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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노아 Noah Jang Feb 22. 2017

27년 만에 멸종된 스텔러바다소

중국, 진마오타워, 420.5미터

Jin Mao Tower and Steller'ssea cow, watercolor on paper, 102 x65cm, 2015


금덩이의 무게에 눌려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있으니, 그가 금을 소유한 것인가 아니면 금이 그를 소유한 것인가? _ 존 러스킨


스텔러바다소는 고래 다음으로 거대한 해양 포유류로 몸길이는 8~9미터이고 무게는 8~10톤이 나갔다. 1741년, 러시아 캄차카 주의 코만도르스키예 제도의 무인도인 베링 섬에 조난당한 탐험대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탐험대를 이끌었던 덴마크인 탐험가 비투스 베링을 포함해 선원의 절반이 목숨을 잃었으나 나머지 사람들은 얕은 해안가에 살고 있던 스텔러바다소를 잡아먹으며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10개월 후, 생존자들은 보트를 만들어 무사히 귀환했다. 이중에는 박물학자이자 의사였던 독일인 게오르크 슈텔러도 있었다. 그가 스텔러바다소에 관해 발표한 이후 고기와 가죽, 지방을 노린 사냥꾼과 상인이 베링 섬에 대거 몰려들어 무자비한 남획이 시작되었다. 사냥을 당해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던 온순한 스텔러 바다소는 1768년, 발견된 지 27년 만에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스텔러바다소, 종이에 연필, 2015


낯선 외모의 스텔러바다소


스텔러바다소와 가장 가까운 친척은 바다소목에 속하는 매너티와 듀공으로 크기는 다르지만 비슷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스텔러바다소는 2개의 통통한 앞다리를 이용해 수영하거나 얕은 해안가를 걸었고 바위 위에 올라갔다. 앞다리로 먹이인 해초와 조류를 붙잡았고 서로 다투거나 포옹하기도 했다. 


거대한 몸에 비해 머리가 매우 작았고 귓구멍이 완두콩만큼 작았지만 청각은 우수했다. 윗입술은 크고 넓었으며 위아래 입술이 모두 두 겹으로 되어 있었다. 입술 사이에는 3.8밀리미터의 두껍고 하얀 털이 빽빽하게 나 있었는데 털 안쪽의 공간에 먹이를 저장했다. 이빨이 없어 아래턱과 입천장에 있는 평평한 2개의 뼈로 문지르듯 씹어먹었다. 


가죽은 매우 두꺼워서 동물의 피부보다는 오래된 떡갈나무 껍질과 비슷했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는 굶주림으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체중이 감소했다. 암컷의 임신 기간은 1년 이상으로 추정되고 주로 초가을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자연의 은혜를 멸종으로 되갚은 사람들


스텔러바다소가 발견되었던 1741년, 추정된 개체 수는 약 2,000여 마리였다. 스텔러바다소는 겨우 4~5분 정도 잠수할 수 있었고 평소에는 전복된 보트처럼 수면 위에 등을 내놓고 천천히 헤엄쳤기 때문에 사냥꾼이 작살을 이용해 손쉽게 사냥할 수 있었다. 


무척 온순한 데다 인간을 경계하지 않았던 스텔러바다소는 단기간에 멸종한 도도처럼 몇 장의 그림과 기록, 불완전한 표본만을 남기고 세상에서 사라졌다. 조난으로 죽음의 위기에 처했던 사람들은 스텔러바다소로부터 얻은 고기로 배를 채우고 기름을 짜내 불을 지폈으며 가죽으로 보트를 만들어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이 베푼 은혜를 멸종으로 되갚았다.


기록에 따르면 마지막 스텔러바다소를 잡은 사냥꾼은 이 세상에 남은 스텔러바다소가 2~3마리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주저하지 않고 스텔러바다소를 죽였고 고기와 가죽을 챙겼다. 어쩌면 그들은 더 일찍 와서 더 많은 스텔러바다소를 차지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을지도 모른다. 


한가로이 헤엄치며 새끼에게 젖을 먹이던 거대하고 신비로운 스텔러바다소를 이제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니. 앞다투어 몰려와서 가족과 동료를 작살로 찔러대고 죽이는 인간을 보며 스텔러바다소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너무나 미안하고 안타깝다.


환경오염으로 죽어 가는 바다


스텔러바다소의 멸종은 현재 해양생물이 멸종되는 규모와 속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환경오염은 해양생물을 대규모로 멸종시키고 있는 주된 요인이다. 산업화의 영향으로 증가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과다 흡수되어 약산성인 바다가 점점 산성화 되고 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50년 내에 탄산칼슘 성분의 껍질을 가진 조개류 같은 생물종이 대량으로 멸종될 것으로 예측된다. 


