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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루즈 로트렉: 몽마르트의 별 전시 @마이아트뮤지엄

by 민윤정

늦게 다녀온 전시 리뷰. 그래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 안보신 분들께 추천. 마이아트뮤지엄의 전시는 이제까지 경험을 비추어 보면 퀄리티가 다 괜찮았다.


툴루즈 로트렉:

몽마르트의 별 전시

마이아트뮤지엄

2024.9.14~2025.3.3


9월 중순부터 시작한 전시이고 티켓팅도 진작 해두었는데 일정이 밀려서 이제서야 다녀왔다. 이번 전시는 입소문도 비교적 적고 미술 사랑하는 블친님들의 블로그에서도 리뷰가 많이 안 올라와서 왜 그럴까 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전시라고 생각하는데 아마도 유화 작품들이 아니고 석판화 작품들이라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던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이번 <툴르즈-로트렉: 몽마르트의 별> 전시 구성은 전부 4개로 나눠져 있다.

제1부 보헤미안

제2부 휴머니스트

제3부 몽마르트의 별

제4부 프랑스 아르누보 포스터



제1부 보헤미안

소개문에 따르면 "1부에서는 툴루즈 로트렉이 어떤 화파에도 속하지 않고 다양한 예술 경향을 자유롭게 수용한 그의 보헤미안적 실험정신을 탐구한다."고 나와있다.


미술사 개론서에서는 에콜 드 파리 섹션에 포함되는 그이지만 원래 '에콜 드 파리'라는 것이 시기적 위치적 공통점 이외에 거기에 포함된 작가들이 공통된 화풍이나 이념은 없었던 개별 작가들의 모임이다. 19세기말 파리의 몽마르트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던 작가들을 후대 미술사학자들이 편의상 묶어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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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을 위시한 외국인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 (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901)의 경우 높은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프랑스인이다. 귀족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신체 장애를 가진 탓에 귀족 계급 사회에 포함되지 못하고 몽마르트 지역에서 카바레 유명인사와 파리의 보헤미안들을 자유롭게 그리는 생활을 하게 된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기도 했는데 지나친 음주와 방탕한 생활 탓에 3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게 된다. 짧은 기간 동안 31점의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석판화 광고 포스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아리스티드 브뤼앙, 자신의 카바레에서 (1893) 석판화; 79.1x61.3cm


앞서 밝혔듯이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모두 석판화 작품들이다.

아래의 아리스티드 브뤼앙의 경우 카바레 소유주였다고 하는데 난 그의 직업은 몰랐어도 이름으로 친숙할 정도로 툴루즈-로트렉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콩페티 (1894) 석판화; 55.6x42.9cm

결혼식이나 축제 등에서 뿌리는 종이조각을 지칭하는 <콩페티>가 작품 제목이다. 흩뿌려지는 작은 종이 조각은 그가 고안한 '크리쉬'라는 기법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일본의 옻칠 기법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는 물감을 분무기나 분사기를 통해서 흩뿌리는 기법인것 같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디방 자포네 (1892-94) 석판화; 81.3x62cm

'일본식 소파'라는 의미의 <디방 자포네>라는 아래의 작품은 미술 도록 등에서 많이 본 작품이다. 인상주의부터 후기 인상주의에 이르기까지 자포니즘이라고 부르는 일본풍의 유행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에콜 드 파리 작가들 중에서는 단연 툴루즈-로트렉이 자포니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작가 중 하나다.

유명 가수나 무희, 그리고 당시 그 예술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을 모아서 판화집을 내기도 했고 이를 이번에 전시하고 있다. 이러한 포맷 역시 우키요에의 한 카테고리인 '야쿠사에'라고 하는 가부키 배우들의 인물들을 모아서 펴낸 형식을 따른 것이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아리스티드 브뤼앙, 자신의 카바레에서 (1893) 석판화

자주 등장하는 아리스티드 브뤼앙의 또 다른 모습. 그의 외모 뿐 아니라 그의 풍채와 성격까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카페 같은데서 복제품으로도 자주 본 작품이다.


아래 작품은 <바빌론 달레마뉴>라는 제목인데 동명 소설의 홍보를 위해서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원래의 최초의 석판화 상태와 색을 입힌 단계, 그리고 레터링까지 다 넣은 단계를 나란히 놓아 전시해줘서 석판화 과정을 아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됐다. 라벨에는 '크로핑'이라는 용어를 설명하고 있었는데, 이건 뭐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가장자리를 잘라내는 기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가끔 아주 과감하게 잘라내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과감한 구도가 탄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과감한 크로핑 역시 일본의 목판화, 우키요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 바빌론 달레마뉴 (1894) 석판화; 129.8x95cm


제2부 휴머니즘

1895년부터 1897년 사이 살롱 데 상 갤러리와 손잡고 국제포스트 전시 광고 제작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시기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자신과 친분이 있던 무희나 가수들의 이미지를 담은 것으로 유명한데, 이 장에서는 그러한 인물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매춘부나 무희 등은 당시 사회에서 천시 받는 계층이었음에도 로트렉은 삶의 신산함에 지친 인간적인 모습과 공연 때의 활기차고 매력적인 모습을 애정을 담아 그려냈다.



