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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당근과 체스

 


첫째는 학교로, 둘째는 어린이집으로 잘 보냈다. 샤워를 하고, 로션을 바랐다. 거실을 둘러봤다. 오늘도 난장판이군. 10시부터는 글쓰기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수업을 들으며, 집을 치워야겠네 생각하다가. 조용한 거실, 창문을 통해 솔솔 들어오는 바람. 새소리. 이 속에 잠시 머물러 있고 싶었다. 어제 비가 오고 그친 다음의 바람이라 그런지 바람이 유독 깨끗하고 시원하다.  가슴까지 통과하는 시원한 이 느낌이 좋다.

식탁 아래부터가 문제네. 아이들 장난감이 왜 이 아래까지 온건가. 먹다남은 음식물 잔해들. 어젯밤에 치우고 잤었어야 했다. 그래. 오늘부터는 식탁 아래를 꼭 청소하고 잠에 들자. 다짐한다. 식탁아래를 청소하려고 식탁쪽에 가니, 아침을 먹으며 함께한 체스판이 놓여져 있다.


 엄마, 나 이제 체스안갈거에요.


방과후 수업으로 6월부터 바둑체스 를 신청했다. 3월부터 신청하고 싶었는데, 다른 과목에 밀렸었다. 체스는 계속 나와 함께 했으면 좋겠어서, 이번에는 신청했다. 대기 3번이었는데 운좋게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3번정도 수업을 했는데, 미리 했던 친구들이 잘하는지, 게임에서 계속 지나보다. 선생님께도, 저 이제부터 수업 안올거에요 라고 했단다. 바둑체스 담당선생님께 문자까지 왔다. 게임은 질때도 있고 이길때도 있는거야. 즐기면서 해.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은데, 생각해보니, 나도 지면 그렇게 화가나고 짜증 냈으면서. 속상한 그 마음을 참 알겠다.


다음 수업때 한번이라도 체스를 이기기 위해, 집에서 연습에 돌입했다. 나도 오랜만에 체스를 하는거다보니, 룰이 정확하지 않고, 생각하며 한다기 보다는, 되는대로 하게 되어서,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나도 잘 모른다. 일단은 체스판을 펼치고, 이리 저리 게임을 계속 해볼뿐.


오늘이 방과후 체스수업 날이라. 아침에 한판이라도 하고 가려고 했던거다. 그 옆엔 당근과 사과 접시가 놓여있다. 아침에 건강식을 챙겨주고 싶은데, 맘처럼 잘 안된다. 당근 사과는 일단 계속 잘라두고는 있다. 김에 밥을 싸서, 가끔 멸치를 안에 넣어주는. 초간단 김밥을 줄때도 있고, 달걀후라이를 급하게 해줄때도 있다. 오늘은 아이들이 먼저 냉장고에서 초코송이를 꺼내어서, 초코과자부터 입에 들어갔다. 달달한 입에, 사과 당근이 맛이 나겠냐만은, 그래도 과일 채소 먹고 가라며, 입에 쏙쏙 넣어본다.


아이의 건강과, 똑똑한 머리를 위해, 이렇게 조금이라도 아침시간을 이용하려고 애쓰는 엄마 이재은이다. 겨우 이거 했다고 이렇게 글로 적는게 갑자기 부끄럽기도 하다.


아침독서랑 잠자리 독서도 챙겨보려는데 , 어제밤,오늘아침 실패했다. 독서는 나부터 잊지 말고 먼저 하는게 맞다. 어제 먹어야 하는 약도 잊어버려놓구


아이를 챙기려면, 엄마인 나의 건강과 나의 지혜를 위해서도 신경써야 한다.


일단 저 남은 사과와 당근을 먹고, 약도 챙겨먹고, 빨리 정리하고 오늘 하루도 잘 보내야겠다.


식탁아래를 후다닥 정리하고, 책 정리를 좀하고, 다른 할 공부들도 있다. 오늘도 바쁘고 신나는 하루 보내봅자!


그나저나,  오늘은 체스를 꼭 한판은 이기고 와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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