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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니정 Dec 31. 2022

공구로운생활의 2022년

[#25] 공구로운생활의 2022년은 어땠을까?

2022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다는 체감은 어떤 사건을 기점으로 느끼곤 한다.


친구와 점심 약속 후에 사무실로 왔는데 사무실이 물바다가 되었었다. 그때 당시 혼자 일했기에 도울 사람이 없어서 어머니와 함께 밤새서 물을 퍼내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중에 소방서에서 전문 펌프로 물을 다 퍼내어 이 지옥같은 시간을 끝낼 수 있었다. 동파로 인해 파이프가 누수가 있었고 이 물들을 뽑아낼 펌프도 고장났던 것이었다. 이때가 2021년 12월 30일이었다. 1년이 이렇게나 빨리 흐르다니.


2022년의 공구로운생활의 키워드는 ‘탄탄함’이었다.

2021년에는 성장하려는 욕심에 앞서 조급함이 있었던 것 같다. 거래처에게 완벽하게 보이고 싶어하여 무리한 요청도 어떻게든 완수해내는 해결사가 되고 싶었다. 당장 누군가가 나에게 투자를 해준다면 뭐든지 해볼 수 있다는 과한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나무가 단단해질수록 부러지기 쉽다고 해야 하나. 작은 안 좋은 일에도 좌절하고 내 신세를 한탄할 때가 많았다. ‘나는 왜 안될까?’ ‘남들은 이렇게 쉽게 하는데?’라는 박탈감이 들기도 했었다.


폭풍같은 2021년이 지나고 2022년에는 내실있는 성장을 다짐했다. 물건을 매입해서 매출을 내는 단순한 수익구조만을 지향했고 스타트업의 혁신성보다는 기존 생태계에 녹아드는 태도를 가졌다. 우리를 찾아주는 기존 거래처에 더 다가갔고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았다. 물론 기존 운영에 모든 힘을 쏟지 않았다. 새로운 일에는 20%를 쏟아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공생의 새로움을 찾아 꾸준히 헤맸었다.


2022년에는 공생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1.새로운 멤버

2022년 7월 쯤이었니 새로운 공동창업자가 합류했다. 내가 공생을 꾸역꾸역 이끌어가던 모습을 지켜봤고 심지어 공생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장본인이었다. 혹시나 몰라 어느 식사 자리에서 넌지시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흔쾌히 수락하였다. 나와 달리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굉장히 소중한, 내가 앞으로 책임져야 할 1순위, 앞으로 공생의 2인자로 만들 사람이다. 공생에서는 이커머스를 모두 맡고 있다.


(이번 울산 지방 출장에서의 사진)


2. 거래의 다변화

공급처에 보다 좋은 원가에 매입하고 거래처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 후 마진을 남기는 단순한 구조를 지향한다고 했다. 하지만 더 깊이있게 들어가서 공급처와 거래처가 어떤 사람인지 더 넓게 정의했다. 공급처는 총판보다 공식수입사나 제조사에 공급받고, 엔드 유저보다는 같은 공구소매상에 판매해보는 여러 시도를 했다.


(가장 애정했던 브랜드 하이퍼옵스)


3. 공급처와의 긴밀한 협업

작년에 만났던 아픈 손가락들이 있었다. 호기롭게 같이 해보자며 몇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지금은 연락한지도 오래된 공급처들이 있었다. 자연스러운 멀어짐이라고 위로하나 갑작스레 생각나면 죄송스럽고 부끄럽고 그렇더라.

2022년에도 역시나 새로운 인연이 생겼다. 공생의 방향을 잘 이해해주시고 같이 해보자는 용기를 내주신 분들이다. 현재진행형이지만 여기서 욕심은 내보기로 했다. 앞으로 이 분들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기로 했다. 가끔은 고객보다 공급사가 더 소중하게 해야할 때가 있다.


(도움을 많이 받았고 사무실을 자주 방문해주신 코텐)


4. 데이터 들여다보기

우리와 같이 하는 협업체의 미팅에서 강하게 느꼈다.열정있게 다가가고 설득하면 될 것이라는 예전의 감각은 조금은 놔두었다. 대신에 판매 데이터를 보고 그 데이터에 따라 조금이라도 고객이 구미가 당기는 구매 경험을 안겨주기로 했다. 직감으로 승부하는 공구 시장이지만 지금은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냉정한 판단이, 데이터로 고객을 Pull하는 마케팅이 필요할 때이다.


5. 일의 생산성

어떤 거래처에게 작업복 하나까지 직접 갖다주며 고객에 대한 정성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정성은 맞지만 그게 생산적일까? 하루종일 하루 거래처 돌아다녀놓고 오늘도 수고했다며 맥주를 한칸까는 게 바람직한 일일까? 택배로 붙여버리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도모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일거라 생각했다. 나 스스로 엄격하게 까다롭게 이 생산성을 조목조목 따졌던 것 같다. 내가 편하게 일해야 오래 일하고 고객에게 지속적인 정성을 가져다줄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봤다.


2022년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실패했다면 2023년은 2022년에서 증명했던 방법들을 더욱 강화해보는 해가 될 것 같다. 지금 당장 시작하는 일이만이라도 2023년에는 어떻게든 끝을 맺고 성과를 보는 완결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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