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F 모임의 첫 시작

by 김장호

이번 주는 PGF(Product Growth Forge)라는 독서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모임의 소개글을 빌리자면, PGF(Product Growth Forge)는 프로덕트쟁이들을 위한 'Product & Growth 대장간'을 의미합니다.

제품과 사업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PM/PO, 스타트업 창업가, C레벨 리더들이 모여 독서를 기반으로 실용적인 프레임워크와 인사이트를 얻고, 서로의 생생한 경험을 나누는 실전형 독서 커뮤니티입니다.


저는 데이먼의 뉴스레터를 구독하며, 소식을 접하고 신청을 하게 되었는데요. 운이 좋게도 PGF 1기라는 그 첫 시작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모임의 첫 도서는 PO/PM 직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무조건 읽어봤을 <인스파이어드>였습니다. 책을 읽고 아래 3가지의 아젠다에 대해 책을 읽고 느낀 점, 실무에서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PO/PM의 R&R

PMF 검증을 위한 MVP

프로덕트 구축/개선 프로세스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적게는 5년에서 많게는 20년 가까이의 경력을 쌓아온 분들과 함께 대화를 나눴습니다.

모임에서 나눈 모든 이야기를 이 글에 담기는 어렵겠지만, 아젠다에 대해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1. PO/PM의 R&R: 모호한 경계와 권한의 현실

프로덕트 오너, 프로덕트 매니저, 서비스 기획자 등 회사마다 역할이 구분되어 있기도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는 위 직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일을 하고 있는 당사자조차 "내 직무가 정확히 뭐지?"라고 느낄 때가 많은데, 모임에서도 이 부분에 다들 공감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바라보는 어느 정도의 기준은 있었습니다.

PO: 제품 전략 수립, 백로그 정의, 숫자를 통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ata-Driven) 주도

PM: 시장(고객)과 프로덕트가 회사의 목표(Goal) 및 니즈(Needs)를 어떻게 맞춰 나갈지에 대한 세부적인 제품 관리하는 역할

특히 PM의 이상적인 R&R은 팀의 프로세스를 주도하고 제품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지만, 현실의 주니어 PM에게는 그만큼의 결정권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부분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는데요.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권한의 유무'도 중요하겠지만, 그 권한의 유무를 탓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영향력의 범위'에 집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권한이 주어지길 기다리기보다, 작은 결과물로 신뢰를 쌓아 내가 하는 의사결정의 근거를 제공하고, 결국 내가 만든 그 근거들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의 흐름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 PMF와 MVP: 시장의 핏(Fit)만큼 중요한 '오너의 핏(Fit)'

사실 이 아젠다는 제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모임 당시의 메모를 보고 있는데, 적어 내려간 흔적들만 봐도 '일단 적고 보자'는 마음으로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바빴던 것 같습니다..ㅎㅎ


아마 <인스파이어드>를 읽으며, PMF가 시장과 고객의 가치를 찾는 일이라는 건 이해했지만 실제 그 단어들이 명확히 체감될 만큼의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교과서로만 공부하다가 갑자기 실전 응용문제를 만난 것 같달까요.)


그럼에도 짧게나마 정리를 해보자면, 책에서의 PMF는 시장 고객을 대상으로 그 가치를 찾는 일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현직자분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실제 PMF를 검증하기 위한 MVP 스펙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오너의 핏(Fit)’도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실무진과 오너의 생각이 다르다고, 오너의 생각을 부정하거나 답답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직관이 품고 있는 핵심 가치를 빠르게 MVP로 구현해 시장에서 검증해 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시장의 데이터와 오너의 핏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오너의 비전 혹은 직관'을 객관적인 '시장의 확신'으로 치환해 가는 과정. 그것이 어쩌면 PMF를 찾아가는 또 하나의 경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프로덕트 구축 프로세스: '기능 개발'이 아닌 '지속력'의 관점으로

마지막 아젠다인 프로덕트 구축/개선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한 참석자분이 공유해 주신 고민에 저도 정말 폭풍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었는데요.

책에서 이야기했듯이 제대로 된 문제 정의나 데이터 분석을 거쳐 층층이 레이어를 쌓아가듯 제품을 만들고 싶지만, 현실은 당장 빠르게 기능을 쳐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상위 조직에서 갑작스럽게 꽂히는 기능 요구사항들 같은 경우에는 실무자의 시선에서 볼 때 제품의 본질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말 허울뿐인 스펙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걸 왜 만들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였는데요.


모임에서 만난 선배님이 건네주신 ‘지속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 문제 대한 관점을 뒤바꿀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 자체를 제품과 팀의 '지속력'을 확보하는 과정으로 봐보세요.”

상위 조직에서 기능 요구가 꽂히고 우린 그걸 개발하고 하는 그 과정 자체를 단순히 기능 개발로만 보지 말고, 우리 팀과 제품이 조직 내에서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으로 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느 조직에서든 이해관계자의 요구는 존재합니다. 이를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현재 우리가 가진 리소스를 관리하며 제품의 본질적인 방향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잘 '쳐내는' 것. 그렇게 팀의 리소스를 보존하고 다음 기회를 도모하는 것 또한 프로덕트 매니저의 중요한 실무적 역량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저도 이제 사회에 나와 첫 회사에 입사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요.

서비스 기획, 프로덕트 매니저 직무에 대한 경험을 하면 할수록 이상과 멀어지는 제 모습을 보며 "우리 회사 구조가 이래서 내가 못 하는 거야", "누가 와도 이 프로세스는 못 바꿔" 하면서 저도 모르게 환경 탓을 많이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핑계를 대면서 현실에 적당히 익숙해지려 했던 것 같은데, 그런 찰나에 참여하게 된 PGF 모임은 정말 이름 그대로 프로덕트쟁이들이 모여 있는 대장간(Forge) 같았습니다.


많은 경험을 가지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의견을 나누며 저를 다시 담금질해 볼 기회를 얻은 것 같아 참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모임에서 느꼈던 마음을 잊지 않고 다시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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