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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Oct 13. 2021

아키하바라/ 시부야

잿빛 추억 컬러링(11)  


아키하바라/ 시부야 기행

 

일본방문 사흗날, [도쿄지점]을 방문해 세미나에 참석한 후 오후에는 [아키하바라 상가]를 들러보았다. 아키하바라는 1980년대 일본 전자제품 쇼핑상가로 널리 알려졌던 곳이다.


이후 90년대 들어서며 세계 굴지의 컴퓨터 제조사들이 앞 다퉈 영업판매점을 개설하며 PC산업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었다. 이곳은 쇼핑 제품마다 판매가격을 명시하고 있고 가전제품은 제조년도에 따라 산상(新商)대비 할인율 차이가 많다.     


□  아키하바라(秋葉原)


아키하바라는 원래 아키바하라 였는데 이곳에 기차역이 들어설 때 관청 공무원의 실수로 잘못 써넣는 바람에 "아키하바라 역"이 되었고, 그것이 자연스레 퍼지면서 아예 굳어져 버렸다고 한다.


따라서 [아키바하라]의 줄임말인 아키바(あきば)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하다 한다. 전자상가 건물에는 요도바시 아키바(淀橋 秋葉)라는 옥외문구가 걸려있다. 이곳은 요도바시 카메라(ヨドバシカメラ)라고도 불려진다.


요도바시 아키바 전자상가

1995년 아키하바라에는 마치 무전기처럼 생긴 [휴대폰]과 SONY社의 최신형 [대형 TV] 및 [게임기] 등이 눈길을 머물게 했다. 당시 국내에는 부자들이 소유했던 둔탁한 “애니콜” 휴대폰이 2백여만 원이었다.


곧이어 96년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휴대폰이 출시되면서 한국은 본격적인 CDMA 소형 핸드폰 시대를 맞게 되었다.


ヨドバシカメラ

이곳에는 컴퓨터 시장에서 첨단제품을 생산해온 NEC와 日本 IBM도 [아키하바라]에 영업점을 개설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일본제품 경쟁력이 떨어지고 대형 할인매장이 생겨나 [아키하바라]의 명성은 쇠락하게 되었다.



90년대 아키하바라는 세계시장에서 앞선 전자기술을 내세운 아날로그 일본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었고, 이곳에서 SONY 신형 비디오 캠코더를 직접 장만한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시부야(澁谷)


어두움이 깔릴 무렵 쇼핑을 마치고 지하철 2호선과 흡사해 보이는 녹색 순환선인 JR 야마노테센(山の手線)을 타고 시부야역에서 하차한 뒤 곧바로 약국을 찾아 아내가 신신당부한 바퀴벌레 퇴치용 [연막살충제]를 구입했다.


시부야 밤거리

번화한 상점가와 오락실 등이 즐비한 시부야 거리는 9시가 넘어섰는데도 인파(人波)로 인해 매우 혼잡하고 화려한 네온사인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일행들과 함께 선술집(ます家)을 찾아 일본인들의 밤 문화를 체험해 보았다.



치안이 잘돼있는 탓인지 늦은 저녁까지 하루에 피로를 한잔 술로 달래는 일본의 서민문화는 우리나라와 흡사했다. 왁자지껄한 선술집에서 1시간반가량 머물다 빠져나와  도쿄역 지근 구단시타(九段下)에서 하차해 숙소로 향했다.


짧았던 일본 일정의 마지막 날이 아쉬웠기에 늦은 밤 11시경 밖으로 나와 호텔인근 동네 이곳저것을 둘러보았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24시 편의점을 들어가 보니 가판대에 성인잡지가 즐비해 있는 것이 낯설어 보였다.


성인잡지 판매대

12시경 깊은 밤인데 서너 명의 인부들이 가로수 가지정리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며 소소한 일상에서도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새벽시간에 작업하는 일본 공무원들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기도 했다.


도쿄의 볼거리는 ①쇼핑가가 있는 신주쿠(新宿)와 ②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시부야, 도쿄역 앞 ③일왕이 거주하는 황거와 ④일본 최고의 번화가인 긴자 및 ⑤전통시장 거리인 아사쿠사라고 하는데, 바쁜 일정에 쫓겨 신주쿠긴자는 들러보지 못했다.  


시오도메 시티센터

2001년 후지쯔 초청으로 스미토모(三井商事) 은행 [전자금융] 영업점 환경을 견학하며 긴자(銀座)에 잠시 머물렀는데, NEC에 이어 IT시장 2위를 점유했던 후지쯔(富士通) 본사가 그 유명한 긴자 [시오도메(汐留) 시티센터] 건물에 있었다.



당시 [후지쯔]는 한국의 은행들을 초대해 자신들의 신형 [ATM 입출금기]를 홍보했지만 한국은 발 빠른 [인터넷뱅킹] 조기보급으로 ATM(Automated Teller Machine)이 축소될 것으로 예측했기에, 한국과 일본의 전자금융 기본환경은 크게 달라보였다.


  야스쿠니 신사(靖国 神社)

 

방문 나흗날(목) 이른 아침, 산책을 나왔다가 야스쿠니 신사를 들러보았다. 한국인으로 국립묘지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일본신사를 관람하는 것이 탐탁치는 않았지만, 일본을 첫 방문한 까닭에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호기심을 떨칠 수 없었다.



해자(垓字)를 끼고 있는 한적한 길을 따라 올라가니 신사 앞에는 흰 비둘기 떼가 모여 있고 낙엽을 쓸어 담고 있는 청소부의 모습에서 깔끔하고 청결한 일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경내를 돌아보고 나오는데 쓰레기통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는 까마귀가 눈에 띈다.


기타노마루 고우엔

일본은 까마귀를 신성시해서 인지 도심거리를 천방치축 누비는 까마귀 떼가 눈에 거슬리기도 했다. 이어 [에도 성]의 일부였다는 기타노마루(北の丸) 공원을 둘러보았다.



공원은 푸른 잔디와 울창한 숲으로 이뤄져있는 도쿄 도심공원으로 공원 안에는 도쿄올림픽 때 체육관으로 사용했다는 무도관(ぶどうかん)과 [미술관] 및 [과학기술관]이 있다.


무도관

숙소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마치고 싱가포르로 출발하기 위해 [나리타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머물며 출국절차를 마치고 잠시 전일 [아키하바라] 쇼핑에 대한 후일담을 나누는데, 일행들의 관심은 역시 카메라와 SONY 캠코더 등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정작 [디지털 혈압측정기]만 구입하고 시부야역 약국에서 바퀴벌레 “연막살충제" 5통을 구입했노라 얘기하는데, 갑자기 가이드가 놀란 얼굴로 연막제는 하이제킹(Hijacking) 도구로 보기 때문에 공항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순간 해외여정의 무지로 창피해지며 [연막살충제]를 사오라던 아내가 원망스러웠다. 일행들의 한바탕 폭소가 끝나자 계면스레 슬쩍 가방에서 연막제를 빼내어 남아있던 컵라면과 함께 가이드에게 건네준 뒤 11시경 싱가포르 항공기에 올라 [창이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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