이 시기에 <엘르> 판화 시리즈를 출판하는데, 이 속에서 당시 물랭루즈 등 카바레에서 활약하던 무희나 매춘부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러한 주제를 엮어서 내는 것도 우키요에서의 '게이샤 우키요에'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색감이나 이들의 표현도 우키요에서의 게이샤들의 모습이 얼핏얼핏 보이기도 한다. 물론 전반적으로 툴루즈-로트렉만의 독특한 선과 색감이 돋보인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앉아 있는 광대 (마드모아젤 차우카오) 엘르 연작 (1896) 석판화; 51.2x40cm


공연 중인 무희의 모습이 아닌 무대 뒷쪽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무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래의 작품 역시, <엘르> 연작 중 한 작품인데 힘든 표즈의 여성에서 드가가 연상되기도 하고, 역시 자포니즘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인상주의 화가 마리 카사트의 작품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목욕하는 게이샤의 이미지를 담은 우키요에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으리라 짐작되는 작품이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목욕 중인 여인-욕조, 엘르 연작 (1896) 석판화; 40.3x52.6cm


아래 작품은 색감이 아주 풍부하지는 않았던 툴루즈 로트렉의 석판화 중에서 강렬한 색상으로 눈의 확 띄는 작품이었다. 설명문에 따르면 유명 잡지 편집장의 아내를 그린 것이라고 한다. 당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아이스 링크가 파리의 중산층의 오락거리로 처음 등장한 시기라고 한다. 아래 이미지 속의 미시아 나타송이 세련된 옷차림으로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라 레뷔 블랑쉬 (1895) 석판화; 125.4x90.9cm


아래 작품은 라벨에는 설명이 없었고 난 오디오 가이드를 듣지 않아서 거기서 설명을 이미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는 순간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기 떠올랐다. 물론 로트렉의 작품에서는 환자가 누워있는 침실에 의사가 왕진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설명문에는 의사의 왕진이 아닌 기술자가 방문한 것을 의사가 왕진한 것으로 패러디해서 표현을 했고 에로틱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고 나와있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모던한 기술자 (1896) 석판화; 92.8x64.9cm


내가 보기엔 여인의 침대 발치에서 뒷모습을 내보이게 그려진 강아지 역시 <올랭피아>에서의 검은 고양이의 참조인 것 같다. <올랭피아>에서는 없었던 '고객'의 모습이 함께 그려진 것이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까? 마네의 작품을 패러디한 것이 아닐까 싶은 유머러스한 작품이다.




에두아르 마네, <올랭피아> (1863) 오르세 미술관 소장

물랭루즈 하면 떠오르는 '캉캉춤'

이 이미지에 익숙해져서 우리는 잘 모르지만, 당시에는 여인들이 속치마를 훌렁훌렁 들어서 다리를 보여주는 이 선정적인 춤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전시장에서 틀어주는 영상에서는 당시 신사들이 춤을 보다가 외안경을 툭 떨어뜨리는 장면도 연출되고 있다. 아래의 작품 속에는 당대 유명했던 무희들과 이들간의 경쟁심도 유머러스하게 표현되어 있다고.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에글랑틴 무용단 (1896) 석판화; 59x78.5cm


제3부 몽마르트의 별

3부의 작품은 그다지 인상 깊지 않았던 것인지 지금 보니 찍은 사진이 많이 없다. 만년의 로트렉은 건강 악화로 작품에 전념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의 작품은 너무 인상적이었다. 평소 작가와 친분이 있던 제인 아브릴의 모습을 그린 것인데 너무 인상적이다. 그녀의 몸도 곡선으로 표현을 했고 그녀의 드레스에 그려진 뱀이 그녀의 몸을 감싸는 듯한 모습으로 절묘하게 그렸다. 설명문에도 나왔듯이 곡선적 표현과 자연물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아르누보적 특징을 잘보여주는 작품이다.너무 인상적이라서 나중에 기프트샵에서 마그넷도 이 작품이 그려진 걸로 구입했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제인 아브릴 (1899) 석판화; 56x38.1cm


제4부 프랑스 아르누보 포스터

이 섹션은 로트렉의 작품이 아니라 벨 에포크 시대를 풍미했던 포스터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잘 알려진 쥘 세레와 알폰스 무하의 작품들도 다수 전시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왜 쥘 세레가 인기가 있었나를 확실하게 알게된다. 색감과 인물의 동선 모두 탁월하다.




당시 아이스링크가 힙한 곳임은 분명하다. 아래 광고는 물론 아이스링크 광고용으로 제작된 것이긴 하지만 당시로서 처음 생긴 곳이라 패셔니스트들이 포즈를 취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이 이미지는 자주 본 편인데 작가명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테오필-알렉상드르 슈타이렌이라는 스위스 작가이고 뱅잔이라는 우유 제품 광고라고 한다. 난 그냥 귀여운 아이와 고양이만 기억했는데... 생각해보니 아이랑 고양이가 우유를 좋아하지...

테오필-알렉상드르 슈타이렌, 뱅잔의 멸균우유 (1894) 석판화; 135x97.2cm



굿즈도 다양해서 구매욕이 샘솟았던 기프트 샵을 지나서 관람을 마쳤다. 모두 석판화이긴 하지만 퀄리티가 높은 전시라고 생각한다. 도록으로만 접하던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즐거웠던 관람이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안가보신 분들이라면 한번 관람해보시길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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