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사람들의 친절

17일 차:3.12. 수요일. 맑음(구름 조금)

by 장석규

Aldeanueva del Camino ~ La Calzada de Béjar 22km
누적 거리 436km

07:00, 느지막이 일어나서 짐을 꾸려 알베르게를 나선 시간이 07:30, 하늘을 쳐다본다. 푸른 하늘이 보인다. 몇 조각구름은 하얗다. 모처럼 햇빛을 보며 길을 걸을 것 같은 기분에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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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들이 어디로 날아가랴. 방앗간에 들르듯이 마을 광장에 위치한 바르로 빨려 들어간다. 커피 한 잔과 식사용 빵을 주문한다. 늘 반복되는 음식에 당기지는 않지만 어쩌겠는가. 꾸역꾸역 바게트를 커피에 찍어서라도 부드럽게 해서 먹는다. 그래야 해발 900미터가 넘는 고갯길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 테니까.


08:00 출발했다. 영상 6도, 찬 기운이 몸속을 파고든다. 그러나 우의를 입지 않고, 뽀송한 신발을 신고 걸으니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진 걸 느낀다. 마을을 벗어나며 N-630번 도로를 따라 계속 오르막 길이다. 오른쪽으로는 해발 2,428m Calvitero 산이 최근 내린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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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여 만에 Baños de Montemayor 마을에 이르렀다. 마을 입구 큰길가에 작은 교회가 있어서 배낭을 벗어놓고 교회로 갔다. 문은 굳게 닫혔다. 앞에서 잠시 기도드리고 돌아서는데 로리아노가 다가오더니 교회 문이 닫혀 있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동감이라며, 특히 순례길 가에 있는 교회는 제발 열어두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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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까지 569km라는 이정표가 일행을 고무시킨다. 벌써 이 만큼이나 걸어왔단 말이야? 하며 스스로 대견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바르에 들러 카페콘레체와 케이크 한 조각을 주문해 먹으며 힘을 비축한다. 로리아노가 담배를 말고는 왔다 갔다 하며 안절부절못한다. 라이터를 잃어버려서 담뱃불을 못 붙이고 있는 것이었다. 궁하면 통하는 법인지 옆에 앉아 있던 동네 노인께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 집으로까지 가서 라이터를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고맙다며 그 노인과 로리아노를 세워놓고 기념사진을 찍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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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며 보니 바르에서 불과 50미터밖에 안 되는 곳에 담배 가게가 있는 게 아닌가. 보통은 '저기 담배 가게가 있고, 거기에 가면 라이터를 살 수 있어.' 하고 이야기해 주는 것으로 그칠 텐데... 스페인 사람들의 친절은 몸에 밴 것 같다. 걷다가 길이나 알베르게, 슈퍼마켓 등의 위치를 물어보면 직접 안내해 주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마을을 지나 본격적으로 고갯길을 향한다. 오를수록 고도가 높아지니 운무가 앞을 가린다. 악시정이다. 가시거리가 10~15미터 정도, 찻길을 따라가니 가끔 오가는 차량에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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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고개 정상, 그동안 지나온 엑스트라마두라 Extramadura를 뒤로 하고 카스티야 이 레온 Castilla y Leon 지역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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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은 Calzada de Romana, 고대 로마시대에 은을 실어 나르려고 닦은 길이다. 길 좌우편에 담처럼 쌓인 돌들이 켜켜이 이끼를 이고 있어 오래된 길의 분위를 고조시키고 있다. 예전에 걸었던 프리미티보 길의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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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고즈넉한 길을 내려가다 보니 돌담에 'Cafe 300m'라는 조그만 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로리아노가 그것을 보고 행복해하는 표정이란, 사실 나도 그쯤에서 쉬고 싶었다. 적시에 나타났으니 반가운 안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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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산촌 돌집을 알베르게를 겸한 카페로 운영 중이었다. 커피 한 잔씩 마시고 얼마냐고 물으니 도네이티보라고 한다. 두어 시간을 더 걸어서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La Calzada de Béjar, 작은 산촌 마을이다. 알베르게 13유로, 높은 지대에 있어서 그런지 라디에이터가 따뜻하다. 낮인데도 난방을 해 주는 게 고맙다.

2_7beUd018svc1myyke5lrxs08_towmqu.jpg?type=e1920_std La Calzada de Béjar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 입구
2_bbeUd018svc1umg3oizzsbhd_towmqu.jpg?type=e1920_std 마을에 들어서기 전, 노란 화살표 모양 팻말에 산티아고까지 541km라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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