조


로렌조는 또 다시 나에게 이것저것 일을 시켰다. "밥, 밑에 내려가서 이것좀 가져다줘" 나는 그 순간 진짜 이성을 잃고 한국어로 이야기 했다. "XX" 일하던 친구들이 다 나를 쳐다봤고, 로렌조도 당황했다. 수셰프 알렉스는 나에게 "워우! 밥!" 이러면서 말렸고, 옆에 있던 동료들도 나에게 그만하라고 했다. 나로써는 순간 내가 차별을 당하는 건지 싶었고, 언어가 안되다 보니 한국어로 정말 쌔게 말을 했었는데 그게 화근이 될 줄 몰랐다. 나는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약하지 않다는 것을.. 뒤 돌아 생각해보니 그건 참 무식한 짓이구나 싶었다.

극악 난이도 비트 라비올리

이 상황을 지켜본 알렉스는 로렌조와 다음날 나를 다른 방으로 따로 불렀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다. 나는 내가 로렌조가 나에게 어떤 만행을 했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영어로 작성을 해서 달달 외워서 갔고, 축약해서 메모장에 적어갔다. 로렌조 이 친구가 진짜 얍삽한게 일을 설렁 설렁 하다가 셰프님만 오면 자기가 일 열심히 하는 것 처럼 연기를 하면서 나에게 지시하고, 명령하고 그걸 보여주기 식으로 연기했다. 나는 그게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알렉스 나 로렌조가 함께 모여 어떤게 문제냐고 이야기를 하고 방향을 다시 잡았다.

피죵 손질하는 나

근데 그렇게 말을 한 첫날에는 괜찮더니 날이 지날수록 더 심해졌고, 이 문제가 뒤이어 서비스에서도 영향을 끼치면서 셰프님은 아침에 일찍와서 로렌조랑 이야기하고 해결보라는 지시를 내렸고, 나는 로렌조랑 이야기 해서 나의 문제점 너의 문제점을 이야기 하면서 팀으로써 발을 맞춰가고 싶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본 결과 로렌조는 이 상황이 탐탁치 않았던 것 같다. 고집이 엄청 있었고, 나는 그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 로렌조, 나는 너는 셰프님의 팀이고 같은 동료야, 다른 애들은 일할때 시킬 것만 시키는데 너는 하나부터 열까지 나만 찾고 나만 시키잖아. 이건 불공평한거라고 생각해. 나도 일하는 스타일 자체가 정리를 하면서 하나하나씩 해결해 가는 타입인데 너는 계속 나한테 빨리 하라고만 하고 정확한 방향을 제시 하지 않아. 그러니 너가 맡고 있는 부분을 나한테 조금씩 주면서 그 일은 내가 하나씩 잘 차근 차근 처리 해볼게."


그렇게 이야기 하고 나는 가드망저의 모든 레시피를 로렌조에게 건네 받았고, 나는 이를 악물고 미장플라스 시간단축을 위한 방법을 찾으면서 일을 오히려 내가 더 많이하고 정확하고 빨리 끝냈다. 그리고 로렌조는 나를 존중해줬고, 나는 로렌조에게 말 끝마다 please, 혹은 sil vous plat 라는 예의를 갖출것을 말했다.

말도 안되는 오일의 양

그리고 또 머지않아 로렌조는 나에게 똑같은 행동으로 쓸데 없는 것 까지 나를 시켰고 나는 지하에서 진지하게 그 친구에게 이야기 했다. " 경고야, 마지막 경고야. 진짜 조심해 " 이말은 로렌조는 내 눈빛을 봤는지 그 다음부터는 나에게 최소한의 것만 시켰다. 그리고 그 친구는 원래 CDP 로 들어왔지만 중요한 순간에 일처리를 하는 능력이 조금 떨어졌었다. 그리고 심지어 대구 요리 디쉬에서 랩조각이 나오는 실수를 범하고 셰프님이 꼬미로 강등 시켰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오히려 이친구를 컨트롤 하고, 감싸보자. 대인배처럼.

리베쉬 커리잎

그 다음 부터는 마음이 한결 쉬워졌다. 그렇게 나는 이내 적응을 해나가기 시작했고, 차근 차근 꼬인 문제들을 풀어가면서 내가 받았던 스트레스를 벗어냈다. 그렇지만 일의 강도가 정말 지나치게 높고, 서비스의 수준 또한 높고, 업무량 부터 내가 이해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헤쳐나가기가 쉽지가 않았다.

감자.....

이 모든 일은 내 옆에서 동료들은 지켜봤다. 그리고 하나둘씩 나에게 진심어린 이야기를 해줬다. 로렌조는 나뿐만아니라 모든 친구들에게도 썩 좋지 않은 인상을 주고 있고 우리들 또한 로렌조랑 일하는게 너무 힘들다고 말이다. 동료들은 나만 보면 이야기 했다. Ca va? 프랑스어로 싸바는 너 괜찮아? 잘하고 있어? 라는 진짜 자주쓰는 사소한 문장인데 나만보면 싸바? 싸바? 거렸고, 나는 그 때 마다 괜찮다고 이야기 했다. 다만 나는 내가 너무 호구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나를 건들지 말라는 나의 확실한 표현을 로렌조에게 알리고 싶을 뿐이었다.

퇴근 후 친구들 모습, 왼쪽 부터 링웨이 수셰프 알렉스, CDP 엉기


한국인의 매운맛, 작은고추도 맵다는 걸 제대로 각인시켜주고 싶어서 나는 더 이를 악물고 일을했다.

근데 미슐랭 2스타는 확실히 빡셌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월계수잎 태우는 향
냉장, 냉동고 오와열
내가 제일 어려워 했던 버터
대구 콩피, 대구 글라세쥬
JT 선물, 영광의 상처
서비스 세팅
감자 스쿼시 호박 시폰
랍스터 마늘 시폰
6 종의 시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