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아트테크 사기, 이번엔 ‘상장사 인수’까지
나는 미술사를 전공해서 미술 작품을 감상의 대상이 아니면 연구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미술작품을 거래의 대상, 즉 가격이 붙는 '상품'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는 몇 년 전부터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하게 되면서, 그리고 때마침 사회적으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한국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유명 작가들의 대규모 전시가 연이어 열렸고, 국내 행사였던 Kiaf에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Frieze가 동참하면서 미술계는 여느 때보다 활기를 띠는 듯했다. 좋은 전시나 큰 아트페어를 찾아갈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끼고, 앞으로 한국 미술계에 대한 낙관과 희망, 그리고 한국인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에 감동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사기를 통해 한몫 챙기려는 세력이 속속 등장한 것이다.
갤러리 K 사건 – 사기가 된 예술
또 다른 아트테크 사기 사건 – 조심하세요!
이번에는 조금 더 놀라운 사건이 기사로 나왔다.
‘아트컨티뉴’라는 회사가 코스닥 상장사 파인테크닉스를 고가에 인수했다는 내용이다.
단순한 인수 뉴스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많다.
이 회사는 그동안 미술품을 투자 대상으로 삼아, 연 12~16% 수익과 원금 보장을 내세우며 고수익을 약속해왔다. 작품을 공동구매한 뒤, 전시·렌탈·PPL을 통해 수익이 나고, 이를 매달 돌려주겠다는 구조였다. 하지만 실제 수익이 아니라 뒤에 들어온 투자자의 돈으로 앞선 투자자에게 수익을 주는 폰지 사기 수법이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1,100명이 넘고, 피해 금액은 약 905억 원에 달한다. 투자자 중에는 사회초년생과 일반 직장인, 30~40대가 많았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회사의 대표 엄진성 씨가 파인테크닉스라는 코스닥 상장사의 경영권을 인수했다는 점이다. 주당 5,522원, 총 280억 원에 지분 29.83%를 매입했는데, 이는 당시 시장가보다 4배 가까운 고가였다. 명백한 경영권 확보다. 문제는 아트컨티뉴가 2023년 기준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고, 감사의견도 거절된 기업이라는 것이다. 이미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한 상황에서, 이 자금은 어디서 나왔을까?
대표는 "콘텐츠 사업을 상장사와 결합해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은 사실상 폰지 사기를 계속 굴리기 위한 수단처럼 들린다.
즉, 피해자들의 돈으로 상장사를 사고, 그 회사를 포장해 새로운 투자자금을 끌어올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피해자 측은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으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대표의 자택과 회사 계좌는 가압류되었으며
금융당국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이미 투자된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다.
‘아트테크’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이 사건은 미술을 빌미로 한 금융 사기에 가깝다.
예술성과 작품성, 수집가치와는 무관하게, “월 수익 보장”, “원금 보장”, “렌탈 수익 확정”
이런 말이 붙는 순간, 의심부터 해야 한다. 세상에 손실 가능성 없는 투자는 없다.
이건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미술을 가장한 금융 범죄의 구조가 얼마나 제도 밖에 방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나는 최근에서야 아트테크라는 개념을 접했고, 그 흐름이 어떻게 미술 시장과 엮여 돌아가는지를 조금씩 알게 됐다. 기사 링크를 저장해뒀는데, 며칠 전 봤던 기사는 삭제되었거나 비공개로 전환되었더라. 놀랍게도 '아트컨티뉴'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운영 중인데, 나도 팔로우하고 있었던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제는 미술 관련 SNS 팔로우조차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기 피해자들이 대부분 열심히 일한 돈으로 자산을 불리려 했던 30~40대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
돈이 된다고 하면 언제나 모여드는 무리가 있고, 남의 말 듣고 투자해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주식뿐 아니라 예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술 작품은 주식보다도 자산 가치 증명이 어렵다.
투자를 한다면,
→ 미술사 공부를 제대로 하거나,
→ 작품과 작가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춘 뒤에 하는 것이 최소한의 보호다.
개인적으로는, 조각 투자로 돈을 버는 건 리츠(REITs)로 돈 버는 것보다도 훨씬 어렵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