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재 기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주 Feb 26. 2023

눈 찾아 떠난 겨울여행(Ⅰ)


북해도 3박 4일

홋카이도의 겨울철 2월에 열리는 2023년 삿포로 눈축제(2.04~2.11)가 오도리(大通里)공원에서 열린다기에 1월말 여행사 예매를 시도했는데, 이 기간 중 모든 예약이 이미 마감돼 눈꽃축제가 끝난 2월 13일(월) 아들둘이서 父子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번여행은 갑작스레 계획한 것이기에 급히 서둘다보니 코로나기간 중 유효기간이 만료된 여권의 사진을 다시 찍고, 구정 설 직전에 전자여권을 신청해 출발 직전에 발급 받았다. 올 겨울여행은 머지않아 제짝을 찾아갈 둘째 놈과 함께 추억을 남기고 싶어 실행하였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2시간쯤 날아 홋카이도 신치토세(新千歲)공항에 도착했다. 북해도는 에도시대 이전에 아이누族이 살던 지역으로 관청이 설치된 1869년부터 개척이 이뤄져 홋카이도(北海道)라 이름 지어졌다. 북해도는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섬으로 혼슈(本州) 다음으로 두 번째 큰 섬이다.


쿠릴열도를 포함한 북해도 면적은 83,424k㎡로 대한민국 영토(100,412km²)의 5/6 크기이며, 일본열도 총면적의 약 22%를 차지한다. 하지만 홋카이도 인구는 일본전체 4%정도인 520여만 명에 불과해 인구밀도는 낮은 편이다.



홋카이도 인구절반이 삿포로市와 근교에 집중돼 있기에 북해도 기타지역은 한산한 도시에 인간의 생활이 자연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홋카이도는 혼슈(本州) 중북부의 니가타(新潟)와 함께 세계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다설지(多雪地)이다. 오호츠크 해의 습기를 머금은 해풍이 부는 까닭에 눈이 많이 내린다.


홋카이도 매력은 사계절 풍경이 뚜렷하게 다르고 웅대한 자연이 많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특히 순백(純白)의 눈이 대지를 감싸는 눈부신 겨울풍경이 많은 곳이기에 언젠가 한번은 꼭 가고픈 여행지이다. 삿포로 2월 평균기온은 –6.6℃~ 0.1℃로 서울기온보다 조금 낮다.



[여행일정]  
인천-치토세市/ 도마코마이市-조잔케이(1박)/ 오타루市—니세코-도야(1박)/ 노보리베츠市/ 삿포로市(박1)/치토세市-인천


1일차 2023.02.13.(월)  


티웨이항공에 올라 10:30 인천공항을 출발, 12:40 신치토세(新千歲)공항에 착륙해 도마코마이(苫小牧)로 20분간 이동하는데 “북해도는 4월까지도 눈이 내리고 1, 2월에 눈이 제일 많이 내린다”는 가이드의 통상적인 설명이 시작된다.


치토세공항과 도마코마이 중간쯤에 위치한 우토나이湖는 홋카이도의 자연100선에 선정된 아름다운 곳으로 아이누語로 [작은 하천의 흐름이 모이는 곳]이란 의미이다.



❍  우토나이코(ウトナイ湖)


오후 3시경 도착해 20분간 둘러본 우토나이湖는 둘레가 9km, 면적이 2.75k㎡인 담수호수이다. 주변에는 습지 같은 자연이 형성돼 있으며, 1981년 일본최초로 조류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이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잠시 널따란 호수를 바라보며 홋카이도 첫 풍경에 빠져 들어보는데, 광활한 호숫가에 간간히 백조들과 무리지어 있는 오리들도 보인다. 이곳은 사계절 내내 야생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보인다.



버스에 올라 죠잔케이(定山溪)로 이동(1시간 20분)하는 동안 눈이 펑펑 쏟아진다. 차창밖에 퍼붓는 눈에 취해 있다가 날리는 함박눈을 찍기 위해 앞자리로 이동해 동영상을 찍는데, 운전석 앞의 내비게이션은 길안내가 아닌 도로아래쪽 빙판(氷板)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삿포로市 죠잔케이(じょうざんけい)는 한 스님에 의해 알려진 곳으로 역사적으로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온천마을로 관광지가 된 곳이다. 4시 반 숙소에 도착해 첫날을 묵는데, 5시쯤 되니 어둑해지는 것이 북해도는 한국과 시차가 같지만 1시간 정도 저녁이 빠르다.  



❍  죠잔케이 뷰 호텔 (♨)


온천호텔에는 커다란 고드름이 강가 쪽을 향해 자라고 있는데 이런 것도 북해도의 겨울낭만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었다. 룸 배정을 받고 어둑해진 밖으로 나와 눈 덮인 조그마한 온천마을을 둘러보는데, 동전을 넣고 족욕(足浴)하는 곳이 있고  와라쿠(和樂)草竜 간판의 욕탕업소도 눈에 띈다.


