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_프롤로그
“거센 바람이 내 볼을 스쳤다.
그날 나의 스케치는 시작되었다. “
누군가에게 크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서울에서 쌓아온 커리어와 익숙한 일상을 제주에 내려오며 잠시 내려놓았다.
그렇게 멈춰 선 순간, 내 안에서 잊고 지냈던 질문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지금, 누구로 살고 있는가.”
제주의 바람은 내 안의 먼지를 털어내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나는 조용히 펜을 들었다.
누군가를 위한 기획서 대신, 오롯이 나를 향한 선을 긋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를 찾는 스케치가 시작되었다.
풍경을 그리면서도 사실은 ‘나’를 그리고 있었고, 하루하루가 그림이자 고백이 되었다.
나는 아직도 길을 찾는 중이다.
어쩌면…
그 길 위에서 비로소 나를 다시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