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풍경

by 썬피쉬

새벽빛이 어슴푸레 비치는 창밖에는 한적한 골목이 펼쳐져 있었다. 몇몇 노인들이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는 모습만 보였다. 젊은 세대의 활기찬 모습은 이미 오래전 이 동네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신 복지관이나 병원으로 향하는 휠체어,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거리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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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끝 작은 가게 앞에서는 노인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요즘은 버스조차 잘 안 세워주더군. 내가 그들 눈엔 귀찮은 짐짝으로 보이나 봐.”

다른 노인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나마 있던 동네 병원이 작년에 문을 닫았으니 이젠 약 타려면 도시로 나가야지. 거기도 대기 시간만 몇 시간이더라.”

그들은 조용히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더는 말하지 않았다. 병원비와 약값은 매달 늘어났지만, 연금은 줄어들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노인들은 자신이 받은 혜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젊은 세대의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우린 돈을 아무리 벌어도 남는 게 없어. 다 세금으로 빨려 들어가잖아.”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젊은 남성이 친구에게 불만을 털어놨다.

“진짜 이 나라가 이렇게 힘든 건 우리 부모 세대 때문 아니야? 그렇게 일하면 뭐 해, 결국 그 돈으로 노인들 돌보는 데 다 쓰이는데.”

옆에 있던 친구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그러니까. 자기들이 경제성장한다고 다 망쳐 놓고 이제 와서 우리보고 책임지라니. 웃기지 않냐?”

그들의 말투는 날카롭고 냉소적이었다. 복지 부담으로 점점 삶이 팍팍해지는 현실은 젊은 세대에게 노인들에 대한 원망과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솔직히 노인들 사라지면 나라가 좀 나아질지도 몰라.”

농담처럼 던져진 말이었지만, 그 말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가볍지 않았다.


미주는 책상 위에 쌓인 강의자료를 훑다 말고 창밖을 바라봤다. 골목 끝에서 휠체어를 탄 노인이 지나가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버스는 그대로 지나쳐버렸다. 버스 정류장 옆 벤치에는 또 다른 노인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저분들 중 한 분도 갑자기 실종된다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겠지?’

미주는 휴대폰을 들어 뉴스를 확인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화면에는 굵은 제목이 떠 있었다.

“또 한 명의 노인 실종… 올해 들어 234번째 사건”

미주는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혼잣말을 뱉었다.

“또 실종 사건? 왜 노인들만 사라지는 거지?”

기사 내용을 클릭하니 간단한 정보가 나왔다.

“서울 외곽 신월리 마을에서 88세 노인 실종. 경찰은 자발적 잠적으로 추정.”

미주는 기사 밑으로 쏟아지는 댓글 창을 스크롤했다. 댓글의 분위기는 예상대로였다.


“노인들만 실종된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아?”
“연금 줄 돈도 없는데 사라져도 나라 입장에선 좋겠지.”
“존중은 무슨. 젊은 세대는 빚더미에 깔려 있는데!”
“사람이 사라졌는데 왜 다들 이렇게 차가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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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는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이게 사람들의 반응이라고? 사람이 사라졌는데, 저건 마치… 통계 데이터를 다루는 것 같잖아.”

그녀는 창밖을 바라봤다. 한 노인이 길을 건너다 휘청거리자 지나가던 젊은 남성이 그를 피하듯 발걸음을 돌렸다. 노인은 길 한가운데 멈춰서 힘겹게 몸을 가누며 중얼거렸다.

“요즘 사람들은 다들 왜 이렇게 차가워졌는지…”

미주는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 무거운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건 단순히 노인이니까 사람들이 무심한 게 아니야. 사람들 마음속에 더 큰 불만이 쌓여 있는 거야.’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기사에 언급된 마을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 외곽 신월리”

미주는 곧장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지만, 신월리에 대한 정보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단순한 시골 마을에 불과한 것 같았다.

“이런 데서 왜 실종이 자꾸 일어나지?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잖아.”

다시 댓글 창으로 돌아가던 미주의 눈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댓글 하나가 보였다.


“신월리? 거기 우리 할아버지도 사라졌어.
그런데 이상한 사람들이 마을 주변을 돌아다닌다는 얘기 들었어.”


미주는 이내 의자에 앉은 자세를 바로잡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상한 사람들…? 그냥 우연히 사라진 게 아니라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뭔가를 하고 있다는 뜻일까?”

그녀의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졌다. 단순한 실종 사건이 아니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뭔가 있어, 분명 뭔가 숨겨진 이유가 있을 거야.”

미주는 책상 위에 작은 노트를 펼치고 ‘신월리’라는 이름을 적었다.

“이 사건을 파고들어야겠어. 뉴스에서만 보고 넘길 일이 아니야. 나중에 후회하고 싶진 않으니까.”

창밖의 어둠이 걷히고 아침이 밝아오는 동안, 미주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머릿속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