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병렬독서, 마지막화만 안 본 드라마, 신청하고 안 들은 강의들.
어느 날, 시험 삼아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별 기대도 안 했는데 한 번에 붙었다. 얼떨떨했다.
막상 되니 "대체 무슨 글을 써야 하지?" 감이 안 잡혔다.
결국 가장 만만한 나 자신에 대해 쓰는 걸로 시작해 보기로 했다.
무언가를 리뷰하거나 깊은 사유가 필요한 글은 생각만 해도 지친다.
(작가 신청할 때는 연재 예정 목차를 거창하게 써놨지만… 뭐, 언젠가는 쓰겠지!)
나 같은 시작 중독 인간은 일단 시작 자체에 80%의 의미를 두니까.
제목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뭔가를 시작하는 행위에 중독돼 있다.
정확히 말하면,
시작 직전의 탐구 과정이 제일 짜릿하다.
계획 세우고, 자료 모으고, 방향을 잡을 때의 그 설렘.
그걸 탐구하고 있는 내 모습이 스스로 좀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막상 실행에 들어가고 몇 번 해보면,
흥미는 금방 식는다.
끝맺음을 잘 못 한다.
책도 그렇다.
첫 페이지를 펼칠 때가 제일 두근거리고,
강의도 강의계획서와
교수 이력을 읽을 때가 가장 재밌다.
그래서 대여섯 권의 책을 동시에 펼쳐놓고
이것저것 집어 읽고,
강의도 여기저기 수강 신청만 잔뜩 해둔다.
정작 끝까지 듣는 건 드물다.
드라마도 그렇다. 일단 '찍먹'만 한다.
몇 화만 보고 결말은 안 본 드라마가 수두룩하다.
(그래도 영화는 끝까지 본다. 몇 시간 안에 끝나고, 완결을 향해 달려가는 구조라서 그런 듯.)
심지어 학사도 여러 개를 따고 싶은 건지 직장 다니면서 방통대도 다닌다.
3학기까지 간신히 다니고 현재는 휴학 중인데,
그 와중에도 다른 관심 있는 과가 있는 사이버대나 대학원을 기웃거린다.
예전엔 이런 나를 자주 탓했다.
"왜 꾸준히 못 하지?" "왜 끝까지 못 가지?"
자책하고 반성하면서도,
또 새로운 걸 시작한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완결'보다 '움직임'에 더 의미를 두는 사람 같다.
계획을 세우는 그 순간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낀다.
결과물이 없더라도 그 사이에 내가 뭔가를 움직였다는 감각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제는 굳이 그런 나를 억지로 고치려 하지 않는다.
꾸준히 완결 짓는 사람은 멋지고 존경스럽지만
나 같은 사람도 나름의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나는 나 자신을 '제자리에서 나아가는 사람'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브런치도 마찬가지다. 계속 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한 번 시작해 봤다.
블로그나 SNS와는 달리 ‘작가’라는 의식을 가지고 쓰는 글이다 보니
조금 더 진심을 담아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완벽하게 끝내지 못하더라도 그때그때 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꾸준히 써보고 싶다.
아마 글을 쓰다 보면 또 새로운 ‘시작할 거리’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그래도 회사는 꽤 오래 다닌다. 역시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금전적 자극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