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브뤼헬 (부)의 <네덜란드 속담>6

by 민윤정

이젠 제 포스팅을 계속 읽어오신 분은 아주 익숙해졌을 피터 브뤼헬 (부)의 <네덜란드 속담들>을 다시 살펴볼 시간을 갖도록 해보겠습니다.


먼저 1편부터 5편까지 안 읽은 분들은 이전의 포스팅도 함께 읽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특히 작가와 작품 전반에 대해서는 1편에 소개를 해두었으니 참고하세요!


아래 그림이 피터 브뤼헬 (부)가 그린 <네덜란드 속담들>이구요. 이 그림에 대해서 살펴볼거에요.


Pieter Bruegel the Elder, Netherlandish Proverbs (1559)

Pieter Bruegel the Elder, Netherlandish Proverbs (1559) oil on panel ; 117 × 163 cm, Gemäldegalerie, Berlin




Pieter Bruegel the Elder, Netherlandish Proverbs (1559) oil on panel ; 117 × 163 cm, Gemäldegalerie, Berlin


오늘 살펴볼 부분은 화면의 오른쪽 상단의 귀퉁이 부분, 연두색 선 안의 부분이다. 작은 부분이나 많은 이미지들이 포함되어 있고, 해당하는 속담도 많다. 연두색 선 안의 부분을 유심히 살펴보자.




그 부분을 확대해보면 아래와 같다.

전체 화면의 우측 상단에 아주 쪼그맣게 그려져 있다.

Pieter_Brueghel-blind-lg.jpg Netherlandish Proverbs (1559) 연두색 선 안쪽의 오른쪽 상단 부분 확대


먼저, 그 연두색 부분에서 특히 빨간색 표시 부분을 눈여겨보자.



전체 그림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형상들이다. 전체 화면에서는 작아서 점같은 모습이다.


이 부분은 '장님이 장님을 이끈다'라는 성서의 구절의 표현. 이 부분만 확대한듯이 이 주제에 대해서 따로 그린 <장님이 장님을 이끌다>(1568)이라는 작품도 있긴 하다. 마태복음 15장 14절 구절에 나오는 비유다. 장님 따라서 가봤자 구덩이에 빠지기 밖에 더하겠는가.

Pieter Bruegel the Elder, The Blind Leading the Blind (1568) Museo di Capodimonte, Naples, Italy

Pieter Bruegel the Elder, The Blind Leading the Blind (1568) Distemper on linen canvas ; 86 x 154 cm, Museo di Capodimonte, Naples, Italy


1280px-Pieter_Brueghel_the_Elder_-_The_Dutch_Proverbs.jpg



다음으로 살펴볼 장면은 그 장님 일행의 왼쪽 부분의 장면. 한 여인이 사냥개에 쫓겨 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건 '두려움은 나이든 여인을 뛰게 한다.'라는 속담으로 '예상치 못한 사건은 숨겨졌던 재능을 발견하게 만든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 아래쪽에 엄청나게 큰 돌덩이를 끄는 사람이 보인다. 이것은 '블록을 끌다'라는 속담으로 이것은 '애인에게 속다' 혹은 '의미없는 작업을 하다.'라는 의미라고. 아~ 불쌍한 사람~


바로 옆에선 말의 용변을 받아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말의 똥은 무화과가 아니다.'라는 속담으로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마도 말이 소중한 가축이었고, 무화과는 귀한 과일이라 만들어진 속담같다.


오른쪽 상단 부분 확대

돛을 팽팽하게 펴고 띄워진 배의 모습은 '교회와 첨탑을 구분할 수 있다면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속담은 '과업이 완벽하게 달성되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 끝날 때까진 끝난게 아니다. 맞는 말씀.


그 배에 관련해서는 두 가지 정도 더 관련된 속담을 추론할 수 있다. 첫째는, '돛을 주시하라.'라는 속담도 있는데, 이는 '경계를 풀지 말아라.' '조심하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그 힌트로 하얀 돛 위에 똥그랗게 뜨고 있는 눈 하나가 그려져 있다. 두번째로는 '바람만 잘 불면 항해하긴 쉽다.'라는 속담도 있는데, 이는 '여건이 유리하면 목적을 달성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라는 해석을 할 수 있다.


