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늘 시간은 부족할 때
PM으로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역시 "백로그 관리"인 것 같다. 검증되지 않은 백로그를 그냥 진행하다 보면 결국 리소스가 낭비되고 서비스 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업에서는 정말 다양한 사용자 요구사항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시로 듣게 된다. "이건 이렇게 개선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이런 기능은 꼭 필요할 것 같아요." 같은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오곤 한다.
물론 다 좋은 아이디어고, 의미 있는 제안들이지만 현실적으로 제한된 리소스 안에서 이 모든 걸 다 반영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우리 팀도 내가 합류하기 전에 이미 기획과 디자인이 끝난 백로그만 15개 정도 있었고, 우선순위나 공수 산정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새로운 백로그들이 계속 쌓이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우리가 정확히 뭘 만들고 있는지, 지금 진행하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점점 혼란스러워질 것 같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러한 상황을 팀과 투명하게 공유하고, 혼자 독단적으로 백로그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함께 논의하며 제품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선순위 설정을 위한 프레임워크는 MoSCoW, RICE, Kano 등 정말 다양하게 있었다. 물론 조금만 학습하면 쉬운 개념이었지만, 우리 팀에서 처음 시도하는 백로그 정리였기에 조금 더 가벼운 개념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Impact-Effort Matrix였다. 이 프레임워크를 선택한 이유는 추가적인 학습 없이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성과(Impact)와 공수(Effort)라는 두 가지 기준만 명확하게 정의하면 빠르게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트릭스는 총 4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Quick Wins (낮은 공수, 높은 임팩트): 적은 리소스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작업이다. 즉각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진행한다.
Big Bets (높은 공수, 높은 임팩트): 많은 리소스가 필요하지만 성공 시 큰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작업이다. 신중한 계획과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Fill-Ins (낮은 공수, 낮은 임팩트): 성과는 작지만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작업으로, 여유 시간이나 메인 작업이 막혔을 때 활용하기 좋다.
Money Pit (높은 공수, 낮은 임팩트): 노력은 많이 들지만 가치가 낮은 작업이다. 가능하면 피하고 리소스를 다른 중요한 업무로 돌리는 것이 좋다.
각 영역별 담당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임팩트와 공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 팀원이 각 백로그 항목에 포인트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가장 좋았던 점은 백로그의 우선순위를 명확한 시각적 형태로 만들어 팀 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매트릭스 덕분에 어떤 작업을 우선으로 해야 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보다 한눈에 판단할 수 있었다. 그리고 팀원분들이 전체적으로 백로그 스펙에 대해 기능적으로 얼마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예상되는 투입 공수는 어느 정도 되는지 등 대략적인 판단들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쉬웠던 점은 너무 많은 백로그를 한 번의 미팅으로 처리하려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논의가 다소 급해져 각 항목을 충분히 깊이 있게 검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포인트 배분의 정확성이 다소 떨어졌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기존의 방식대로 직감에 의존하거나 비효율적인 논의로 반복해서 시간을 소비하기보다는 매트릭스를 통해 리소스를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 참고자료 : https://productschool.com/blog/product-fundamentals/impact-effort-matr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