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3] Inspired by Daft Punk
그때, 모두가 다프트 펑크(Daft Punk)가 될 수는 없었다.
디제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프랑스 영화, "에덴(Eden)"에 나오는 대사야. 디제이들에게 있어 다프트 펑크가 어떤 존재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지.
2021년 2월 22일 파리 출신의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가 은퇴를 알리는 영상을 공개했을 때 프랑스를 포함한 전 세계의 팝 컬처 미디어들은 다프트 펑크에 대한 기사로 도배가 되었었어. 나 역시 그동안 너무도 많은 영감을 받아왔던 아티스트였기 때문에,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지.
https://www.youtube.com/watch?v=DuDX6wNfjqc
독일의 전설적인 뮤지션,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가 전자음악을 처음 선보였다면, 전자음악을 전 세계에 대중화시킨 건 다프트 펑크라고 말할 수 있어. 그만큼 다프트 펑크는 전자 음악계의 록스타라고 볼 수 있지.
그 당시 아직 주류가 아니었던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언더그라운드를 점령한 뒤,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와의 뮤직비디오 협업, 재페니메이션 감독 마츠모토 레이지(まつもと れいじ)와의 작업, N.E.P.D의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시크(Chic)의 나일 로저스(Nile Rodgers)와의 작업 등 팝 음악까지 점령하며 이들이 음악사에 끼친 영향은 무궁무진해.
처음 그들의 노래,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를 들었을 때가 생각이 나. '뭐 이런 식으로 노래를 다 만들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었지. 그 당시 나에게 있어 그 노래는 지금까지 들어왔던 내러티브 전개를 가진 서정적 멜로디의 진행이 아닌 몇 마디의 단어들을 녹음하고 그것들을 비트에 맞게 전개하는 기계적인 구조에 가까웠어.
https://www.youtube.com/watch?v=gAjR4_CbPpQ
전자음악의 개념이란 그런 거라고 생각해. 기존의 음악들은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상황에 대한 묘사에서 생겨났잖아. 마치 인간 서사의 장면을 묘사했던 낭만주의 시대의 미술처럼 말이지.
더 이상 화려한 미술의 '니나니뇨'에 싫증이 난 예술가들은 이성적이고 도시적인 모더니즘을 탄생시켰지. 그 이후로는 우리도 잘 알다시피 인류는 2차 세계 대전을 겪고 무의미하고 기계적인 관점에서의 세계를 묘사하게 되었고. 년도는 다르지만 이러한 맥락에서 전자음악의 개념도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어. 가령 처음에 언급했던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을 보면 그들은 자신들 스스로를 로봇으로 묘사하며 방사능, 기계,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등의 감정을 노래하지.
다시 다프트 펑크로 돌아와 그들의 퍼포먼스를 보자면 지금까지 얘기한 스타일을 한 단계 넘어선 포스트 모더니즘의 선상에 있지 않을까? 그들은 헬멧을 쓰며 스스로가 로봇이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크라프트베르크만큼의 완전한 기계화도 아니고... 그들이 협업하는 뮤직비디오나 활동들을 보면 뭔가 대중적이면서도 그 다양한 콘셉트의 테두리를 정의하기가 어렵지 (사실 그게 포스트 모더니즘의 정의 아니겠어?)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개념에서 탄생한 전자음악을 통해 음악은 기존의 아우라를 지닌 '감상하는 것'에서 누구나 새로 재구성하고 해체시킬 수 있는 '즐기는 도구'로 바뀌었다는 사실이야.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사운드 클라우드'에 들어가 보면 전 세계의 프로, 아마추어 DJ들이 리믹스한 음악들을 들어볼 수 있어. 기존의 오리지널 음악에서 비트를 바꾸거나, 다른 샘플링과 합성하거나, 또는 새로운 멜로디 라인을 추가하여 새롭게 변형한 다양한 버전의 음악들이 존재하지. 가끔은 원본보다 더 좋은 버전을 발견하게 되더라고.
이러한 변화들이 흥미롭지 않아? 이제는 누구나 소스를 가지고 새로운 것들을 창작해낼 수 있게 된 거야. 고귀한 예술 창작활동에서 벗어나 기존의 대량 생산된 제품들이나 셀러브리티의 이미지들을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가지고 놀았던 앤디 워홀처럼 말이야. 앤디 워홀(Andy Warhol) 이후로 예술은 더 이상 소수자만이 향유하는 수준 높은 교양문화가 아닌 누구나 참가하고 만들어 볼 수 있는 대중 예술 (팝 아트)의 형태로 변모했지.
이러한 맥락에서 이제는 누가 음악을 만들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아졌어. 그냥 내 마음에 드는 리믹스 버전을 듣게 되면 그만인 거지. 다프트 펑크도 그러한 이유에서 본인들을 감추고 헬멧을 쓴 채 익명성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을까?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이미 좋은 음악은 다 나와있고 우리는 그것을(샘플링) 편집하고 재구성하는 로봇에 불과할 뿐이다라는 메시지이었을 수도 있겠지.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도 샘플링에 의해 탄생한 음악이었으니까: 원곡은 Edwin Birdsong의 Cola Bottle Baby)
다프트 펑크와 크라프트베르크 모두 나에게 정말 많은 영감을 주는 뮤지션들이었어. 데뷔 이래로 50년 동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노장 크라프트베르크처럼 다프트 펑크도 그렇게 늘 파격을 일삼는 아티스트로 남아주길 바랬는데, 갑작스러운 그들의 은퇴 소식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야.
그러고 보니 2년 전 서울에서 열린 크라프트베르크 콘서트에 직접 참관을 했었지?
그때의 느낌은 어땠었어?
2021.03.23
Paris
� 어바노이즈 다프트 펑크(Daft Punk) 유튜브 보러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8NG4AXm85Q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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