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작가라는 길이 열렸다.

작은 글과 그림이 이끈 두 번째 인생

by JUMI

책상에 앉아 숫자를 끄적이던 중학생이 있었다.

공부 말고는 허락되지 않던 시절, 나는 숫자 속에 미래를 담아 위로를 받았다.
“20살에는 무엇이 될까, 30살에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숫자 놀이는 꿈을 대신하는 작은 언어였다.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지금, 그 중학생은 50대가 되었다.

그리고 불현듯 내 마음속에서 속삭임이 들려왔다.
“넌 지금 행복하니?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뭐야?”

25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나는 펜을 들어 순간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사물과 사람, 그리고 이제야 눈에 들어온 자연을 그리며, 나는 잊고 있던 내 안의 목소리를 다시 만났다.
그 목소리는 글을 쓰게 이끌었고, 지난 5월 나는 브런치 작가로 합격했다.

“설마, 이 나이에 내가 작가라니?” 그 순간의 놀라움과 벅찬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작가는 남이 붙여준 호칭이 아니라, 내 안의 작은 꿈이 나를 춤추게 한 이름이었다.

이후 나는 세 명의 작가와 함께 공동 출간도 경험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분명한 시작. 내년에는 나만의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설렘이 가득하다.
구체적인 계획은 서툴지만 안다. 이 설렘은 나를 성장시킬 것이고, 성장은 또 다른 길을 열어줄 것임을.


그리고 나는 또 하나의 꿈을 품는다. 작가로서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내가 걸어왔던 길, 때로는 힘겹고 외로웠던 순간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나를 찾는 스케치’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되묻는다.
내가 정말 힘들었을 때, 길을 잃고 헤맬 때, 나는 어떻게 나의 길을 찾으려 했을까?

상심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던 그때, 나를 붙잡아 준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작게나마, 미약하게나마, 나를 표현하는 작은 글씨들이 있었다.

서툴지만 정직한 선으로 그려낸 그림들이 있었다.

그 글과 그림은 나의 기록이자 나의 치유였고, 다시 일어설 힘이었다.


나는 안다. 내가 가진 달란트가 있다면 그것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작은 글과 그림을 통해 함께 삶을 나누는 일이라는 것을.

나의 노후는 그들과 함께, 삶을 공유하는 인생의 작은 꿈을 작가로서 살아내는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

손끝이 움직이는 한, 나는 펜으로 그리고 쓰리라.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도 여전히 무언가를 끄적이는,
아마추어이자 영원한 작가로 남고 싶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나는 깨닫는다.

내가 쓰는 글과 그림이 결국은 나를 위한 것에서 멈추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작가의 진짜 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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