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감사일기
[해빙 감사일기 – 수요일]
햇살보다 먼저 깨어
이사날 아침이 밝았다.
석이는 묵묵히 운전대를 잡고
엄마와 아들을 데리러 갔다.
그의 침묵은 말보다 무거웠다.
나는 냉장고를 정리하며
속을 다잡았다.
이삿짐을 하나둘씩 내리고,
마침내 새로운 삶의 문턱에 섰다.
하지만,
세입자의 말 한마디가
가슴을 찔렀다.
잔금을 앞두고
계약을 흔드는 말,
내 마음을 덜컥 무너지게 했다.
이미 수리한것 이외에
미처 못고친것과 새롭게 더 고치기로 하고
추가로 120만 원이 더 필요해졌다.
어찌됐든 마무리는 해야 했기에 약속했다.
이후 잔금을 받고
또 다른 보증금을 보내고 빌린돈을 송금했다.
겨우 실타래처럼 꼬인 재정상태를
풀어가는 듯 하다.
짐은 직접 싸고 옮겼다.
손에 멍이들고 발에 부딪히고
허리는 쑤시고
석이와 아들에게 미안함이
커졌다.
아들은 데려다주고
석이와 나는 둘이 마저 집으로 짐을 들였다.
밤이 되어도 끝나지 않은 정리,
난장판 같은 새집 속에서
그래도 함께해주는
석이에게 감사하고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무사히 하루를 마쳤다는 사실에
나는 조용히,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전날 감사일기조차 못올려서
이틀치 감사일기를 쓰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로 마음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