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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노아 Noah Jang Sep 12. 2017

아프리카 최빈국 다마가젤의 운명

런던, 더 샤드, 306미터

Dama gazelle and The Shard 다마가젤과 더 샤드, 102×65cm, watercolor on paper 종이에 수채 , 2017 장노아


그림을 그리기 전에 살짝 미소를 띤 것처럼 보이는 귀여운 입매와 맑은 눈을 가진 다마가젤의 얼굴을 한참 동안 가만히 들여다본다. 한 녀석의 가느다란 적갈색 목에 있는 하얀 얼룩이 하트 모양이다. 피 흘리며 죽어 누워 있는 다마가젤의 몸에 총을 기대어 놓고 유쾌하게 웃는 사냥여행자들의 기념사진도 가만히 들여다본다. 점점 화가 난다. 당장 아프리카에, 그들에게 달려가 왜 이랬어요? 꼭 이래야만 했나요? 따져 묻기라도 하고 싶지만, 한국의 작은 도시 외딴 작업실 책상에 앉아 있는 나는 그 연약한 동물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다마가젤은 곧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눈물이 난다. 마지막 하나일지도 모르는 다마가젤이 대도시에 외롭게 서 있는 모습을 그리고 기록하는 것만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작가는 은둔하는 것이 아니며 작업하는 것입니다. 예술가는 도피하는 것이 아닌 작품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라고 하신 박경리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는다.

다마가젤은 2006년 이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 ‘위급’ 단계로 분류되었다. 하얀 몸에 적갈색 무늬를 가진 우아한 다마가젤은 가젤 중에서 가장 큰 종으로 몸길이는 약 140~165㎝이며 어깨높이는 90-120㎝, 몸무게는 40~75㎏이다. 에스(S)자 형태의 뿔은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 다마가젤 무리는 우기에는 수백 마리가 되기도 하고, 건기에는 평균 10~20여 마리로 구성된다. 무리는 대개 한 마리의 수컷을 중심으로 여러 마리의 암컷과 새끼들로 구성된다.


1950년대와 60년대 이후 무분별한 사냥으로 급속히 감소한 다마가젤은 현재 차드, 니제르, 말리에서 극소수 개체가 발견된다. 사막화와 가축 방목으로 점차 사라지는 다마가젤의 서식지는 아프리카 최빈국에 속해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가장 멸종 위협이 큰 종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보존을 위한 조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불과 300~500여 마리의 야생 개체가 남은 것으로 보고된 현재에도 다마가젤 사냥은 계속되고 있다.


다마가젤의 배경이 될 초고층빌딩을 조사하면서 2007년 영국 런던을 방문했을 때 없었던 초고층빌딩 ‘더 샤드’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2009년 착공해 2012년 완공된 더 샤드는 306m로 유럽에서 네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아프리카 최빈국에서 다마가젤이 사라지는 동안 세계적 대도시에는 또 하나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섰다. 더 샤드가 있는 런던이 새롭고 아름다워 보인다. 다마가젤 무리가 뛰어노는 아프리카 풍경도 더 새로워지고 풍요로워지면 좋겠다.



원문 : 한겨레 애니멀피플


멸종동물, 멸종위기동물, 다마가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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