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목) [나리타공항]을 출발해 싱가포르 에어라인에 7시간 몸을 싣고 17시 50분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싱가포르는 전 세계 주요도시 중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국가]이다.
영국 "Economist Intelligence" 보고서에 의하면 2위는 프랑스 파리, 3위 스위스 취리히, 4위 홍콩, 5위 노르웨이 오슬로, 6위 스위스 제네바, 7위 한국 서울 순이다.
싱가포르는 말레이반도 끝부분에 위치한 섬나라(721.5㎢)로 제주도(1,849㎢)의 2/5 크기이다. 말레이(Malay)는 말레이시아 반도와 그 주변의 싱가포르 섬을 비롯한 여러 섬들을 통틀어 이른다.
싱가포르 시내
어둑해질 저녁 무렵, 불빛을 받으며 시내로 향하는 동안 가이드 설명이 장황하다. 싱가포르에는 별반 술집이 없어 남성들이 직장과 집만을 오가기에 기혼녀들의 천국이며 법규를 위반하면 예외 없이 태형(笞刑)으로 다스린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실제 신혼여행을 왔다가 곤장을 맞은 외국인도 간혹 있다하는데, 특히 흡연 지정구역을 벗어나 담배를 피우거나 껌을 씹으면 벌금형으로 곤장을 맞는다고 잔뜩 겁을 준다.
싱가포르 태형은 무지막지한 집행으로 악명이 높다는데, 때리는 사람이 대부분 무술 유단자들로써 절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집행한다고 한다.
형 집행 시 쇠로된 봉에 화학처리를 하여 맞을 때마다 살이 약품에 착 달라붙어, 살점이 떨어져나가며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고 하는데, 일단 한 대 맞고 기절하면 독방에 가두어 치료하며 보살펴준 뒤 상처가 아물면 다시 끌려와 맞는다 한다.
따라서 태형을 끝까지 다 맞는데 몇 달씩 걸린다는 설명을 듣다보니 첫날부터 잔뜩 겁을 먹게 되었다. 또한 싱가포르 입국심사는 매우 까다롭다고 하는데 담배는 한 갑 이상 소지(所持)가 안 되며 술도 반입이 불가하다.
특히 싱가포르는 바로 이웃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물가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자동차로 국경 간 이동시 차량연료 잔량까지 체크하고 통과했다가 돌아올 때 다시 연료량을 체크하고 있었다.
싱가포르 리버사이드
이는 수많은 싱가폴리안들이 말레이시아에서 값싼 생필품을 들여오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 한다. 도착 당일부터 지레 겁먹은 연수일행들은 저녁식사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식당건물 1층으로 내려와 흡연표시 구역을 찾아 나섰다.
□ 클라크 키(Clarke Quay)
싱가포르 첫날부터 흡연자들은 건물모퉁이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는 초라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콥튼(Copthorne) 킹스 호텔에 여장을 푼 뒤 어둠이 무르익자 싱가포르 직원으로부터 초대되어 [클라크] 선창 수변(水邊)에 있는 [라이브 싱어롱 카페]로 향했다.
싱가포르 강을 끼고 15분쯤 걷다보니 Clarke Quay 관광지가 나타난다. 젊음의 거리로 통하는 [클라크 키]는 “클라키”라 부른다. 화려한 불빛조명을 따라 조금 걸으면 리버사이드 포인트가 나오는데 [선착장]에서 멀지않은 곳에 리버크루즈를 탈 수 있는 매표소가 있다.
Clarke Quay
[라이브 카페] 스테이지에는 홍콩 출신이라는 중국계 여가수의 팝송 메들리가 이어졌는데, 신청곡인 올드 팝과 한국가요 대여섯 곡을 즉석에서 불러주는 그녀의 센스로 일행들은 첫날 즐거운 여흥(餘興)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리버사이드 포인트
□ 조호루 바루(Johor Baharu)
싱가포르 이튿날, 온종일 [싱가포르 사무소] 공식방문 행사를 마친 뒤 늦은 오후 싱가포르 국경과 접해있는 말레이시아조호루 바루 지역을 둘러봤는데, 국경출입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이 흥미로웠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조호르 해협]을 끼고 다리로 연결돼 있다.
