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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Hur Feb 05. 2023

나의 애장품


나의 애장품은 무엇일까? 이 주제로 글을 쓰려는 시점부터 첫 글자를 쓰기까지 꼬박 한 달이 걸렸다. 나는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애장하는 사물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주로 실용적인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편이다. 필요하면 사고, 필요 없으면 관심이 없다. 사더라도 싸게 사서 몇 배는 뽑아먹어야 한다. 필요한 제품이 $10짜리면 $5불에 살 기회를 노렸다가 사고, $5불을 지불했으면 최소한 그 세배인 $15불의 가치를 뽑아내야 기분이 좋다. $10불짜리를 샀는데 $5불짜리로도 필요한 기능을 다 이용할 수 있으면, 마치 사기를 당한 것처럼 기분이 매우 안 좋아진다.


물론 사물에 감정과 추억이 더해지기도 한다. (난 AI가 아닌 사람이다.) 하지만 소중히 오랫동안 간직하려는 감정은 잘 없다. 좋은 추억이 담겼다면 감사한 마음이 생길 뿐이다. 예를 들면, 8년째 타고 있는 CR-V는 2009년에 태어나 2014년에 우리 집에 입양 왔다. 나보다 1년 늦게 미국에 왔고, 내 딸보다 1년 더 함께 살았다. 어느덧 9년을 함께 했다. 이 차는 감사한 사물이다. 왜냐하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깊이 연관되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임신하면서 아내의 건강과 편의를 위해 SUV를 사기로 결정했었고, 아내는 출산 후 정말로 허리와 손목을 크게 다친 적이 없다. 잔고장, 큰 고장, 사고 등으로 속을 썩인 적도 없어서, 가계지출을 적게 유지하려는 내 뜻에 100% 동참해 준 기특한 녀석이다. 고마운 녀석이라서 그에 어울리는 사람같은 이름도 붙여줬다. Help를 뜻하는 Hadley Helpson. 하지만, 미안하지만, 실용적인 이유로 언제든 갈아탈 수 있다. 


고민고민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의 애장품은 물리적 세상에 있지 않구나. 디지털 세상에 있구나. (나는 정말 AI인 것인가?) 내가 자주 꺼내보고, 절대 지울 수 없고, 바가지로 보관 가격을 지불하는 사진 파일들, 나의 추억을 남긴 글들, 내가 읽었던 E-Book과 나의 메모들, 그리고 iPad 앱 Notably에 끄적인 나의 생각들. Apple Music 플레이리스트에 하나하나 모아놓은 나만의 보석들. 그 모든 디지털 사물에 담긴 나의 추억들. 소중한 것들은 가능하면 디지털 세상에 간직하려는 경향도 있었다. 물리적으로 보관하면 쉽게 잃어버리거나 바래지기 때문에.


Apple에 가장 큰 가치를 더한 제품을 꼽으라면 당연히 iphone이다. iphone 출시 이후, 애플은 미친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머지 않아 세계 시총 1위의 회사가 되었다. iphone은 놀라운 재무적 가치뿐 아니라, 감정적 가치까지 가졌다. 아마 현대인의 가장 큰 감정적 가치를 가진 제품이 iphone이지 않을까? 개인들과 그들의 애장품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정보와 지식, 온갖 디지털 서비스, 그리고 물리적 세상에서 보이지 않거나 만질 수 없는 소중한 모든 사람들까지 연결한다. 소중하고, 필요하고, 가치있는 수많은 것을 나와 연결시키는 엄청난 연결성을 가졌다.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놀라운 제품이 나타날까?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디지털 세상의 변화는 너무 빨라서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최근에는 ChatGPT가 온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백만 사용자에 도달하기까지 Netflix는 3.5년, Facebook은 10개월, Instagram은 2.5개월이 걸렸다. ChatGPT는 딱 5일이 걸렸다. 5일. 믿어지는가? (그리고 거의 2달만에 사용자 1억명에 이르렀다.)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고, 벌써 별의별 놀라운 사용경험과 애플리케이션이 블로그, 유튜브, 그리고 물리적 세상의 수많은 대화에서 공유되고 있다. Google, Meta, Amazon 등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OpenAI와 파트너쉽을 맺은 Microsoft는 놀라운 속도로 제품에 ChatGPT를 활용한 새로운 Feature를 출시하고 있다. 이 시점에 당연히 던져야 하는 질문! 재무적 가치와 감정적 가치 모두를 가장 많이 가질 AI 제품이 향후 10년 안에 탄생할까? 그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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