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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 Jun 26. 2022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내려놓기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한다. 요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성공한 삶이라고 부를 법한 삶에서 나와 숲 속 승려의 생활을 한 저자의 이야기이자, 그 삶에서 얻은 깨달음 중 가장 소중한 것 한 가지가 제목이 된 책이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이다.


30세가 되기 전에 이미 많은 성공을 거둔 저자는 갑자기 든 생각을 시작으로 숲 속 승려의 생활을 한다. 그 기간이 무려 17년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승려의 생활은 엄격한 규율 하에 있다. 식욕은 하루에 한 번, 성욕은 완전히 제한된다. 인간이 욕망하는 모든 것을 최소한으로 억제한 상태에서 남은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다. 승려로 지내는 시간 동안 그는 밀려드는 생각을 멈추는 법,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는 법,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충실히 살아가는 법,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믿지 않는 법을 깨닫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우리가 뭔가를 반드시 깨달으리라는 법은 없다. 또 어떻게 보면 당연히 맞는 말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천하기가 어려울 뿐.

그럼에도 저자가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 순간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번쯤은 그 당연한 것들에 대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책이다.


저자는 많은 깨달음 중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다 믿지 않는 법, 다시 말해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고 인정하는 것을 가장 소중한 깨달음이라고 했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성공의 길을 걸어가던 그에게는 이 깨달음이 더욱 와닿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삶에서 원하는 것을 이루고, 도전과 성공을 반복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모든 일에 반작용이 있듯 성공도 자만심과 함께 자란다. 실패와 균형을 이루지 못한 성공은 우리 마음속에서 자만심을 서서히 키워 어느 순간 성공의 기억에 도취된, 고집으로 가득 찬 삶으로 우리를 이끌 수 있다. 물론 요즘에는 굳이 성공이 아니더라도 알고리즘이 그 역할을 대신해서 우리를 하나의 생각으로 계속 빠져들게 만들기도 한다.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은 그만큼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알고리즘이 가득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가장 중요한 깨달음 중 하나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가 저자의 가장 소중한 깨달음 중 하나라면, 저자가 이 깨달음을 포함해서 수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은 사실 '내려놓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지금 삶에서의 성공을 내려놓고 숲으로 들어간 것, 승려의 삶을 살면서 규율 하에 수많은 개인적인 욕망을 내려놓은 것, 불필요한 고민을 내려놓은 것, 불필요한 마찰을 내려놓은 것, 사실 이 모든 내려놓기가 우리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야만 더 좋은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그 기준도 점점 높아져만 간다. 전과 같은 수준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고 싶다면 전보다 더 많은 것을 손에 쥐어야만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내려놓는 것을 나쁘게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더 잡으려 하고, 손에 쥐려 한다. 더 이상 손아귀에 힘도 없고, 손에 자리도 없는데 자꾸만 더 얻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얻는 게 있는 만큼 반작용이 생긴다. 불안하고, 멈추면 안 될 것 같고, 남에게 보이는 것에 더 예민해진다.


물론 가지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그저 가끔은 내려놓는 것이 우리를 위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표현한 것처럼 가끔은 꽉 쥔 주먹에서 힘을 빼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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