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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연 Aug 02. 2016

동생부심

하율이는 요즘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내게 묻는다. 

“엄마, 오늘은 하린이 몇 살이야?” 

“응, 오늘도 두 살이야”

“아... 하린이도 빨리 나처럼 다섯 살 됐으면 좋겠다. 같이 놀게....”

며칠째 같은 대화를 반복하다가 급기야 얼마 전, 하율이가 친구에게 한숨을 푹 쉬며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다해야... 우리 아기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안 자라...”


둘째를 낳았다고 하면 많은 엄마들이 묻는다. “하율이가 질투 안 해요? 괜찮아요?" 


하율이는 비교적 동생과 잘 지내는 편이다. 어느 육아서에서 동생의 탄생 앞둔 첫째에게 "동생 생겨서 좋겠다. 동생 태어나면 하율이가 잘 돌봐줘야 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동생이 태어나면 불편한 점도 있을거야. 많이 울고, 똥도 기저귀에 싸고, 하율이 장난감도 갖고 놀고 싶어할거야"라고 말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을 하율이에게 억지로 좋은 점만 부각시키는 것 보다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진지하게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둘째를 낳으러 산부인과에 갈 때도 남편과 하율이와 같이 갔다. 주말 낮에 진통이 왔고 따로 하율이를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두 사람의 응원을 받으며 분만실로 들어가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갓 태어난 아기를 신생아실에 맡기고 병실에서 하율이와 간식을 먹으며, "엄마는 앞으로 며칠 동안 병원에서 자야 해. 낮에 하율이가 엄마 보러 와. 올 때 읽고싶은 그림책 하나씩 가져와서 엄마랑 같이 읽자" 했다. 산후조리원에 머무는 기간 동안, 하율이는 매일 어린이집 끝나고 할머니와 함께 조리원 1층에 있는 빵집으로 날 만나러 왔다. 하율이가 골라온 그림책을 읽으며 1시간 쯤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그 시간은 하율이만을 위한 건 아니었다. 2주 동안 조리원에 있으면서 하율이를 만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나와 하율이 모두에게 '연착륙'의 과정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동생을 보는 하율이의 마음은 복잡하다. 얼마 전 친구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집에 놀러왔었다. 자연스레 하린이에게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였는데, 하율이는 집에 있는 장난감을 죄다 꺼내와서는 갖은 재주를 부렸다. 본인이 갖고 있는 '귀여움'이라는 자본을 충분히 활용하는 영리함, 동생에게 관심을 뺏기지 않으려는 몸짓, 내가 느낀 건 한 인간의 처절한 생존본능이었다. 반면 하린이를 유모차에 태워 같이 어린이집에 갈 때면, 하율이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동생을 자랑하기 바쁘다. “우리 동생이에요. 이빨도 났어요!"


"큰 애가 질투 안 해요? 괜찮아요?" 이건 둘째가 태어나기 전 나도 무척 궁금했던 질문이다. 질투, 한다. 그런데 예뻐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게 동생을 바라보는 하율이의 감정이다. 예쁘고, 신기하고, 귀여운데, 질투나기도 하고, 하지만 빨리 커서 같이 놀고 싶은. 하지만 어른들도 한 사람에 대해 한 가지 감정만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남편을 사랑하지만 죽도록 밉기도 하고, 가장 깊은 스킨십을 나누는 존재인 동시에, 가장 날카로운 말로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5살 아이의 감정이라고 덜하지 않다. 하율이가 동생을 사랑한다는 게, 그녀의 변덕스러운 마음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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