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곳곳에 묻어있는 동네서점
낫 저스트 북스
[Seoul #2] Inspired by Not Just Books
코로나가 아무리 기승이라지만 봄은 역시 봄인가봐. 추운 겨울 뒤에 피는 봄꽃처럼 서울도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 여전히 마스크 착용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지만 서울 사람들은 예전 삶을 놓치려 하지 않아. 한강공원에서 강아지와 산책하거나 카페에 모여 친구들과 수다 떠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더라. 이제 본격적으로 봄인가 싶더라고. 그런 김에 나도 성수동을 잠깐 다녀왔는데 이봉 랑베르에 버금가는 서점을 하나 얘기해볼까.
'낫 저스트 북스(Not Just Books)'는 우리가 자주 가는 성수동에 위치해있어. 서울숲과 이마트 본점 사이에 작은 골목길들이 있는데 가다 보면 'bookshop'이라는 간판을 보여. 그 간판을 보고 쭉 가다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게 되면 낫 저스트 북스만의 공간감이 쭉 펼쳐져. 몇 번 와봐도 특별함의 설렘은 항상 느껴지더라.
들어가면 더 뭔가가 다가와. 학창 시절에 보던 삐걱거리는 고동색 나무 바닥,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책장에 테이블에 재미있는 책들이 꽂혀있어. 들어오자마자 오른쪽으로 돌아서 이달에 엄선된 책들을 둘러보고, 대표님의 취향에 맞는 카테고리에 따른 책들을 쭉 보게 되는데 내가 제자리에서 360도로 돌아보면 모든 책들이 보여. 중간중간에는 굿즈들이 있어 소유욕을 살짝 건드려주기도 하지. 또 책장 사이에는 집에서 흔히 보는 가구들과 화분들 그리고 서점의 마스코트 순돌이는 마음을 푸근하게 해줘. 흔히 아는 독립서점, 독립 서적이라는 키워드보다는 서재, 아지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은밀히 초대되어 잠깐 구경하고 가는 그런 기분?
낫 저스트 북스의 매력은 '큐레이션'이야 대표님이 직접 읽어보고 재미있는 책들을 엄선하여 판매한다고 해. 책장에는 간단한 소감, 소개글들이 튀지 않는 메모지에 써져 여기저기 붙어있는데 자극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들어 참 좋았어. 간단하잖아. 내가 재미있게 본 책들을 소감을 써서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뿐이야. 그런데 그 과정이 진실되면서 감각적이더라고. 이게 진짜 '큐레이션'이라 싶었어.
'큐레이션'은 계속 성장해왔던 키워드야. 정보가 많아지고 흘러넘치면서 우리는 숨만 쉬고 있어도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 그런데 그 정보가 너무 많아서 뭐가 나한테 유익한지, 쓸데없는지, 진짠지 가짠지도 모르게 되었어. 이때 등장한 게 큐레이션이야.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원하는 정보들을 제공하는 거지. 넷플릭스 같은 대기업부터 네가 항상 말하는 여러 편집샵들이 큐레이션을 아주 잘하고 있지. 큐레이션을 하는 무기는 다양하지. 대량의 소비자 데이터가, 개인의 강력한 취향이, 지역만의 로컬한 특징이 되기도 하는데 나는 이 셋 중에는 개인의 취향이 가장 좋더라고.
독립서점의 차별점은 '큐레이션'에 있다고 생각해. 대중의 아주 니치한 니즈를 찾아서 반영하는 것. 그런데 그 반영하는 과정 속에 큐레이터의 취향도 녹아들어야 하지. 어쩌면 서점 주인과 소비자의 취향을 합치, 공감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 그러려면 큐레이터의 취향이 더욱 자신 있고 확고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책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이정표가 되어주는 거지. 이런 점에서 낫 저스트 북스는 아주 멋진 독립서점이라고 할 수 있어.
대표님을 만나 잠깐 이야기와 내부 사진 촬영을 허락받으려 했는데 정중하게 거절하셨어. 오로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는, 유명한 방문보다는 느지막한 방문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 한순간 공감이 가더라. 낫 저스트 북스는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만 가야 하는 곳인가 봐. 나도 앞으로 더 자주 방문해서 나만의 책을 더 찾고 싶어. 아쉽네. 작년에 너와 함께 여기를 꼭 한번 갔어야 했어.
최근에 다프트 펑크(Daft Punk)가 해체한 소식을 들었어.
나도 그렇고 한국 팬들은 굉장히 아쉬워했는데 파리에서는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네.
2021.03.15
Seoul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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