2050년 무렵에는 모든 상업적 수산자원이 고갈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해양생물의 먹이이자 서식지인 해초지가 연간 7퍼센트씩 감소하고 있다. 폐기물 투기와 독성 화학물질의 사용도 해양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플라스틱이 점령한 바다


바다의 표류물 중 90퍼센트 정도가 플라스틱이다. 2006년, 유엔환경계획은 매 평방 마일마다 4만 6,000점의 플라스틱이 바다를 떠다니고 있다고 추정했다. 유럽 각국 소속의 15개 기관이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서양, 북극해, 지중해 심해가 인간이 버린 비닐봉지나 그물, 유리병, 플라스틱으로 뒤덮여 있다고 한다. 쓰레기 중 41퍼센트가 플라스틱이었고 버려진 낚시 장비가 34퍼센트를 차지했다. 


2008년에는 83개의 해양 쓰레기를 삼킨 어류가 발견되기도 했고 태평양 북동부에는 한반도보다 7배나 큰 거대한 쓰레기 구역이 형성되어 있다. 해마다 바닷새 100만 마리, 고래나 바다표범 같은 해양 포유동물 10만 마리가 플라스틱을 먹거나 어망에 걸려 죽어간다. 


스텔러바다소의 근연종인 듀공도 서식지 상실과 해양오염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가 무심코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에서 표류하다 해양동물을 죽게 할 수 있다니. 해양 생태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일까.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는 어미들


고래가 새끼를 낳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아주 작은 고래의 꼬리가 조금씩 어미의 몸 밖으로 나오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빠져나와 물속을 헤엄쳤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스텔러바다소도 그렇게 새끼를 낳고 젖을 먹여 키웠을 것이다. 포유류의 출산과 수유를 지켜보면 동물을 인간과 동등하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무의미해지고 오히려 동물과 인간을 다르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하게 된다.


내가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처음 목격한 것은 여덟 살 무렵이었다. 마당에서 기르던 커다란 개, 아롱이가 어느 겨울밤에 새끼를 낳았다. 엄마가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을 보고 낌새를 알아챈 나는 내복 바람으로 뛰쳐나갔다. 엄마가 아롱이 집에 덮어놓은 담요를 살짝 젖히니 아롱이의 배 쪽에 축축하게 젖은 새끼 몇 마리가 꼬물거리는 것이 보였다. 갓 태어난 새끼를 열심히 핥아 주는 어미의 모습을 한참 지켜봤다. 행여나 어미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나를 보면 겅중겅중 뛰며 좋아하던 귀여운 멍멍이, 아롱이가 새끼를 낳다니! 아롱이가 정말 대단하게 보였다. 나는 묶여 있는 아롱이를 만나러 우리 집 마당을 들락거리던 동네 개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어떤 녀석이 아빠일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출산이 다 끝난 게 아니었다. 아롱이가 엉덩이 쪽으로 입을 가져가 아주 얇은 막에 싸인 덩어리를 끄집어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아롱이는 입으로 막을 뜯고 새끼의 몸이 말끔해질 때까지 구석구석 정성스럽게 핥았다. 작은 생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날 이후 나는 눈만 뜨면 아롱이 집으로 가서 종일 붙어 있었다. 대여섯 마리였던 새끼가 겨우 두 마리만 남고 차례차례 죽어 가는 것도 지켜봤다. 사람이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한다.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후에 나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 모든 생명은 다 동등하며 귀하고 아름답기에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이 단순한 사실을 오로지 인간만이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낌없이 주는 자연과 아무런 죄도 없는 동물에게 우리는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스텔러바다소를 죽여서 얻은 고기와 가죽이 스텔러바다소의 생명보다 값어치가 있을까? 


우리의 아이들에게 왜 스텔러바다소가 멸종했는지 부끄럽지 않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류가 과거에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고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인간 중심의 삶이 아니라 생명 중심의 삶으로 나아가리라는 희망을 나는 놓지 않을 것이다.





참조

http://www.petermaas.nl/extinct/speciesinfo/stellersseacow.htm

https://en.wikipedia.org/wiki/Steller%27s_sea_cow

http://www.iucnredlist.org/details/10303/0http://www.sciencetimes.co.kr/?news=심해까지-점령한-해양-쓰레기

그린 레프트, 데렉 월 지음,조유진 옮김, 이학사

스콧 니어링 자서전, 스콧 니어링 지음, 김라합 옮김, 실천문학사, p126


멸종동물, 멸종위기동물, 스텔러바다소,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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