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F(Product Growth Forge) 독서 모임의 세 번째이자 1기의 마지막 회차는 정해진 책 대신, "AI 시대, PM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1회차에서『인스파이어드』를, 2회차에서『순서 파괴』를 함께 읽으며 제품과 조직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AI 전성시대에서 각자가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변화를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모임에서 나눈 몇 가지 인사이트를 공유해 볼까 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AI 활용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들어보면 GPT와 Gemini를 주로 쓰는 것 같았는데, 모임에 참여한 분들 대부분이 Claude Code를 쓰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아레나 리더보드를 확인해 봐도 코드 생성, 텍스트 생성 모두 상위권을 Claude 모델이 차지하고 있으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흥미로웠던 건 활용 방식이었습니다. 회사 블로그 글 작성을 자동화하는 사람, 내부 어드민 툴을 직접 만든 사람, 피그마에 쌓아둔 디자인 시스템을 MCP로 연동해서 바이브 코딩으로 프로토타이핑에 활용하는 사람, 서비스 톤에 맞춘 UX 라이팅을 시키는 사람. 활용 분야가 정말 다양했습니다.
Cursor나 Claude Code 같은 터미널 기반 작업은 더 이상 개발자만의 영역이 아니게 된 것 같습니다. 기획, 인사, 회계, 마케팅 등 비개발 직군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고, 이것이 곧 "만드는 것" 자체의 진입장벽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뜻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크게 나누면 Discovery(무엇을 만들지 찾는 것)와 Delivery(실제로 만드는 것)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기획 이후에 디자인하고 개발해서 제품을 완성하는 Delivery 과정 자체가 오래 걸리고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 과정을 얼마나 잘, 빠르게 해내느냐가 하나의 경쟁력이 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AI가 이 Delivery의 속도와 장벽을 정말 빠르게 허물고 있습니다.
코딩 에이전트가 코드를 다 짜주고, 와이어프레임을 만들어주고, 누구나 프로토타입을 뚝딱 만들어볼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만드는 능력" 자체로는 차이를 만들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누구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는 사용자가 진짜 겪고 있는 문제가 뭔지, 시장에서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가 뭔지, 그 문제를 어떤 각도로 풀어야 하는지 등. 이러한 질문들에 남들과 다른 답을 낼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Discovery를 잘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저는 맥락을 읽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가 말하는 것과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 사이의 간극을 읽어내는 것, 조직의 상황과 시장의 흐름 속에서 지금 이 시점에 풀어야 할 문제를 잘 골라내는 것. 이런 판단은 아직 AI가 대신해 주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직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지금 실무에서 느끼는 건 이렇습니다.
조직에서 리더는 비전과 방향을 잡고, PM이나 서비스 기획자는 그것을 실행 가능한 형태로 만듭니다. 그런데 AI가 실행의 공수를 줄여준다면, 남은 시간으로 뭘 해야 할까요. 저는 단순히 시킨 것을 만드는 역할에서 벗어나, 제품의 방향에 대해 더 많은 의견을 낼 수 있는 위치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도 아직 그 위치에 있지는 못합니다. 현재 조직에서 의사결정은 상위 결정권자가 하고, 실무 레벨에서는 요구사항을 개발로 풀어내는 역할에 가까운 편입니다. 하지만 AI 활용으로 확보한 시간들을 어디에 쓸 것인가, 이 질문은 일을 하면서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덧 세 번의 PGF(Product Growth Forge) 모임을 마쳤네요.
1회차에서는『인스파이어드』를 통해서 제품의 본질을 이야기했고, 2회차에서는『순서 파괴』를 통해서 조직의 메커니즘을 이야기했고, 3회차에서 이 모든 것이 AI로 인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세 번의 모임이 끝난 후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며 돌이켜보니 세 번의 모임이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임에 참여하며 좋았던 것은 혼자 고민했으면 머릿속에서만 맴돌았을 이야기들이,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듣고 서로 나누며 내가 고민하는 게 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보다 뚜렷하게 윤곽이 잡히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네요.
저는 1기를 마치고, 2기까지 신청하여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앞서 세 번의 경험과는 또 다른 어떤 경험을 할지 기대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