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는 아닌 것 같은 9년 차 직장인의 고뇌
“나는 대체 뭘 잘하지?”
요즘 부쩍 드는 생각이다.
그나마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9년 차에 접어든 사회생활이 특히 그렇다.
아동 콘텐츠 제작자로 시작해서
한 번 이직하고, 몇 번 조직개편 거치며
여러 팀을 전전하여
어쩌다 보니 드라마 마케터가 됐다.
드라마마케팅은 작년 8월에 시작했다.
이전에 있던 팀의 상사가 너무 이상해서 도망치듯 사내공모를 지원했고, 아예 다른 분야의 마케터가 되었다.(애니메이션> 드라마)
평소에도 마케팅이 나랑 꼭 들어맞는 직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콘텐츠 제작부터 극장판 애니 마케팅도 해봤으니 드라마라고 못할 건 없다고 생각했다
적응 잘하는 편이고,
커뮤니케이션도 무난하게 하고,
문제 생기면 꽤 빠르게 수습하는 타입이니까.
그런데 막상 드라마 쪽으로 오고 나니
'일을 잘한다'는 기준이 달라졌다.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방향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중의 취향, 상사의 취향을 '잘' 캐치해서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걸 팀원들과 경쟁하며 증명해야 한다.
그게 나에겐 너무 어렵다.
나는 대중의 취향을 정말 모르겠고,
경쟁도 너무 피곤하다.
치열하게 파고들려면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다.
생각해 보면 예전부터 그랬다.
난 원래 승부욕이 거의 없는 인간이었다.
그냥 학생이면 공부는 해야 할 것 같아서 했고,
성적이 나쁘진 않아서 그럴듯한 대학에 갔다.
졸업할 땐 돈 벌어야겠다 싶어서
일찍 스타트업에 들어갔고,
업무 과중이 너무 심해져서
“이 돈 받고는 못 다니겠다” 싶어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최근 러닝도 페이스를 단축시키겠다는 목표를 두기보단 그냥 건강을 위해 하고 있다.
그 지점마다 나름 치열하게 노력하긴 했다.
근데 전체적으로 보면
그냥 그때그때 상황에 반응하며 흘러온 사람에 가깝다.
계획을 짜고 이뤄낸 인생이라기보다는,
눈앞의 일들에 '그래, 한번 해보자'며
그때그때 발 담가 본 인생.
나는 진짜 뭘 잘하는 사람일까?
그리고 또 하나,
나는 그걸 '굳이' 잘하고 싶긴 한 걸까?
누구처럼 뚜렷하게 잘하는 무언가는 없지만,
낯선 환경에서도 적응해 왔고,
이상한 상사 밑에서도 탈출했고,
나름 꾸준히 살아남았다.
그거면 된 걸까? 아니면 이왕 한번 사는 인생
정확한 자기 객관화를 거쳐서
조금 더 치열하게 목표를 설정해서 달려야 할까?
“그냥 계속하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
"이왕 하는 김에 한계까지 해봐야 하나?"
요즘 이 두 생각 사이에서 계속 갈팡질팡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