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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노아 Noah Jang Feb 21. 2017

기후변화로 멸종된 황금두꺼비

중국, 킹키 금융 센터 플라자, 441.8미터

Kingkey Finance Center Plaza and Golden toad, watercolor on paper, 76x57cm, 2015


대체로 사전에 피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적어도 아직은 말이다. 지금 시점에서 우울해하는 것은 거실에 앉아 부엌이 불타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면서 불이 번질수록 점점 더불 행해하는 것과 같다. 그보다는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는 게 상책이지 않을까.

-6도의 멸종,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세종서적, p23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코스타리카의 고유종인 황금두꺼비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멸종된 첫 번째 동물로 알려져 있다. 1987년, 양서류 전문가 마티 크럼프는 코스타리카에 있는 몬테베르데 운무림 보존지구에서 황금두꺼비들의 짝짓기를 관찰했다. 수백 마리의 황금두꺼비가 낳은 4만 3,500개의 알이 웅덩이가 마르면서 썩어 버렸고 겨우 29개만 올챙이로 부화했다. 대기가 뜨거워지면서 숲의 습기를 유지해 주던 안개구름의 위치가 이동한 탓에 서식지가 메마른 것으로 추정된다. 두꺼비와 같은 양서류는 피부로 호흡하고 물도 피부로 흡수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이나 외부 요인의 영향에 민감하다. 외부의 열원으로 체온조절을 하는 외온성 동물이기도 하며 모든 생리적인 기능이 환경 의존적이라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1988에 황금두꺼비 수컷 8마리와 암컷 2마리가 발견되었지만 이듬해에는 수컷 하나만 남았고 1989년 5월 15일 이후로는 단 한 마리도 목격되지 않았다. 결국, 2004년 황금두꺼비는 국제자연보호연맹의 멸종 동물 목록에 추가되었다. 


황금두꺼비, 종이에 연필, 2015


잘 알기도 전에 사라진 황금두꺼비


황금두꺼비는 뚜렷한 성적 이형성을 가진 동물이었다. 수컷은 진한 오렌지색이고 암컷은 흑갈색 몸에 노란 테두리가 있는 붉은 반점들을 가지고 있었다. 코에서 항문까지의 몸길이는 수컷이 39~48밀리미터, 암컷이 42~56밀리미터로 암컷이 수컷보다 컸다. 번식기는 우기인 4월에서 6월 사이였고 짧은 기간에 특정한 물웅덩이에 모두 모이는데 8대 1의 비율로 수컷이 암컷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겨우 짝을 얻은 수컷이 암컷의 등에 단단히 매달려 짝짓기를 하는 동안에도 다른 수컷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암컷은 물웅덩이에 200~400개의 알을 낳았고 부화한 올챙이는 5주 정도 지나면 변태하여 뭍으로 올라왔다. 황금두꺼비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제대로 연구하기도 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와 사라지는 양서류


우리는 날씨가 너무 춥거나 더우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괴로움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동물은 인간이 초래한 급격한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요즘 왜 이렇게 덥냐며 짜증을 낼 때 어디선가 개구리나 두꺼비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릴 때 만져보았던 개구리의 연약한 피부가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20세기에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약 0.7퍼센트 상승했다. 지난 100만 년간 가장 뜨거웠던 지구 기온과 비교해도 겨우 섭씨 1도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으며 1300년간 이렇게 따뜻했던 적이 없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빙하가 녹으면서 점점 작아지는 북극에서 볼 수 있다. 이끼밖에 없던 툰드라 지대에 관목이 자라고 알래스카에서는 3000년 동안 얼어 있던 얼음이 녹고 있다. 


