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한 달을 채웠다는 사실 하나로

하루하루의 의미-1월

by 장하늘

1월 31일: 한 달을 채웠다는 사실 하나로
– 오늘의 기록 프로젝트 31/365

ChatGPT Image 2026년 1월 31일 오후 10_30_28.png

토요일.
오늘은 8시쯤 일어났다.
스트레칭을 하기엔 시간이 조금 애매해서,
샐러드를 먼저 챙겨 먹고 준비해서 밖으로 나왔다.

나는 엄마네로, 석이는 볼일 보러.
각자 갈 길이 있는 토요일아침의 풍경이다.

엄마네에 도착해서 스트레칭을 하고, 책도 읽고, 웹툰도 조금 봤다.
엄마가 일어난 걸 보고는
엄마가 아침을 드시는 동안
나는 냉동실에서 피자를 꺼내 에어프라이기에 데워 먹었다.

냉장고나 냉동실 파먹기에 발견되는 피자는
‘대충’이 아니라 ‘임시 휴식’에 가깝다.

그러고 나서 잠깐 누웠고,
그대로 잠들었다.

원래는 오후 3시쯤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그 전에 오빠가 집에 왔다.
이번 주엔 못 온다고 했던 터라 반가웠다.

주중에 오빠 생일도 있었고,
같이 나가려고 점심을 먹었는지 물었더니
방금 전에 먹었다고 했다.

그래서 5시쯤 나가자고 했다.

5시쯤 나가려는데 회사 일로 전화가 와서 잠깐 통화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또 다른 분이 전화해서
내일 방문하겠다고 했다.
새로운 초대자와 함께.

이렇게 하루는
계획과 계획 사이에서 계속 모양을 바꾼다.

저녁은 고기였다.
전날부터 고기를 먹을 계획이었고,
든든히 먹었다.

오랜만에 엄마도 잘 드셔서
그게 참 좋았다.

오빠가 와서
걸어가지 않고 차로 다 같이 이동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아주 작은 편의 하나가
오늘의 체력을 지켜준다.

다시 엄마네로 와서
나는 아들과 커피숍에 갔다.
커피를 마시고, 오빠 건 테이크아웃해서 가져다주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짐을 들고.

집에 오니 설거지도 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물도 끓여놓는다.

오늘은 고해성사를 하러 오라고 했는데,
처음부터 마음이 많이 꺼려졌다.

언니에 대한 죄책감.
살인에 대한 생각.
미필적 고의든 무엇이든,
나의 과실 때문이라는 생각, 그게 나의 생각이든, 언니의 생각이었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어차피 언니는 나때문에, 내가 내뱉은 말때문에 죽겠다고 하고는 실제로 죽어버렸는데...
모든 번민들을 아직은 떼어낼 수 없어서.

용서받을 생각도,
세례로서 모든 죄가 씻긴다는데, 그런걸 바랄리가 없다.

그래서 못 갔다.

이건 회피라기보다
지금의 내가 아직 건너지 못하는 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을 지금 당장 건너지 못했다고 해서
영원히 못건널지는 모른다.


그리고 오늘은 1월 31일.
브런치에 매일 글을 올리겠다고 마음먹은 지 한 달을 채운 날이다.

완벽한 글도 아니었고,
매일 기분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달을 채웠다.

이렇게라도
뭔가를 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정말로.


오늘 해낸 것들

샐러드로 아침

엄마네 이동

스트레칭, 독서, 웹툰

피자로 임시 휴식

낮잠

가족과 저녁 (고기)

업무 전화 응대

커피 타임

귀가

15분 루틴(오전, 오후 스트레칭 + 15분 책읽기)

31일 연속 기록 완주


역사 속 1월 31일의 한 장면들

오늘처럼 끝과 지속, 책임과 선택이 함께 놓였던 날들.


1865년 1월 31일 — 미국, 노예제 폐지를 명시한 수정헌법 제13조 의회 통과
수백 년의 관행을 끝내는 데에도
하루의 날짜가 필요했다.
끝은 늘 “결정”의 형태로 남는다.


1958년 1월 31일 — 미국, 첫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 발사 성공
뒤늦게 출발했지만, 결국 우주에 도달했다.
늦음은 실패가 아니었다.


1961년 1월 31일 — 침팬지 ‘햄(Ham)’, 우주 비행 성공
인류의 도약 전에,
먼저 위험을 건너간 존재가 있었다.
역사는 늘 누군가의 선행을 밟아간다.


1971년 1월 31일 — 아폴로 14호 발사
실패 이후 다시 시도한 도전.
넘어졌다는 사실보다
다시 시도했다는 기록이 더 오래 남는다.


1921년 1월 31일 — 아일랜드 독립 전쟁 휴전
총성이 멎는 순간은
완전한 해결이 아니라
“더 이상 쏘지 않기로 한 약속”에서 시작됐다.


1990년 1월 31일 — 최초의 ‘맥도날드 모스크바점’ 개점
이념의 장벽을 넘어
일상이 먼저 스며든 장면.
정치는 늦고, 생활은 빠르다.


2006년 1월 31일 — 최초의 온라인 공개 강의(MOOC 개념) 확산 논의 시작
배움이 교실을 벗어나
누구에게나 열릴 가능성을 갖기 시작한 시기.



오늘의 문장

“나는 아직 건너지 못한 것도 있고,
그래도 끝까지 온 것도 있다.

1월의 마지막 날은,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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