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은 떨이 음식에 열광하는 사람들 투굿투고

[#43 Paris] Inspired By To Good To Go

by 재니정

오늘 먹었던 식사를 떠올려봐. 혹시 남기고 버린 음식물은 없었어?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연간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약 10억톤에 달한다고 해. 이는 전세계 음식 생산량의 약 17%가 버려진다는 뜻이래. 환경에 관심이 많은 유럽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어. 프랑스에서는 대형마트에서 재고로 남은 식료품 폐기 금지법을 통과시켰지. 덴마크에서는 정부 차원의 노력보다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여러가지 신사업이 등장했는데, 오늘 소개할 서비스는 덴마크의 스타트업 기업 중 하나인, 투굿투고 (Too Good To Go)야.


투굿투고는 ‘버리기엔 너무 좋은’이라는 뜻으로 2016년 런칭한 세계 최초의 식당 마감 할인 플랫폼이야.

우리가 마감시간에 맞춰 마트에 가면 떨이로 남겨진 제품들을 조금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듯이, 음식점이나 마트에서 남은 제품들을 미리 예약해서 저렴하게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지.

이 회사의 창업자인 Lucie Basch는 어느 한 식당에서 수많은 재료들이 버려지는걸 보고 매일 밤 식당들에서 얼마나 많은 음식물들이 낭비될까? 생각했대. 그 버려지는 음식들을 매일 밤 필요한 사람들에게 판매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지구상의 음식물 낭비를 없애자’ 라는 바람직한 모토 아래 투굿투고를 창업했어. 이 서비스는 영국을 거쳐 현재 유럽의 16개국으로 확장했어.



어플리케이션을 보면 사용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해. 첫 랜딩페이지에는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음식점들, 내일 점심 또는 저녁 식사를 미리 예약, 식료품점에서 장보기, 가까운 동네 식으로 카테고리화가 되어있고, 지도나 여러 필터들을 통해 내 주변 음식점들을 검색할 수도 있어.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보여주는 것도 빠른 구매를 유도하기에 적절하지. 원하는 식당이나 마트 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어떠한 제품들을 받게 될건지 간략하게 써놓은 정보들을 볼 수 있어.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받게 될지는 알 수 없고, 먼저 이곳에서 음식을 받아간 사람들이 남겨진 평점을 확인하는 정도이지. 아무튼 마음에 드는 시간대와 가게를 발견했다면 여기서는 ‘매직 백’이라고 부르는 장바구니에 예약주문을 해야 돼. 주문까지 완료했다면 이제 정해진 시간에 직접 찾아가서 ‘서프라이즈’ 제품들을 받아가는 일만 남은거지. ‘식당에서 남는 음식들을 받아간다’ 라는 어떻게 보면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개념을 ‘환경을 지키고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한다.’ 라는 좋은 브랜딩으로 해결한 사례라고 볼 수 있어. 이 캠페인에 공감을 하며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유튜브에 찾아보면 투굿투고만으로 세끼 해결하기, 48시간 살아보기 등 다양한 경험을 공유한 컨텐츠들을 볼 수 있지. 실제 가격도 원래 가격의 ⅓ 정도이니까 소비 지출을 줄이는데에도 실제로 꽤 도움이 되는 셈이야.


물론 아쉬운 부분도 몇가지 보여. 음식이 남게될지 아닐지 모르는 식당 특성상 선택지가 그렇게 넓지는 않아. 프랑스에서 내가 사용해 봤을때는 대부분이 빵집들 위주였어서 식사다운 식사를 선택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 또 유럽은 한국에 비해 여러가지 음식 알러지나 베지테리언, 비건 등 음식에 대한 선택 기준이 까다로운 편인데, 내가 뭘 수령할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보였어. 내가 알러지가 걱정된다면 식당에 직접 전화해서 확인해보는 방법밖에는 없지.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투굿투고가 주문하는 과정을 ‘매직백’으로 네이밍하여 하나의 랜덤박스를 받아본다는 식으로 브랜딩한 점이 좋았어. 한마디로 무엇을 받을지 모르는 이 불확실함을 기대감으로 가리는 의도인거지. 특히 장을 볼때는 정말 마트에서 어떤 제품들을 받게 될지 몰라 그때 그때 테스트해보는 재미가 있어. 물론 내가 원하는 제품이 확실하게 있을때는 그다지 적절치 않는 서비스일거야.


이렇듯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투굿투고는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일으키며 팬덤을 형성하고 여러가지 환경 보호 캠페인을 같이 벌이고 있어. 아마 투굿투고의 고객층은 불편함과 편함을 따지는 실용주의자보다는 이러한 목적에 공감하고 그것을 자기 라이프 스타일에 적용하며 사는 꽤 뿌리깊은 팬층일거야.

한국에도 ‘라스트오더' 라는 비슷한 주문 마감 서비스가 있다고 들었어. 인스타그램 계정을 둘러보니 ‘나를 구해주세요!’ 라는 제법 깜찍한 컨셉으로 남는 음식들을 잘 마케팅하고 있더라고. 입던 옷이나 중고품을 나누는 공유경제가 꽤 예민할 수도 있는 음식산업에까지 번져 바람직한 가치와 새로운 소비구조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의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떤 식으로 변할지 궁금해졌어.


최근 너는 어디에 영감을 얻었어?


2022.01.11

Paris




✔ 뉴스레터로 이 글을 '1주일 더 빨리' 받아보고 싶다면? 구독하러가기 https://bit.ly/3aD9nRq

✔ 어바노이즈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kOdR3o_nIEo05nC_p4APDg

✔ 어바노이즈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