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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달 Nov 09. 2023

이 사람과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이유

며칠 전 'L'에게 카톡이 왔다. 이제 곧 결혼을 한다는 소식과 함께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줬다. 최근에 L을 만났을 때 11월에 결혼을 할 거 같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청첩장을 받아보니 처음 소식을 접한 것처럼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청첩장을 열어보니 곧 남편 될 사람과 함께 웨딩 촬영을 한 사진이 보였는데 행복해 보였다.




두 달 전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마침 그 동네에 살고 있던 L을 불러 같이 곱창을 먹으러 갔다. 날씨도 선선해서 어두운 달빛 아래 놓인 야외 테이블에서 불판과 곱창을 올려놓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잘 살고 있었는지, 무슨 일을 하며 지냈는지 서로의 인생을 읊조리듯 이야기를 하며 술 한 잔 기울였고 옆에서 듣고 있던 L도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곧 결혼한다는 이야기에 이목이 집중되었고 우리는 오랜 기간 연애를 하다가 L이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남자친구가 항상 먼저 출근하고 내가 그 뒤에 출근하거든. 근데 내가 출근할 때 보면 내 신발 입구 부분이 신기 쉽게 항상 내쪽으로 향해 있더라고. 난 신발 정리를 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알고 보니 남자친구가 출근하기 전에 항상 내 신발을 돌려놓고 가는 거였어. 매일같이 신발을 바로 신을 수 있게 정리해 주고 가는 그 작은 행동이 나를 엄청 아껴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더라."


나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가 남자친구 센스에 무릎을 탁 치며 감동을 했다. 별 거 아닐 수 있는 작은 부분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행동하는 L의 남자친구의 진심이 길지 않은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행동이지.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마음'


확신이 든다는 건 축복이다. 이제껏 나는 연애하는 상대방에게 확신이 들어본 적이 없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 상대가 반대로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그렇다고 상대에 대해 무지하면 그거대로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실망만 하면 연애를 한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이래서 연애가 어렵고 사랑이 복잡하다는 거다. 그런 과정 속에서 서로에 대해 확신이 든다는 건 축복이지 않은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에게 미래를 맡길 수 있는 마음은 용기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난 나 자신이 불안정해서 용기 있게 맡길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난 'L'처럼 확신이 있는 사람과 연애를 하고 결혼한다는 거에 큰 부러움을 느낀다.


이번 결혼식에 어떤 행복한 모습을 볼지 기대된다. 물론 뷔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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