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재 기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주 Nov 09. 2021

베이징 여행(04)

잿빛 추억 컬러링(17)


북경 삼박사일


▐  천단공원(天壇公園)


베이징 사흗날 찾아본 천단(天壇)은 [천안문 광장] 남쪽 끝인 정양문(正陽門)에서 남동쪽으로 3.5㎞ 떨어진 곳에 있다. 베이징 자금성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천단(天壇), 북쪽에는 지단(地壇), 동쪽에는 일단(日壇), 서쪽에는 월단(月壇)이 있다.


옛 중국에서는 하늘의 명을 받아 나라를 다스린다하여 황제를 ‘하늘의 아들’이라고 했다. 이에 황제는 우주와 소통하기 위해 천왕(天王)이 머무는 궁궐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각각 하늘과 땅 그리고 해와 달의 신에게 제를 올리는 제단을 설치하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1998)된 [천단공원]은 명대 영락제(永樂帝)가 1420년 자금성을 완공하며 오곡풍양을 기원하는 기우제를 올리기 위해 지천월일(地天月日)에 제사를 지내는 제단을 세웠다.


천단은 중국황실의 권위에 기반 한 우주론의 표현으로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로 여겨 남방북원(南方北圓) 형세에 따라 건물을 배치했다. [천단]은 하늘을 의미하는 북쪽에 원형으로 배치하고 땅을 의미하는 건축물은 남쪽에 사각형 형태로 만들었다.   



천단의 규모는 2.73㎢로 절대왕조의 권위에 따라 배치되어 자금성 규모의 4배에 달한다. 남문으로 들어가면 ① 환구단(圜丘壇) ⇨ ② 황궁우(皇穹宇) ⇨ ③ 기년전(祈年殿) 순으로 관람하게 된다. 환구단자금성의 [태화전]처럼 3단 기단(基壇)으로 세워졌다.   


환구단(圜丘)


음력 동짓날 하늘에 제를 올리던 환구단은 3층 원형석조 기단으로 백옥석 난간이 둘러져있다. 환구단 중앙에 있는 천심석(天心石)은 제천의식을 거행한 곳으로 황제가 그 앞에서 큰소리로 제문을 읽으면 하늘이 제왕 뜻을 받아들여 메아리가 들렸다고 한다.


환구단(3단 기단)

천심석 사방에 깔린 부채꼴 모양의 돌은 첫 번째 겹에 9개 돌이 깔려있다. 고대 중국은 아홉수를 가장 완벽한 숫자로 여기어 황제를 상징했다 한다. 두 번째는 18개, 세 번째는 27개이며 마지막 아홉 번째에는 이상의 숫자(9×9)인 81개가 깔려있다.

천심석

사방이 백옥으로 둘러져있는 [환구단]은 모든 난간이 9의 배수이며, 각층 계단도 9개씩 설치했다. 전설에 의하면 하늘에 상제(上帝)는 구중천(九重天)에 살고 있기에 중국인들은 9와 9의 배수가 구중천의 지고지대(至高至大)임을 굳게 믿었다 한다.


황궁우(皇穹宇)


16세기 명대에 지어진 황궁우는 천제(天帝)의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1단 기단의 아담한 규모이다. 당시 대신들과 함께 자금성을 떠나 [천단]에 도착한 황제는 먼저 이곳을 찾아 조상에게 예를 올리고 향을 피웠다.


황궁우

기단 위에 원형 고깔모자를 쓴 것처럼 아름다운 건물지붕은 푸른색 기와로 여름 햇볕에 반짝이고 있었다. [황궁우]를 감싸고 있는 회음벽(回音壁)은 벽에 붙어 소리를 내면 벽면을 따라 소리가 메아리처럼 돌아온다고 한다.



회음벽의 메아리를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관광객들이 붐벼 확인해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황궁우] 좌우에는 두 배전이 마주보고 있는데 동배전(東配殿)은 북극성을 비롯한 별신이, 서배전(西配殿)은 비, 바람, 구름, 천둥인 자연신이 모셔져 있다.


