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살아남은 사람의 기록
오후 두 시가 넘었다.
몸이 미세하게 떨린다.
점심 약을 아직 먹지 않았다.
약만 먹으면 된다.
몸을 조금만 일으키면 된다.
그런데 꼼짝하기 싫다.
그냥 이렇게 누워 있고 싶다.
이대로 사라졌으면 좋겠다.
체기도 있다.
이러다 급사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잠깐 생각한다.
아니다.
죽기 싫다.
그래, 나는 살고 싶다.
그때도 그랬다.
수많은 이유가 있었다.
지켜야 할 것, 버텨야 할 것,
아직 보지 못한 것들.
나는 살고 싶었다.
그런데 언니는
단 하나의 이유로 죽었다.
단 하나의 말.
내가 지치고 힘들어서
말다툼 끝에 뱉어낸 독.
"미쳤어? 날 죽일려그래?"
"아닌데, 니가 내가 죽기바라는것 같은데?"
“그래,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그 말이
언니를 죽일 줄은 몰랐다.
그날 이후 나는
아픈 사람이 되었다.
몸뿐 아니라
마음과, 심장까지,
늘 욱신거리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럼 지금은?
지금도 나는 살고 싶은가?
그렇다.
살고 싶다.
이 지랄 같은 인생을
그래도 더 살아보고 싶다.
아프고, 고통스럽고,
가끔은 숨이 막히는 이 생에
미련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그래서 나는 산다.
언젠가 죽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기쁘게 가겠다.
언니를 만나면
따져야겠다.
욕해야겠다.
왜 그랬냐고, 왜 그렇게 갔어야 했냐고.
그리고 마지막엔
보고 싶었다고 말해야겠다.
나는 아직
여기서 살고 있으니까.
몸을 일으켜고 약을 먹었다.
그리고 지금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