족욕(足のふれあい) 탕
わらく(和楽) 草竜 욕탕

작은 놈과 함께 두툼히 쌓인 눈길을 따라 길가로 나오니 패밀리마트가 보인다. 이것저것 돌아보며 물과 맥주 등을 사들고 들어와 저녁식사를 하는데, 호텔뷔페는 중국인을 포함한 백여 명이 동시간대 몰려서인지 초밥코너의 메뉴는 선택하기 힘들만큼 긴 줄이 서있다.


뷔페 초밥코너

죠잔케이 숙소는 본관 지하1층에 노천탕과 신관 16층에 전망 대욕장이 있고 객실은 다다미방으로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종업원이 잠자리 이불을 깔아준다. 다다미방은 생각보다 따듯해 편한 잠을 잘 수 있었다.  



2일차 2023년 02월 14일(화)
죠잔케이/ 오타루市(1시간)/ 니세코(1시간 20분)/ 도야코(40분)


오타루(小樽) 거리에는 투명한 운하 위로 하얀 구름이 비치는 오타루 랜드마크 ①오타루 운하가 있고 ②스테인드글라스 미술관을 비롯해 약 1만 여점의 오르골(Orgel)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③오르골당이 있다. 그밖에 일본전통 유리공예 공방거리의 ④기타이치(北一)  볼거리이다.



홋카이도 여행의 시작과 끝이 삿포로라고 한다면, 오타루는 정감 있고 소소한 시골마을로 알려진 감성여행지이다. 작은 마을 오타루(おたる)가 여행객에게 더욱 설렘을 주는 이유는 어릴 적 첫사랑의 감성을 자극한 영화 「Love Letter」가 있기 때문이다.  



 오타루(小樽) 운하 


오타루의 상징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홋카이도 랜드마크 중 하나인 오타루 운하라고 할 수 있다. 항구를 끼고 있는 [오타루]는 원래 홋카이도에서 제일가는 중심지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운하가 생겨나며 훗카이도 개척의 근원지가 됐다.



1950년대 이후 항구시설 발달에 따라 운하이용이 줄어들어 단계적으로 매립됐다가 1986년 운하주위에 산책로를 정비하면서, 지금은 삿포로의 위성도시 내지 외항(外港) 정도로 전락했지만 여전히 일본근대의 운하모습을 볼 수 있는 역사도시이다.


おたる 運河

이곳 운하는 이국적 분위기를 풍기는 곳으로 [오타루]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탈바꿈 했다. 오타루는 유명한 일본영화 「러브레터」와 김희애가 출연한 「윤희에게」 촬영지로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이다.



특히 어둑해지는 저녁쯤이면 이국적인 야경(夜景)이 펼쳐져 낭만적인 분위기의 아름다움이 더 해진다고 한다. 눈 내린 하얀 설원(雪原) 위에서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다면 [러브레터]로 연상되는 “오겡끼 데스까?”의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이 말 한마디로 오타루 방문은 흥미로운 여행이 될지 모르겠지만, 겨울여행객이 북해도 인증 샷 배경으로 찾는 곳도 [오타루 운하]라고 한다. 1,100m 운하를 따라 오래된 낡은 건물과 창고를 개선해 [유리공예관]과 [카페레스토랑]으로 변신한 오타루는 관광객을 태운 작은 배가 떠다니기도 한다.        



 스테인드글라스 미술관 (구 다카하시 창고)


오타루 예술마을의 스테인드글라스 미술관에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영국에서 제작되어 실제 교회 창을 장식하고 있던 스테인드글라스이다. 시대가 흐르며 영국에서는 많은 교회가 해체됐지만, 이 작품들은 다행히 파괴되지 않고 여러 곳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스테인드글라스에 그려진 그림과 문자에는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던 영국 전성시대와 에드워디안(Edwardian) 시대(1901년~1910년)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게 되는 영국의 역사가 응축되어 있다고 전한다.



❍  오르골(Orgel) 전시장


오타루를 여행하는 동안 가장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모이는 곳이 오르골당(オルゴル堂)이다. 오르골 전시장은 메르헨 교차로(メルヘン交差点)에 있는 일본최대의 오르골 전문점으로 오타루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들렀다가는 가장 유명한 곳이라 한다.


小樽 オルゴル堂

오르골당에 들어서면 마치 동화 속 세상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회색빛 외관과는 달리 원목으로 짜여 진 실내는 수백 개 전구들과 백열등 불빛으로 따스함이 느껴진다. 15,000점에 이르는 오르골은 태엽을 감고 귓가에 대면 맑고 영롱한 멜로디가 순수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에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오르골들이 진열돼 있다. 일본특유의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고양이를 비롯한 다양한 모양의 오르골 아래에는 멜로디 제목이 일본어로 적혀있다. 1, 2층에는 작고 귀여운 기념품과 가격포를 붙여놓은 럭셔리한 제품들이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오르골당 앞의 증기시계도 또 다른 볼거리 중 하나인데, 15분마다 증기를 내뿜으며 멜로디가 연주돼 나온다. 다채로운 오르골의 태엽을 감았다 놓으면 맑고 고운 소리가 흘러나오는 오타루(小樽) 오르골당은 눈과 귀가 행복한 동화나라인 듯 느껴지기도 한다.




Extra Shooting

오타루 운하

           

매거진의 이전글 베이징 여행(0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