기년전(祈年殿)


이곳은 음력 1월 15일 황제가 풍년을 기원하며 제를 올리던 곳이다. [천단]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하늘은 둥글다”라는 사상에 입각해 원형으로 지어졌다. 3단 원형 목조 건축물은 하늘을 상징하는 청색유리 기와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듯 보였다.  



이곳은 풍년을 기원하는 곳인 만큼 농사와 관련된 숫자가 상징적으로 나타나 있다. 건물 중앙 4개의 용정주(龍井柱)는 사계절을 상징하고 안쪽 12개 기둥은 1년 12달을, 바깥쪽 12개 기둥은 하루를 12시간으로 나눈 십이지(十二支)를 뜻한다.



안팎을 합한 24개의 기둥은 1년 24절기를 상징하며 4개 [용정주]와 24개 기둥을 합친 숫자 28은 별자리 28수를 상징하는데 이는 기년전을 소우주(小宇宙)를 표현한 것이라 한다. 천단공원을 빠져나와 북경 오리고기로 점심을 마친 뒤 [이화원]으로 향했다.  



  이화원(頤和園)  


서태후(西太后)의 여름별장으로 잘 알려진 이화원은 베이징 북서쪽으로 약 19km 떨어진 북서쪽 외곽에 위치해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1998)으로 지정된 [이화원]은 베이징에서 가장 큰 공원(290만㎡)이자 보존이 잘 돼있는 곳이다.



“서태후의 여름별장”으로 유명한 황실정원은 전각과 언덕누각 및 호수와 정자가 멋진 풍경을 이루고 있으며 곳곳에 그녀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남아있다. 이곳은 13세기 금나라 때 행궁이 마련한 뒤 원(元)에 의해 확충되었다.


서태우와 광서제

이후 청조(淸朝) 건륭제가 모친의 장수를 기원하며 청의원(淸漪園)을 지어 황실로 거듭났다. 1860년 아편전쟁으로 파괴됐으나 서태후에 의해 복원됐다. 그녀는 군대를 위해 할당됐던 자금을 복원사업에 이용하며 대리석으로 만든 배인 청안방(清晏舫)을 건조했다.


청안방

가라앉지 않는 돌배는 권력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듯 호수에 정박해 있었다. 평지를 파내 15년간 만든 곤명호(昆明湖)는 70만평 규모의 인공호수로 [이화원] 중심에 있다. 호수를 만들 때 파낸 흙은 옆자리에 세워진 만수산(萬壽山)을 세우는데 사용되었다.


곤명호

[만수산]에는 화려한 누각이 세워져 있고 이곳에 오르면 [이화원]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곤명호]는 믿기 어려울 정도에 큰 규모로 여름이면 공원에 보트와 유람선들을 즐기는 베이징 시민들로 가득 찬다고 한다.


만수산

또 다른 명소로는 만수산 앞의 거대한 석조대(41m) 위에 3층으로 세워진 불향각(佛香閣)이 있다. 특히 기억에 오래 남는 곳은 북쪽 호숫가 동쪽 요월문(邀月門)에서 서쪽 석장정(石丈亭)까지 긴 회랑(700m)이 볼거리이다.


불향각

장랑(長廊)의 복도는 273칸으로 회랑 위에 걸려있는 빛바랜 듯 한 녹청색의 고대 신화적인 그림들이 빼곡히 걸려있다. 햇볕이 내려쬐는 8월 오후, 500년 넘은 고목이 기품을 뽐내고 있는 [이화원]의 그늘 막을 따라 서태후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았다.


긴 회랑

북경여행은 경비가 저렴한 대신 여행중간에 의무적으로 쇼핑 2곳과 북경 중의학대  한약판매처를 들려야하는 성가심이 뒤따랐다. 하지만 2007년 베이징 2차 방문 때는 북경 [평양옥류관]을 찾아 북한공연을 관람하며 미녀종업원과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평양옥류관

‘99년 베이징 방문은 짧은 나들이였지만 가족들과 함께했던 해외 첫 여행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3박 4일간 고대 중국인들의 옛 건축물에 담겨진 시대적 의미를 살펴보며 11시 10분 베이징 공항을 출발해 가족모두 무사히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베이징 여행(0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