여러 기후 모델이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의 마리카 홀랜드 연구팀은 2040년 여름쯤에 빙하가 전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고 미국 항공우주국의 짐 핸슨 연구팀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만 기후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 재앙이 임박했다는 뉴스를 들어도 아직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니 나 역시 무감각하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국가에서 환경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으리라 믿고 당장 먹고 살 일이 더 바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우리가 에어컨을 켜고 더위를 피하는 동안 아주 작은 두꺼비부터 커다란 북극곰까지 고통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킹키 금융 센터 플라자와 은혜 갚은 두꺼비


소녀와 황금개구리 뒤편으로 보이는 건물은 2011년 완공된 킹키 금융 센터 플라자로 중국 선전에 있다. 현재 완공된 건물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며 지상 100층, 높이는 441.8미터다. 고도성장 중인 중국은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초고층 빌딩의 60퍼센트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초고층 빌딩이 모두 완공되면 킹키 금융 센터 플라자는 30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중국은 주요 도시의 80퍼센트가 고도성장에 따른 부작용으로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안 고있다. 스모그로 인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외출 이불 가능하고 가시거리가 불과 200미터 미만일 때도 있다. 경제성장이 가져온 물질의 풍요 속에서 환경문제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람도 고통을 호소하는 수준이라면 연약한 양서류는 일찌감치 자취를 감췄을 것이다. 그림 속 하늘은 아주 파랗다. 앞으로 중국의 하늘, 세상의 하늘이 다시 맑아지고 동물들이 우리에게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어릴 때 두꺼비집 짓기를 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땅에 한 손을 대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단단 해지도록 두드리면서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노래를 불렀다. 전래동화 속에서도 두꺼비는 항상 인간을 돕는다. 은혜 갚은 두꺼비 이야기에서 오랫동안 두꺼비 밥을 챙겨 준 처녀가 지네의 제물이 되자 두꺼비는 처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 지네와 싸운다. 콩쥐팥쥐 이야기에서는 계모가 콩쥐를 괴롭히려고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라고 명령하자 두꺼비가 자신의 몸으로 구멍을 막아 콩쥐를 돕는다. 두꺼비집도 짓고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친숙하지만 두꺼비를 실제로 본 적은 거의 없다. 


황금두꺼비가 풀숲에 있는 사진을 보면 정말 황금처럼 빛나는 것 같다. 이토록 작고 반짝이는 동물이 사라졌다니. 그림 속에서 소녀는 우리를 대신해 황금두꺼비를 소중히 들고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언제나 인간을 돕는 전래동화 속 두꺼비는 아낌없이 자신을 내주는 자연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오랜 세월 자연으로부터 은혜만 입었으니 이제는 우리가 자연을 도울 차례다. 두꺼비를 대신해 밑 빠진 독을 막 고생명을 구하고 새집을 돌려줘야 할 때다. 


우리의 이야기를 즐거운 결말로 맺기 위하여


우리 가지구의 자원을 싹쓸이해 그다지 쓸모도 없는 것을 광적으로 만들어 사고파는 동안, 유치한 경쟁이라도 하듯 너도 나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짓는 동안, 자연은 신음하고 동물은 죽어가고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스모그 가득한 거리로 내몰린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자연이 망가지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라고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떤 아동용 서적은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종 개구리를 보호하는 연구소를 인간에게 극진한 시중을 받는 개구리 호텔로 묘사했다. 야생동물이 처한 극한 상황이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꾸며진 것이다. 어린이용 감기약에 달콤한 향과 맛을 첨가하듯이 말이다. 순진한 아이들에게 위선적인 어른의 세계를 언제부터 어디까지 또 얼마만큼 알려 주어야 할까. 


어른들도 실상을 외면하고 싶어 한다. 기후변화 문제를 다룬 『6도의 멸종』의 저자 마크 라이너스는 출판 행사가 끝난 후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한 청중이 지인에게 우울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 데려와서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독자도 내 이야기가 너무 우울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나도 떼죽음을 당한 양서류 사진보다는 개구리 호텔 이야기가 좋다. 그러나 속담에도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치료도 받는다. 회복할 수 있는 병이라면 슬퍼할 이유가 없다.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지금 지구와 동식물들이 몹시 아프다. 모른 척할 수 없거니와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부인해서도 안 된다. 과오를 되돌릴 시간이 아직은 남아 있다. 우울하게 시작한 이야기라도 즐거운 결말로 이끌어갈 능력을 우리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       



참조

http://www.arkive.org/golden-toad/incilius-periglenes/

http://www.iucnredlist.org/details/3172/0

『6도의 멸종』,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세종서적, p23


멸종동물, 멸종위기동물. 황금두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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