한편, 배의 위로는 눈부신 태양이 떠있다. '모든것은, 아무리 정교하게 짜여있더라도, 반드시 태양아래 드러난다.'라는 속담이라고 한다. '영원히 속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해석이란다. 맞는 말이다. 여담이지만, 고전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 알랭 들롱이 보트에 매달아 숨겼던 시체가 태양이 가득한 가운데 인양되는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리플리'라는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후에 "리플리"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원작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보자.

물에 떠있는 배의 오른쪽엔 교수대 옆에 남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교수대에 똥을 싸다.'라는 속담이라고 한다. (원래 교양이 넘치는 나지만, 속담이 원래 이렇게 원색적인 표현이 많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것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다.'라는 뜻이라고. 교수대는 처벌을 상징하고, 그 처벌을 우습게 아니까 그 옆에서 맘놓고 '용변도 볼 수 있다.' 이런 의미로 해석되는 듯 하다.

(흐릿하게 점같이 찍혀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교수대 옆에 날고 있는 새의 무리는 '시체 있는 곳에 까마귀 난다.'라는 속담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해석된다. 이는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서둘러서 선점을 차지해야한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전 속담만 듣고서는 '이유없는 일이 없다.'라고만 생각했는데...그래서,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를 떠올렸는데....역시 문화가 다르면 해석도 달라지나보다. 기회를 찾아 쫓는 동물을 꼽자면 '하이에나' 아니었던가?

기슭쪽에 모여있는 몇 마리의 거위는 '거위가 맨발로 다닐 줄 누가 알았겠냐?'라는 속담이라고 한다. '명백하진 않다하더라도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난 원래 거위가 맨발로 다니는 거라고만 알았는데..... 하지만, 물론 모든것에는 내가 모를 뿐이지 이유가 있으리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 앞에 그냥 주저 앉은 남자에 대해서는, '내가 거위몰이가 될 작정이 아니라면, 거위는 맘대로 하게 놔둬라. (If I am not meant to be their keeper, I will let geese be geese.) 라는 속담이라고 한다. '네 일이 아닌 일에는 신경을 쓰지마라.'라는 뜻이랍니다. 'Mind your own business.' 라는 뜻 정도 되겠다.



거위들 아래로는 갈색의 작은 동물이 2마리 있는데 그게 곰이라고 한다. 아마 브뤼헬은 진짜 곰을 본 적은 없나보다. 여하튼 '곰들이 춤추는 것을 본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건 '배고프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하나 그 작은 갈색의 동물이 곰이라고 치고, 곰에 관련된 속담은 '야생의 곰은 곰끼리 어울리길 좋아한다. (Wild bears prefer each other's company.)라는 것이다. 이는 '외부인보다는 동료끼리 더 잘 어울리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건 뭐 곰 그림부터 의미까지 그다지 와닿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냥 건너뛸까 하다가, 내가 그랬듯이 저 서로 등을 지고 있는 작은 갈색 동물은 뭐지 하는 분들이 많을까봐... 일단 해석은 해둔다. 다시 말하지만, 약 500년 전 네덜란드의 속담이다. 21세기 한국 사람들이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는게 당연할 것이다.

곰(?)이 춤을 추는 장면 아래 어떤 남자가 울타리 너머로 뭔가를 내다버리려고 하고 있다. 이 속담은 '물통을 울타리 너머로 버리다.'라는 속담으로 '나중에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는데 무엇인가를 내다 버린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검약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인 다운 속담이지만, 집안 관리 깨끗하게 하려면 때로는 수년 후에 한 번 쓸지말지 모를 물건은 내다 버리는 것도 미니멀한 삶을 위해선 좋다고 생각한다.

오늘 속담은 현재의 한국인이 이해하기는 다소 난해한 속담들이 많았다. 하지만, 500여년 전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는 생활밀착형 내용이었을 것이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이렇게 다른 속담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읽으면 나름 재미있는 해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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