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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 Jun 19. 2022

기시미 이치로, '아들러 성격 상담소'

성격에 대하여, 그리고 우리의 선택에 대하여

이 책은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가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풀어쓴 책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아들러 심리학 전반이 아니라 '성격'에 대한 부분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물론 미움받을 용기도 대화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조금 더 우리를 위한 '상담소'같다는 점이 있다. 그의 모든 저작이 그렇듯, 성격에 대한 아들러의 생각을 아주 쉽게 전달해주고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일단 '성격'이라는 것을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서는 '개인이 인생의 과제에 대응하는 양식'과 같이 정의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일, 교우, 사랑 등의 과제에 직면한다. 작든 크든 매일매일 수많은 문제를 마주하고, 거기에 대처해야 하는데 이때 우리가 문제에 대처하는 일종의 '방식'이 몇 가지 형식으로 정해져 있고 그것을 성격이라고 부른다는 말이다. 아들러는 모든 인생의 과제가 사실 '인간관계의 문제'라고 이야기했던 만큼 우리가 인간관계에 대처하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어느 정도 구조화된 대처방식이 우리의 성격인데, 이 성경에 대해 저자는 한 가지를 강조해서 이야기한다.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 인생의 문제에 우리가 대처하는 방식은 우리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당연한 말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연하지 않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나는 이런 사람인 것 같아', '나는 이런 장점이 있어', '나는 이런 단점이 있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중에는 스스로에 대해 '나는 너무 소극적이야', '나는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야', '나는 질투가 있는 편이야'와 같이 단점을 생각하고, 이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성격을 우리 스스로 선택한다는 말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은 이렇게 스스로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성격마저 직접 선택했다는 점에 있다. 대개 부정적인 성격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이나, 성장한 환경, 혹은 자신의 타고 난 기질에 따라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자의가 아닌 외적인 요인에 의해 형성된 성격 때문에 인간관계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성격은 한 번 형성되면 고치기 어렵기 때문에 내 탓도 아닌 성격이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아들러, 그리고 저자는 이 생각을 뒤집는다. 질투나 허영심, 혹은 미움이 많은 성격, 소극적이고 불안해하는 성격, 쾌활한 성격, 기분파인 성격, 이 모든 성격은 그게 설령 부정적인 것일지라도 우리가 직접 선택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성격을 선택한 이유의 기저에는 '열등감'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인간인 이상 우열 관계를 인식한다. 아들러는 이를 '우월성 추구'라고 이야기하는데 다들 공감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보다 우월해지고 싶어 한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모든 면에서 우월성을 갖출 수는 없다. 아무리 좋게 봐서 그 사람이 모든 면에서 우월해 보인다 하더라도 어린 시절에는 당연히 어른들보다 열위에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열등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열등감을 좋지 못한 방법으로 포장하려다 보니 부정적인 성격, 즉 부정적인 행동 양식을 선택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니 허영심을 드러낸다. 또 질투나, 미움, 적의를 드러내면서 다른 사람을 깎아내려서 우월함을 추구하기도 한다. 공격적인 성격을 선택한 이유에는 이런 마음이 깔려 있다. 반면 자주 불안을 느끼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소극적인 성격도 사실 다르지 않다. 우월하고 싶은데 부딪히고, 도전하고, 시도하게 되면 실패해서 우월하지 못한 것을 들킬까 봐 아예 인간관계에서 한 발짝 도망치는 것이다. 쾌활함은 분명 긍정적인 성격이지만 남을 우습게 해서 웃기고, 타인의 고통에도 쾌활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 또한 비뚤어진 우월성 추구의 흔적이다. 책에서는 그 외에도 여러 성격에 대해 하나하나 그 안에 들어 있는 목적, 대개 우월성 추구와 관련 있는 그 목적을 밝히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면 성격을 바꾸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우월성 추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만적인, 혹은 쉬운 방법으로 우리는 공격적이거나, 소극적인 성격을 택하고, 화를 내는 등 스스로 싫어하는 성격을 택한 것이니 그 성격을 고치는 일도 결국은 스스로의 선택이다. 인생의 과제, 혹은 인간관계의 문제로 대표되는 우리 삶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다른 성격을 선택하겠다고 스스로 결심해야 한다. 그리고 당신이 새롭게 선택하려는 그 성격은 아들러도, 저자도 누누이 강조했던 것처럼 '공동체 의식'을 간직한 것이어야만 한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인간관계의 문제를 대할 때 비로소 우리는 솔직한 대응 방법을 택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성격을 택한 이유가 그것이 더 좋다기보다는, 그게 더 쉽고 더 큰 실패를 맞이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므로 변하는 것은 언제나 두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전작의 제목처럼, 용기를 내면 언제든 스스로 선택해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회는 점점 더 각박해진다. 인간관계는 더 늘어나고 있고,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인간관계를 서로 비교하게끔 만든다. 경제 환경이 어려워지는 것도 인생의 과제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든다. 점점 더 좁아지는 사회의 틈은 인생의 과제에 우리가 솔직하게 도전하지 못하게 만든다. 저자는 항상 '용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필요한 '용기'의 양이 점점 늘어나는 것만 같다. 이제는 한 번의 실패, 한 번의 이탈이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기도 하다. 그래서 점점 더 스스로를 기만하고, 인생의 과제를 똑바로 마주하지 않는 성격을 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다. 저자도 '요즘 세상에는 겁쟁이가 늘어난 것 같다'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세대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해서 그게 쉽지 않습니다'라고 이야기하기엔 그 결과, 책임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올 뿐이다. 기만하고, 회피하고, 그렇게 해서 평생을 도망 다닐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생은 길다. 그러니 그냥 스스로를 위해서 생각하고, 선택하면 된다.


우리는 앞으로의 긴 인생 동안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할 것인가?


전염되는 것은 겁뿐만 아니라 용기도 있다고 했다. 한 명의 용기 있는 선택이 그의 주위를 바꾸고, 또 사회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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