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미주는 대학 강의실에서 사회문제론 수업을 듣고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고령화 사회와 지속 가능한 정책”이었다. 교수는 강단에서 노인 복지 정책과 그로 인한 재정 부담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총생산 대비 복지 비용은 70%를 넘고 있습니다. 이 중 대부분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연금과 의료비로 사용되고 있죠.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교수의 차분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강의실은 이미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연금을 줄이거나, 노인 복지를 축소하는 게 답은 아니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인간인데,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 말에 다른 쪽에서 또 다른 손이 올라갔다.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세금 내느라 허덕이면서 정작 우리가 늙었을 땐 연금 받을 생각도 못 하잖아요. 어차피 미래가 없는 시스템이면 당장 부담이라도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순식간에 강의실은 두 의견으로 나뉘어 논쟁이 시작됐다.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뒤섞이며 점점 격렬해졌다.
“노인을 탓하는 건 말이 안 돼. 그분들도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왜 무시하는 거야?”
“그러니까 왜 우리는 그 세월을 책임져야 하냐고. 솔직히, 지금 우리 세대는 자기 살기도 힘든데!”
미주는 조용히 책상에 앉아 토론을 듣고 있었다. 말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책상 위를 긁었다.
‘다들 이해할 수 없어... 서로를 비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녀는 노트를 펴고 스스로 질문을 적기 시작했다.
왜 노인 실종 사건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 차가운 걸까?
세대 간의 갈등이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일까?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진짜 문제는 뭘까?
교수는 논쟁을 잠시 중단시키고 말했다.
“여러분, 문제를 이해하려면 감정적인 반응보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 시스템 속에 살아가는 개인들의 목소리도 무시해선 안 됩니다. 그렇다면, 각자의 시점에서 이번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강의가 끝나고 미주는 가방을 챙기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들 틀린 건 아니야. 그런데 맞지도 않아. 이 문제는 단순히 경제나 복지 문제가 아니야. 그 이상이 있어. 근데, 그 이상이 뭘까?”
그녀는 교실을 나서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학교 근처에도 예외 없이 노인의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뉴스에서 본 신월리와 관련된 댓글이 떠올랐다.
‘이상한 사람들이 마을 주변을 돌아다닌다... 뭔가 있긴 한 거겠지?’
그날 밤, 미주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이건 단순히 세대 간의 갈등 문제가 아니야. 뭔가 더 큰 이유가 있어. 내가 알아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