가이드의 말대로 당시 싱가포르 국경지역 [검문소]에서는 말레이시아를 출입하는 사람들의 자동차 연료게이지를 체크하며 트렁크를 열어 이러저런 물품들을 검사받고 있다. 관광객들은 국경을 넘는 동안 차안에 앉아 여권을 걷어 단체검사를 마치고 통과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화폐 가치가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에서 자동차 연료를 넣거나, 담배와 술 등을 사들여 오는 것을 제지하기 위해 공항 입국심사를 하듯이 일일이 살피고 있다.
싱가포르 국경 검문소
그밖에 특이한 것은 싱가포르는 1961년부터 50년간 말레이시아와 체결한 “물공급협정”에 따라 대부분에 용수(用水)를 공급받고 있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가 물 값을 올려달라고 할 때마다, 양국관계가 악화될 경우 물 공급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항시 불안해했던 싱가포르는 꾸준한 연구 끝에 바닷물 정수처리기술을 개발함에 따라 2000년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국경 넘어 멀지않은 거리에 잘 알려지지 않은 [조호루 바루] 작은 마을은 싱가포르를 통과해 잠시 들러본 곳이었지만 말레이어로 “새로운 보석”을 의미하는데 마치 이름처럼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해 보였다.
조호루 바루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도시로 조호루 해(海)를 끼고 싱가포르와 마주한 말레이반도 최남단에 위치하며,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는 육로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조호루 바루]에는 19세기 후반 이 지방을 통치하던 "조호르 술탄"이 건설한 왕국의 장대한 모스크(Mosque)와 술탄(Melaka Sultanate) 왕궁박물관이 있다. 이슬람 문화를 느껴보기 위해 먼저 이슬람 왕릉(王陵)으로 향했다.
이슬람 왕릉
[이슬람 왕릉]은 인도 이슬람의 [타지마할]을 연상케 하는 건물로 새하얗게 단장한 외벽이 인상적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동안 무슬림들의 공동묘지가 보이는데 주변에는 촌락이나 학교가 있어 생활 속 한가운데 묘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공동묘지를 지나자마자 바로 [이슬람 사원]이 나타나는데, 하얀색으로 지어진 모스크가 눈에 띈다. 이곳은 마지드 술탄 아부 바카르(Masjid Sultan Abu Bakar) 사원으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회교사원 중 한 곳이다.
이슬람 모스크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교를 국교 한 이시아의 이슬람국가로 국민 60%이상이 이슬람을 믿고 있다. 종교자유가 보장돼있어 다양한 종교들이 평화롭게 조화를 이룬다. 그 영향으로 말레이계는 대부분 이슬람교, 중국계는 불교, 인도계는 힌두교를 믿고 있다.
1995년 당시 싱가포르의 중국계 부호(富豪)들은 말레이시아에 현지처를 두고 있기에 수시로 국경을 넘나들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의 값싼 노동인력들도 아침에 싱가포르로 출근해 저녁에는 말레이시아로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회교사원을 빠져나와 [깜풍]이라는 원주민 마을로 들어서니 관광객들이 잠시 머물며 즐길 수 있는 전통가옥들이 나온다. Kampung은 인도네시아어로 마을을 칭하는데 옛 풍속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전통 시골마을의 느낌이었다.
앙끄롱 대나무 악기
전통가옥은 협소한 장소지만 말레이시아 전통악기 연주와 간단한 민속춤 공연도 볼 수 있는데 나름 정겹게 느껴졌다. 이곳에는 [앙끄롱]이라 부르는 대나무로 만든 전통악기가 있어 음악을 연주하는데 관광객과 함께 춤을 유도하며 흥을 돋운다.
분위기가 고조에 오르면 서비스로 "아리랑"을 연주해 주는데 박수를 치며 함께 춤도 춰보고 잠시나마 이국문화에 젖어들어 본다. 이곳은 말레이시아 전통복장을 하고 처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도록 관광지화 돼있는 곳이었다.
사진촬영이 끝나면 일정액을 받지만 큰돈이 아니기에 예쁜 아가씨와 함께 찍자며 간단한 전통복장을 걸치고 인증 샷을 남겼다. 이어 말레이시아 전통식당을 찾아 저녁식사 후 식당 밖에서 펼쳐지는 무대공연을 관람한 뒤 발걸음을 돌려 싱가포르로 돌아왔다.
늦은 밤이지만 일행 모두는 숙소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나이트로 향했다. 이날저녁 모처럼 [싱가포르 나이트]를 찾아 40대 초반의 동료들은 온몸을 흔들어대며 쏟아지는 땀과 함께 열정의 밤을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