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Seoul] Inspired By Kanye West
작년 버질 아블로의 사망에 예술계가 충격과 슬픔에 빠진 게 기억나.
셀럽들의 추모 인스타 피드, 패션 유튜버들의 헌정 영상을 보고 나서 버질 아블로가 41년 동안 어떤 발자취를 남겼는지, 아티스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와닿았어. 버질 아블로의 작업, 브랜드에 대해서는 이름만 알고 있는 정도이지만 대신에 난 이 수식어로 버질 아블로를 떠올려.
‘카니예 웨스트의 가장 친한 친구'
단지 친해서 아니라 이 둘의 행보를 보면 카니예는 버질에게, 버질은 카니예에게 서로 투영되는 가치관과 이미지가 보이거든. 나는 카니예 웨스트를 통해 버질 아블로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알았어.
카니예 웨스트는 음악, 패션 등 예술계에서 별난 사람으로 알려졌어.
대중 의견과 반대되는 트윗들, 뮤지션 시상식 난입, 미국 대선 출마 등 누구라도 꺼리는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유명하지. (최근에는 본명을 예(Ye)라고 바꿔버렸어). 한때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가십거리가 되는 때가 있었어. 그의 절친 뮤지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감정 기복이 심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지만 그의 음악 철학과 작업물만큼은 장르와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가 극찬해. 그는 데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트렌드의 정점에 서있어.
카니예 웨스트는 프로듀서로 시작했어. 제이지(Jay-Z)의 앨범을 프로듀싱하여 그가 동부 힙합씬의 정상에 오르게 기여했어. 그의 샘플링 기법은 힙합의 판도를 뒤엎어버렸지. 영화 ‘엘빈과 슈퍼밴드'의 다람쥐 목소리와 비슷하여 지어진 칩멍크(Chipmunk) 소울, 악기를 넘어 싱어의 목소리도 감각적으로 해체하고 조립하여 원곡을 새롭게 재해석해버렸어. 카니예 팬들은 그의 앨범이 나올 때면 어떤 곡을 샘플링했는지 몇 가지의 악기 트랙을 중첩시켰는지 분석한다고 해. 이 밖에 카니예 웨스트의 음악적 성과를 이야기하면 밤을 새워버릴지도 몰라. 한편, 나는 카니예 웨스트의 마인드와 작업 철학에 많은 영감을 받았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었고 어떻게 자신을 브랜딩했는데에 배울 점들이 꽤 있다고 보거든.
첫 번째로 카니예 웨스트는 장르를 편식하지 않는다는 거야.
미니멀한 비트에 유려한 랩 스킬을 얹는 기존 힙합과 달리 그는 프로듀서 출신답게 다양한 사운드와 비트를 실험하는 데에 집중했어. 힙합을 베이스로 록, 소울, 가스펠, EDM 등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섭렵했지. 다프트 펑크(Daft Punk),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레이 찰스(Ray Charles), 존 브라이언(Jon Brion) 등 각 장르의 거장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했어. 기타, 드럼 등 아날로그 악기도 능숙하게 트랙 안에 배치해놓는 이유가 이 때문이야. 아날로그 악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음악에 방부제 역할을 할 때가 있거든. 즉, 시간이 지나도 클래식한 세련됨이 있어.
https://www.youtube.com/watch?v=6vwNcNOTVzY
두 번째로 카니예 웨스트는 스스로를 증명하는 데에 집중했어.
뮤지션은 대중의 니즈와 트렌드에 따르는데 그는 자신의 이야기와 인생을 짚어가며 음악을 만들어냈어.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앨범에 녹여냈지. 그의 앨범 히스토리를 쭉 나열하면 내면의 고찰이 잘 묻어나 있어. 어머니, 가족, 신앙, 흑인 사회 등 자신이 생각하는 메시지들을 가사와 비트에 녹여냈어. 어떨 때는 그의 생각은 너무 앞서나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적어도 그는 자신의 가치관을 대중과 끊임없이 음악을 통해 교류했어. 그리고 대부분의 앨범이 대중, 평단 모두 호평으로 이어졌고 덕분에 그는 앨범마다 새로운 음악 트렌드를 점지하고 선도하기에 이르렀어. 결국 그는 자신이 화두를 던지고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끊임없이 자아를 증명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카니예 웨스트는 마침내 아티스트로 확장했어.
괜히 버질 아블로의 절친이 아니겠지? 그는 옷을 입어주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어. 나이키와의 에어 이지(Air Yeezy), 아디다스와 협업한 이지 부스트(Yeezy Boost)는 지금 패션 피플들에게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어. 물론 단지 셀럽이라 패션에 입지를 다진 게 아니야. 공연이나 앨범 때마다 패션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패션업계에 드나들며 부지런히 배웠기 때문이야. 최근 그는 갭(GAP)과의 협업을 훌륭하게 해내어 45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핫 브랜드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어. 어둡고 단조로웠던 힙합씬에 화려한 유채색을 더한 장본인이야.
예술의 미래를 보고 온 사람
카니예 웨스트들의 많은 수식어 중 가장 기억나는 단어야.
그렇다고 트렌드를 예측한 건 아니라고 봐. 그는 단지 세상을 관찰한 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가감없이 음악에 녹여내었고, 그걸 대중들이 듣고 공감하고 따르는 거라고 봐. 끝내주는 제품, 작업물, 서비스를 만드는 비결은 간단한지도 몰라. 주위를 많이 관찰하고 거기서 느낀 점을 곧이곧대로 표현하는 것. 말은 쉽지만 행동하면 어려울 거야.
음악은 다채로웠고 투어는 화려하기로 소문난 카니예 웨스트지만 그건 대중에게 보이는 표면일 뿐이야. 그의 작업방식을 들여다보면 이렇게까지 스스로 내면을 고찰한 아티스트는 없다고 생각해. 그를 보면서 생각이 드는 게 밖으로 보이는 창작의 원천은 정작 내 안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것 같아.
너는 최근 어떤 것에 영감을 받았어?
2022.01.19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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