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를 닮은 파리의 서점
이봉 랑베르
[Paris #1] Inspired by Yvon Lambert
서울에도 한때 독립서점 열풍이 불었을 때가 있었지?
내가 살고 있는 파리는 서울에 비해 굉장히 아날로그한 도시야. 그래서 도시 곳곳에 오래된 서점이 즐비해 있고 심심치 않게 공원 벤치나 지하철에서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어. 그만큼 책은 파리의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매개체 중 하나일 거야. 나 역시 가끔가다 일상이 퍽퍽해지고 작업의 밑천이 드러날 때면 서점을 찾곤 해. 잘 큐레이션된 아트북이나 패션 매거진들을 들여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다시 영감의 원천들이 생기거든. 오늘은 내가 자주 찾는 서점 중 하나를 소개하려고 하는데 한국 사람들에게도 이미 잘 알려진 '이봉 랑베르(Yvon Lambert)'라는 서점이야.
이봉 랑베르는 사실 아트 갤러리로 처음 문을 열었어. 1966년 처음 문을 연 사실상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갤러리였지. 마레 지구(Le Marais) 안에 있는 Rue Vieille du Temple에 갤러리를 오픈한 후, 그 당시 불모지였던 마레 지구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파리의 예술과 패션, 문화의 중심지역으로 거듭났어. 주로 쟁쟁한 미국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갤러리를 운영해왔던 이봉 랑베르는 자연스레 책에 있어서도 남다른 큐레이션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거야. 실제로 현재 'Fill du calvaire'길에 있는 이봉 랑베르 서점을 방문해보면 책방이 아니라 하나의 갤러리같다는 느낌이 들지. 어마어마한 양의 아트, 사진, 패션, 건축, 여행 관련 서적들과 매거진이 뿜어내는 공기에 압도당하게 될 거야. 이봉 랑베르의 역사를 함께 해온 당대의 해외 아티스트들에 대한 서적들과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ngly) 같이 거물급 톱스타의 일러스트 작품들, 현재의 떠오르는 신인 사진작가들의 작업들과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에뛰드 스튜디오(Etudes Studio)의 최신 에디션처럼 가장 핫한 트렌드를 접할 수도 있어. 이 한 공간 안에서만 어마어마한 영감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실감이 가지?
서점의 뒤편에는 작은 갤러리가 숨겨져 있어. 매번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바뀌는데, 책을 구경하다가도 잠시 분위기를 전환해 우연히 몰랐던 작가의 작업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지. 갤러리로 이어진 통로에 진열되어있는 티셔츠나 에코백, 디퓨저 제품 등 작품에 대한 굿즈를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 중 하나야. 사실 난 평소에 책을 그렇게 자주 읽는 편이 아니지만 이곳에 방문하게 되면 꼭 하나씩 뭔가를 사게 돼. 그건 이 곳의 공간이 주는 힘일까? 아니면 눈 좋은 큐레이션의 힘일까?
이봉 랑베르에 방문하게 될 때마다 마치 '넷플릭스의 아날로그 판'같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늘 양질의 콘텐츠를 갈구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좋은 감각들로 편집해서 제안하지. 하지만 이 감각적인 공간 안에서 책을 직접 손으로 꺼내보고 책장을 넘겨보고, 수많은 영감들이 담겨있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피부로 느끼는 이 느낌이 리모컨을 돌리면서 볼거리를 찾는 행위와 비교할 수 있을까? 언젠가 다시 파리에 놀러 오게 된다면 마레 지구 끄트머리에 위치한 이 서점을 들러 여유 있게 책 한 권 한 권을 구경해봤으면 해. 무언가 알지 못하는 영감들이 솟구쳐 몸이 근질근질 해질거야. 그렇게 이 서점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면 유럽에서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말을 온몸으로 이해하게 될꺼야.
요즘 서울에서 발견한 감각적인 서점은 뭐야?
2021.03.09
Paris 에서
� 어바노이즈 이봉 랑베르(Yvon Lambert) 유튜브 보러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nL2Pk_2fDc8&t=2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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